[341] 오클랜드 7개 시 합병 집중분석
지난 달 ASB의 Main Report 보고서에서 뉴질랜드의 16개 주요 지역의 경제 성장 성적표가 공개되었는데 뉴질랜드의 가장 큰 도시인 오클 랜드는 총점에서 별 다섯 개 중 겨우 두 개만을 얻어 '꼴찌'를 차지했다. 별 다섯 개 만점을 받은 캔터베리, 네 개를 얻은 기스본, 마누와투-왕가누이, 말보로우, 적어도 세 개를 얻은 다른 나머지 지역들과 비교해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인구 성장에 있어서는 다른 지역들을 평균한 값의 두 배인 연간 1.5%라는 기록을 내었지만 시내의 새로 건축된 아파트들을 흡수할 만큼 빠른 성장은 아니라고 해석되었다. 고용은 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해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지만 소매업에서 겨우 5%만 증가하고 건설은 무려 24%나 마이너스 성장해 다른 지역들의 성적과 대조를 이루었다. 오클랜드 이슈 미니스터 인 Judith Tizard는 아주 빨랐던 경제 성장이 다소 느려진 것뿐이지 여전히 오클랜드는 안정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보고서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전체 국가 경제의 31%를 책임지고 있는 지역인 오클랜드가 이러한 경제 성장 정체를 보인 것에 대해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오클랜드의 경제 발전을 가속시킬 묘안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눈치다.
위의 보고서 발표에 앞서 재정부의 Michael Cullen 장관과 국민당내 그의 단짝인 John Key는 오클랜드를 하나의 비전과 하나의 방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쳤었는데 이후 계속해서 신문 상에 오클랜드 시장들과 관련 인사들의 미심쩍은 회동이 보도되었고 지난 14일 목요일, 오클랜드 주요 네 개 시의 시장이 헬렌 클락 총리와 만나 가진 회의를 통해 오클랜드 시 통합안의 전면이 드디어 베일을 벗게 되었다.
***** 오클랜드를 어떻게 하겠다고? *****
오클랜드 7개시의 통합이라는 파격적인 정책 안을 둘러싸고 오클랜드시장 Dick Hubbard, 노스쇼어 George Woods, 마누카우의 Sir Barry Curtis, 와이타케레의 Bob Harvey 시장 등 네 개 주요 지역대표들이 헬렌 클락 총리를 만났다. 무엇보다도 2011년에 오클랜드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그리고 지금까지 오클랜드의 분열로 인한 경제ㆍ관리적 비효율성을 지적당해 왔던 것에 대한 총체적 반응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소 급진적인 계획으로 보여졌던 이들의 제안서에는 Auckland Regional Council(ARC)과 지역의 7개 카운슬 중 4개를 없애는 방침을 포함하고 있다. 대신 ARC는 선출/임명된 비지니스 리더들이 이끌어 갈 Greater Auck- land Council로 대체되며 지역을 위한 주(主)시장(Lord Mayor)이 선출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제안서에 따르면 오클랜드는 세 개 지역의 시로 분할 되는데 즉, 노스쇼어시를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 오클랜드 시를 바탕으로 한 중심지역, 그리고 마누카우시를 둘러 싼 남부 지역이 그것이다. 와이타케레시 카운슬은 북부와 중심지역로 각각 흡수되고 로드니지역은 북쪽의 일부가 되며 프랭클린과 파파쿠라 지역은 남부로 포함되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시에 카운슬과 시장을 두는 구조이다.
이러한 조직개편 안은 약 90여분 동안 시청에서 클락 총리에게 보고되었는데 이 자리에는 럭비 월드컵 미니스 터인 Trevor Mallard, 지방정부 미니스터인 Mark Burton, 총리의 스태프대표 Heather Simpson, 총리 내각부 내 정책 고문단 대표인 Andrew Kibblewhite, 경제개발부 대표 Geoff Dangerfield 등 주요인사들이 참석해 이번 제안이 중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드러내었다. 카운슬 관리들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클락 총리는 회의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도 'single, super-city'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이 중 점 문제가 아니라 명확하고도 강력한 계획과 리더십을 만들어 낼 힘과 능력을 잃어가는 오클랜드에 어떤 관리 방식이 필요한가에 대한 것이 논점이었다."고 말했다.
헤럴드 신문은 정부는 올 해 말까지 ARC 폐지를 입법화하고 내년에 있을 지방단체 선거까지 Greater Auckland Council를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카운슬 수를 7개에서 3개로 줄이는 것은 그 이후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시장들의 이번 계획에 따르면 Greater Auckland Council은 선출된 주(主)시장(Lord Mayor)과 남은 카운슬의 시장, 오클랜드 이슈 미니스터인 Judith Tizard, 선출된 의원들 과 또한 임명된 비즈니스 및 다른 부문 대표들로 구성되게 될 전망이라고 알렸다.
