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지 말고, 선한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반드시 하도록 하라(勿以惡小而爲之 ,勿以善小而不爲)"는 말은 중국의 삼국시대 촉한(蜀漢) 정부의 건국자였던 유비(劉備 ; 서기 161~223년)가 세상을 떠나는 자리에서 외아들이 유선(劉禪 ; 서기 207~271년)에게 남겨 준 말입니다.
촉한 정부의 제2대 황제의 자리를 계승하게 된 유선은 당시에 열일곱 살에 불과했고 특별히 재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도 않아 유비는 세상을 떠나는 자리에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일은 승상(국무총리격)인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잘 처리해 줄 줄은 알지만 아무리 충성심 많고 현명한 제갈공명이 모든 일을 보좌해 준다고 할지라도 유선 본인이 워낙 용렬한 인물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유비로서는 여러 날을 두고 고심하고 고심하던 끝에 생각해 낸 가장 효과적인 훈계의 말이 이 말이었던 셈입니다.
"승상인 제갈공명을 나 대신에 아버지로 여기고 매사를 의논해서 처리하도록 하라." 는 당부와 함께 이 말을 아들에게 유언으로 남겨 주고 유비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에 유선은 아버지의 유훈을 충실히 지키면서 모든 국사를 제갈공명과 의논해서 처리했고, 제갈공명의 결재를 거치지 않은 문서들은 그에게 올라올지라도 결코 결재를 하지 않아 아무 탈 없이 국사가 운영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갈공명이 서기234년에 세상을 떠난 다음에는 제갈공명을 대신할 만한 인물이 없었고 그나마도 후에는 황호라는 환관에게 푹 빠져서 모든 나라 일을 간악한 환관이 좌지우지하는 결과까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촉한 정부는 멸망했고 황제인 유선은 포로로 잡혀가 목숨이나 부지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나쁜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지 말고, 선한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반드시 하도록 하라."고 자식을 훈계했던 유비의 이 말은 그 후에 중국에서 자식을 훈계할 때에 가장 많이, 가장 자주 인용 되는 말이 되어 왔습니다.
송(宋)나라 때의 주자(朱子 ; 서기 1130~1200년)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소학(小學)의 외편 가언(嘉言)에도 실려 있는 이 말은 제갈공명이 자식을 훈계한 "차분함으로 몸을 닦고, 절약정신으로 마음을 닦으라.(靜以修身, 儉以養德)" 고 한 말과 쌍벽을 이루면서 중국의 모든 서당에서 자주 거론되는 말이 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는 속담도 내용상으로는 이와 같은 계열에 속하는 훈계의 말입니다. 악한 일은 어디까지나 악한 일일 뿐이지, 악한 일에 가볍고 무거운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마음가짐이야 말로 애당초부터 악행을 습관 들이지 않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반대의 경우로서 선행에 대해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하찮은 선행이라도 어렸을 때부터 반드시 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이라야 후에 큰 선행을 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거리의 자선냄비에 백원짜리 동전 한 닢씩이라도 던져 넣어 본 아이라야 후에 이웃돕기 성금으로 수천만원 혹은 수억 원씩 내놓은 성인이 될 수 있지, 그런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돈을 내 놓는 일이 잘 되지 않습니다.
현대의 입시위주 교육의 나쁜 여파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의 덕성교육에 대해서보다는 지능과 기능의 개발에 더 열을 내고 있는데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잘못된 것입니다.
지능과 기능을 갖춘다는 것은 한 사람의 평균적 생활인이 되는 데에 요구되는 조건이기는 하지만 어느 분야에서나 중간관리자급 이상의 지도자가 되려면 인간적 덕성이 갖추어지지 않고는 안됩니다.
원대한 안목과 깊은 책임감,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예적(禮的) 정신과 협동, 화합을 중시하는 높은 덕성, 그리고 사람을 키울 줄 아는 공익 우선의 마음을 가지지 않고서는 남들의 추대를 받는 지도급 인물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자기 자신이 높은 도덕적 기준과 가치의식을 갖추고 있을 때라야 온갖 인정의 기미를 알아차릴 수 있고 뭇 사람들의 미세한 심리적 움직임을 통찰할 수가 있습니다. 자손이 잘 되기를 바랄수록 자식의 덕성함양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