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질러신이 다녀가다” 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무리하게 뭔가 크게 소비할 때 특히 카드를 확 긁어 버릴때 질러 버려셔 질러신이 다녀 갔다고 한다던데..^^
여튼 종종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동화책 질러신이 다녀갔네 정수기를 질러버렸네 해서 웃곤 했는데..…
얼마 전에도 우리집에 질러신이 다녀갔다..
그 분은 다름 아니신 냉장고 질러신이셨다..
중고로 그것도 아는 분이 쓰시다가 물려주고 간 냉장고가 참말로 성능도 좋고 다 좋은데 김치 한통 들어가면 다음 상황이 난감하다 보니.. 물건을 살 때면 냉장고에 자리가 있나부터 점검해야 한다. 사실 그것 때문에 가끔 신랑과 씨름을 벌일 때가 많았다. 무작정 큰 거를 사려는 신랑과 막으려는 나와…
그래서 맘먹고 냉장고를 바꾸기로 했는데…
뭐 예상했던 데로 중고 사이트를 밤이면 밤마다 뒤지던 우리 부부..
맘에 드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아 지쳐 갈 때즈음..
“ 야~~ 이거 좋다!”
“ 뭐?”
“ 한국 지펠인데 홈바도 되고 670리터래!”
“ 오…진짜??”
무작정 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오클랜드 시내에서 오레와까지 달려가던 우리 부부
“ 쫌 멀다~`”
“드라이브 한다 치자….”
그렇게 서로의 무모함을 감싸며 갔는데..
사실 냉장고는 맘에 들었다. 중고치고는 깨끗해 보였고…무엇보다 크고!
잠깐! 신랑이 결정을 내리기 전 나는 미리 준비해간 줄자를 가지고 냉장고 폭을 재보았다…
이런..우리 문보다 넓다….뜨악….
2층 창으로 옮기지 않는 한 현관문으로 들어오기엔 우리 문보다 2센티나 더 넓다….
이건 냉장고 값보다 운반 비용이 더 들게 됐으니…
결국 실망에 대 실망을 한 우리 부부 오레와 비치에 앉아 허망한 바다를 보자니 갑자기 삶이 서러워 진다..
친구들은 시집갈 때 새 가구에 집채만한 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 사가던데…
나는 200리터 짜리 냉장고 하나로 여지껏 지내오다 결국 구질구질 중고나 찾고있고.... 흑흑..
“ 야~ 중고가 어때서? 너는 참…”
남편의 궁색한 변명…
“ 오빠 왜 그렇게 됐니? 아예 중고가게를 차리지?? 우리집 봐봐 .도데체 정이 가는 게 하나도 없어…남 쓰다 버려지는 게 뭐 그렇게 좋니?? 이게 다 이놈의 뉴질랜드때문에!!!
평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았는데.. 싸고 좋은 물건 사 왔을 땐 나도 덩달아 횡재라도 한듯 마냥 기뻐 했으면서….
내 말에 불끈해진 남편!
“ 좋아 새거사~~~~~!!!!!!!!!!”
바로 그 순간 남편에게 질러신이 다녀간 것이다..하하하..
다음날 우리는 커다란 건 아니지만 우리식구 쓰기 딱 좋은 냉장고를 집안으로 모셔왔다..
물론 오기까지 본앤본드 매니저와의 불꽃튀는 네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않될 것이다.. 이뿐넘이 어쩜 사이즈도 딱인지 짜여진 제자리에 오차도 없이 들어 맞았고..
그 색마저 흰색이 아닌 오색 찬란으로 보이고 있으니..
닦고 닦고…괜히 열었다 닫아 보고…^^
“ 좋냐?”
중형 냉장고 하나에 가슴이 뿌듯해지다니….나도 짠순이가 다 된건지…^^
아마 질러신도 이제 당분간 우리집에 온다는 건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다녀간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