***** 시장들 간 의견 일치 아직 없어 *****
이번 합병 계획을 이끈 오클랜드 주요 네 개 시의 시장들뿐만 아니라 나머지 세 개 시 시장들도 오클랜드 관 리체계의 개선 필요성은 자각하는 듯 하나 사실 그들 개인적인 의견은 각기 다르다.
Sir Barry Curtis 마누카우 시장은 3개 도시 체제를 강하게 주장하며 하나의 시로 합병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역설하는 반면 Dick Hubbard 오클랜드시장은 1개 시 통합을 럭비 월드컵 전까지 빠르게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와이타케레의 Bob Harvey 시장은 각 지역이 가진 문화와 역사, 미래를 잃지 않는다면 1개 시 통합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스쇼어의 George Wood 가장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는데 어느 한 쪽을 확실히 지지하기보다 아직 상황판단 중이다. 주류 그룹에서 빠진 로드니 지역 John Law 시장은 카운슬 수를 줄이는 것을 찬성하면서도 어떻게 정치적으로 하나의 도시를 통합할 것인가에 대해 미심쩍어 했고 프랭클린 지역(Mark Ball)과 파파쿠라 지역(John Robertson)대표들은 각각 조건부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
***** 1989년의 진실 혹은 의혹 *****
17년 전 국가 전체적으로 700개 지방관리기구를 87개로 압축하는 과정의 일부로 오클랜드는 30개의 지방자치단체를 4개의 'city'와 3개의 'distirct'로 줄이는 개혁을 단행했었다.
당시 지방정부위원회(Local Government Commission)에서 오클랜드의 지역 경계를 새로 정하는 등 모든 과정을 총괄했었는데 현재의 오클랜드 수퍼시티 제안에도 찬반 양론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그 때에도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찬성과 반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103년 역사의 Devonport Borough Council은 이 지역이 와이테마타 하버를 가로질러 오클랜드 센트럴 비즈니스 지역과 더욱 가까이 위치해 있다고 주장하며 노스쇼어로 편입되는 것을 거세게 반대했었다. 지역의 정체성과 힘을 잃게 되는 것을 우려하며 다섯 차례나 위원회를 설득하기도 했다. Independent Devonport의 대표 Coral Foster 여사는 우리가 걱정했던 대로 '완전 실패'였다고 당시를 기억하며 세금은 오르고 개혁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말했다. 통합과정에서 데본포트는 노스쇼어 선거구 내로 흡수되었고 커뮤니티 보드 한 자리를 얻었지만 보드가 전혀 힘을 갖지 못해 지역 안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녀는 지방 커뮤니티에게 각각이 가진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는 더 큰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74년부터 1989년까지 Howick의 시장이었던 Morrin Cooper도 '당시의 지역통합으로 인해 우리가 얻은 것은 단 한 가지도 찾을 수 없다, 우리가 더 잘 살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뉴린으로 통합되었던 글렌 에덴 자치구의 Janet Clews 시장은 아직도 통합은 미완성이라면서 합병 계획을 반대했다.
하지만 오클랜드시로 흡수된 마운트 로스킬의 David Hay 당시 시장은 생각이 다르다. 당시의 개혁을 통해 지역에 많은 유익이 있었다면서 시청이나 Civic Theatre 등의 큰 프로젝트들은 당시의 체제 개조 없이는 시도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마누카우시의 대표 Colin Dale도 또한 당시 개혁은 단지 지역의 경계선의 변화 그 이상이었다면서 3개 도시 통합론을 주장했던 Sir Barry Curtis를 지지했다.
***** 찬반의 아이콘, Mike Lee VS. Grant Kirby *****
오클랜드의 네 개 주요 시장이 모여 자기들만의 비밀스런 회의가 한창이었던 동안 뒷편에서 '왕따' 당한 모욕감에 치를 떨던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Auckland Regional Council(ARC) 회장 Mike Lee이다. 그는 이 문제로 시장들이 계속 만나는 행동은 2005년 2월에 서명한 Auckland Regional Triennial Agreement에 대한 위반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2011년 럭비월드컵이 ARC 폐지와 13억 달러의 ARC 자산을 횡령하는 구실로 쓰여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실망감을 내비치었다.
