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를 보니
어느 초등학교의 강당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양치질의 중요성,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본 아들 얘기가,
저네 학교에서도 오늘 똑같이 했단다
강당에 모여서 교감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는데 3분이 아니라 4분동안 양치질을 해야한다고 했단다 왼쪽 안에 1분, 오른쪽 안쪽에 1분, 왼쪽 윗 부분 1분, 오른쪽 위에 1분, 도합 4분.
"그래, 앞으로 배운대로 해"
당장 그날 저녁부터 복습을 시켰다
아들은 손목시계를 들고 오더니 직접 시간을 재면서 양치질을 했다
4분이 이렇게 긴 줄 몰랐다며 놀라워한다
그동안 30초도 안 걸릴 정도로 후딱 양치질을 하던 버릇을 이제 좀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들녀석을 보면 요즘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거의 스폰지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다
가끔 엄마의 v와 b, z 발음을 교정까지 할 정도로 영어에 발동이 걸렸다
뉴질랜드 온 지 1년정도 되어 가는데,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Kelly Tarlton's(오클랜드의 수족관)에 데려갔는데
펭귄구경하는 열차내의 안내방송을 다 알아들어서 엄마를 놀라게 했다
이곳 친구와 영어로 전화통화도 곧잘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흐믓해서 궁둥이를 툭툭 두드려 준다
하지만 영어쓰기를 시킬 때면 약간 혼란스럽다
엄마가 배워서 아는 영어와는 전혀 다른 필체로 알파벳을 쓴다
k와 R, a 는 정말 엄마가 구별하기 힘든 수준이다
담임선생님이 쓰는 것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것 같다
이러다간 나중에 아들이 쓴 글을 읽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엄마가 학교에 갈 일도 없으니 아들과의 대화꺼리도 궁색해진다
방과후에 집에 돌아오면 나는 항상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아들녀석의 대답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Good."
누가 아들아니랄까봐 ㅉㅉㅉ
한국사는 친구와 전화통화중에 시험얘기가 나왔다
친구의 딸은 시험결과가 별 신통찮아서 여름방학중에 공부를 많이 해야한단다
거기다 대고 내가 염장을 질렀다
뉴질랜드 학교에서는 도대체 시험이 없어서
우리 아들은 시험이 뭔지 모른다고.....
그럼 평가를 어떻게 하냐고 물어본다
글쎄,시험은 없어도 성적표 받아오는 것 보면 영어,수학, 기타 등등 평가가 나름대로 다 되는데....
한국처럼 시험기간을 정해놓고 시험범위를 주고 시간당 문제만 풀게하는 시험은 없지만
이곳에서도 나름대로 여러 종류의 비공식적인 시험이 있다
예를 들면 수업중에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gr로 시작하는 단어를 아는대로 공책에 써 보세요
어떤 아이는 green, grandmother, grandfather 이렇게 세 단어를 써 내지만
어떤 아이는 서른 몇 단어를 써 낸다
그럼 각 학생의 영어 어휘력이 판명날 것이고,
월요일이 되면 주말에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발표하게도 하고 혹은 쓰기도 시킨다
그럼 그 아이의 작문실력이 들통날 것이고,
수학문제를 칠판에 여럿 써 놓고 각자 답을 공책에 적어내라고 하면
저절로 수학능력도 드러난다
그럼 다음부터는 22명 각자의 수준에 맞는 수학문제를 따로 따로 풀게한다
어떤 아이가 어느 단계를 잘 해 내면 그 아이는 그 다음단계의 문제를 제공받는다
매일 집으로 가져오는 영어책 읽기 숙제도 보아하니 각자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주는 모양이다
그런면에서 이곳 선생님들은 정말 바쁠 것 같다
물론 한국선생님들도 교장눈치보랴, 잡무에 시달리랴 힘들겠지만
그래도 학생들 개개인의 발달상황에 맞는 교재를 일일이 따로 준비하는 것은 대단한 시간과 정성의 결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많이들 피곤한 모양이다 툭하면 선생님이 결석을 하고, 다른 대타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