Mike Lee가 반대를 주장했던 이유들 몇 가지를 더 자세히 보자면 우선 지방 정부관리 중 그 지방에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 왔던 인물들이 사라지면서 적임자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1989년의 개혁 후 지방 정부 재조직을 완성해 정상적으로 돌리는데 수년이 걸렸고 아직까지 진행 중인 곳도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돈' 문제가 시급한데 중앙 정부가 개입한다 해도 카운슬은 더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 비용효율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더불어 이런 움직임의 가장 큰 발단이 된 럭비월드컵을 치루기 위한 전초전이라 하기엔 너무 큰 충격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본 행사를 준비할만한 역량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도 지적했다. 오클랜드의 현재 역량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움직임에 눈살을 잔뜩 찌푸렸던 그와 대조적으로 다른 한편에서 찬성 여론 조성 물밑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던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전 오클랜드시의 유명한 고위 공직자로 Motat, Britomart 등의 까다로운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Mr. Fix'라는 칭찬 가득한 애칭까지 얻은 Grant Kirby가 주인공이다. 그는 'OneAuckland Trust'라는 로비 그룹을 만들어 오클랜드 1개 도시 합병을 적극 주장하며 지금까지의 '개혁 경력'(?)에 또 다른 별을 달려고 시도했다.
필자는 지난 달 초 헤럴드 신문에 'Over governed but underperforming'이라는 제목으로 그가 기고한 글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났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오클랜드는 많은 정부단체를 가지고 지나친 통제와 간섭을 받고 있으나 효과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는데 오클랜드의 분리된 지방정부 통치보다 더욱 효과적인 모델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근거들을 꼼꼼히 나열한 그의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였다. 서두에 언급한 오클랜드의 초라한 경제성장 성적표가 그의 신문기고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때맞춰(?) 발표되면서 그의 주장이 더욱 힘을 얻지 않았을까 한다.
그에 따르면 8개라는 지방 단체의 운영으로 얻어지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의 핵심은 8의견, 8개의 계획, 8개의 조례, 8개의 다른 자금, 8개의 정치집단으로 나눠진 오클랜드 관리조직의 분열로부터 나온다. 시민들은 3년마다 기본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 7명의 시장과 110명의 의원, 147명의 커뮤니티 보드 멤버를 뽑아야 한다. 너무 많은 대표들과 기관들이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오클랜드가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지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이것이 오클랜드를 약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을 생각하면 쉽겠다.
그가 대표로 있는 OneAuckland Trust의 계획은 7개의 ▷카운슬과 ARC를 빠른 시일 내에 하나의 시로 만들고 ▷하나의 시장과 25명의 의원을 뽑는다 ▷교통, 수도, 하수, 스톰워터를 기간설비 기구로 배치하여 관리자들이 운영한다 ▷20개의 커뮤니티보드를 세우며 각각의 보드에는 선출된 4명의 의원을 가진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마누카우 시장 Sir Barry Curtis와 전 ARC, 브리즈번 시티 카운슬의 Garry Law는 하나의 시로 통합하는 것이 권력의 축적을 불러일으켜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하자 Kirby는 세 개이든 하나든 언제나 권력집단은 잘못 행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던 호주 브리즈번은 'one-city' 합병을 시도한 뒤 큰 발전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효율성의 증대, 비용 절약, 발전 경영을 우선순위로 삼고 시티중심가에서부터 20km나 뻗어나가는 넓은 지역을 한 명의 Lord Mayor와 26명의 공직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카운슬 통합후 브리즈번의 성장은 너무나 뚜렷해 호주 내에서도 퀸스랜드 등 다른 중소 도시들이 브리즈번을 모델로 삼아 도약의 발판을 삼고 있다. 브리즈번은 최근 7년간 인구가 11만 4천명에서 97만 8천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세금자산은 15%나 증가했으며 수도물 소비도 18%가 올랐는데 거의 580km의 새로운 하수도가 설비되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시 당국 관리자들은 도시 합병 이후 지역을 분할해야 한다는 얘기가 한 번도 나온 적 없다고 자랑스러워 한다.
***** 변화가 필요하다면. . . *****
오클랜드가 1개 도시가 되든 3개 도시가 되든 아니면 지금 상태가 유지되든 간에 중요한 것은 오클랜드는 이제 럭비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야망과 계획을 갖고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때라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며 럭비 올림픽 개최 역사에 오점으로 남길 원하지 않는다. 올림픽을 좋은 구실 삼아 오클랜드의 느리고, 구역별로 일치하지 않는 서비스 때문에 오는 시민들의 이중 비용과 노력을 제거하고 시동만 거는데 한참이 걸리는 각종 주요 사안들을 획기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경영전략이 절실하다.
현재 불투명해진 수퍼시티 설계는 그냥 파묻혀지기보다 두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 후퇴가 되어야 한다.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될 시민들을 위해서 가장 많은 혜택이 그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물론 기본지침임을 잊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