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환율, 이민 그리고 교민경제
연초 이후 급속한 환율변동 즉 원 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한국에서는 다시 해외 유학 붐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과연 그러한 추세가 뉴질랜드에까지 이어질까'라는 의문이 남는 게 사실이다. 이는 최근 각종 설문조사 및 보고서에서도 자세히 나타나고 있기…
뉴질랜드 달러의 500원대 진입으로 인해 곳곳에서는 몇년 동안 장기불황에 허덕이던 교민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실제로 지난 3월 25일,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유학이민박람회가 대성황을 이루었으며, 유학관련 사이트의 방문자수도 2월말(24만명)보다 2.5배나 늘어난 83만명으로 집계되는 등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아울러 오는 6월경 이민법이 한층 완화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나돌면서 '교민경제 회복설'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하반기 경제회복 기대는 '전망'이라기보다는 '희망'에 가깝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먼저 올초 한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수도권과 전국 5개 광역시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기유학의 선호국가를 살펴보면 뉴질랜드는 아예 명함도 제대로 못 내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H'리서치 관계자는 "그동안 선호도 1위를 차지했던 미국(26.5%)을 여유있게 제친 캐나다(36.9%)가 최고 유학지로 떠오르고 있다."라며 "미국 다음으로는 호주(18.4 %), 영국(5.5%), 기타(4.3%)순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학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보면 중국을 비롯한 필리핀, 말레이시아가 새로운 유학국가로 각광을 받고 있었고 이 외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이 1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뿐 뉴질랜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 입국한 방문객들의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은 호주(37%), 영국, 미국, 일본 다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5위를 차지했지만 그 수치는 전년 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 들어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 통계청관계자는 "중국은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잠시 증가했다가 2월부터 다시 감소한 반면 한국은 일본과 함께 작년 11월부터 꾸준하게 방문자수가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환율하락에 따른 수혜국가 리스트에서 웬지 뉴질랜드만 제외될 것 같은 불길한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클랜드의 'A' 모 학원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원화 환율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때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그 변화는 바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전년동기에 비해 소폭으로 하락하는 것이다."며 환율변동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 환율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중 *****
현재 조금씩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시아권 국가의 통화가 대체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ANZ은행 경제 전문가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점점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동아시아국가들의 무역 흑자규모가 늘어나자 국제자금이 아시아로 몰리면서 그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로는 '15년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 '위안화 절상 가능성'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등을 들 수 있는데 몇몇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뉴질랜드 달러의 약세가 계속된다면 경제는 오히려 대공황에 버금가는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환율변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개인이나 기업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게 받아 들여진다. 최근 National은행이 환율변화에 비교적 민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율민감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부분이 고환율 변동에서는 영업이익이나 경상이익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 반면 저환율하에서는 비교적 작은 편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담당한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기업들은 환율변화에 덜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낙농제품 등은 경쟁력이 높아서 가격 변화에 대한 매출의 민감도가 약화되고 있고, 또한 대다수의 기업들은 다양한 환 헤지(예상치 못한 환율의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적절히 방지하여 자산손실을 방지하고자 하는 활동)방법을 도입, 환율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비록 그동안 뉴질랜드 경제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던 교민경제라 할지라도 지난 과거보다는 환율변화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되고 있다. BNZ은행의 한 경제학자는 "뉴질랜드 달러의 지나친 약세를 정부가 그냥 팔짱을 낀 채 관망하기보다는 과감한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결론은 이민문호 개방이지만… *****
앞에서 대략 살펴본 바와 같이 교민경제가 되살아 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환율하락'이 아닌 '이민문호 개방'으로 압축할 수 있다. 작년말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해외투자건수는 4천건, 해외재산반출규모 2조원 그리고 해외이주비는 한 달 평균 5천만달러에 달해 그 규 모가 사상최고를 기록하는 등 한국에서의 이민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유학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는데 'B'이민컨설턴트 관계자는 "투자 이민을 비롯 다른 카테고리들이 호주, 캐나다에 비해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어 예비 이민신청자들이 뉴질랜드를 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캐나다, 호주등과 같은 영어권 국가들은 '한국 이민자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까지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어 커다란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코리안아메리칸 연구학회'는 한국인은 교육성취도와 기업활동면에서 다른 인종들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직접 논문을 작성한 Roland 연구원은 "한국 이민자들이 경영하는 업체들은 지난 82년부터 15년간 고용창출은 13배, 수입은 15배나 성장했다."라며 "한국 이민자가 2배로 늘어나면 미국인의 국민소득 증가율 또한 0.1%-0.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는 소견을 밝혔다.
호주도 기술 숙련자들이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 능력있고 뛰어난 한국인등 외국출신 학생들이 자국에서 공부하면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캐나다 역시 한국인 이민자들이 경제활성화에 높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판단, 한국인들에게 기술이민을 장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뉴질랜드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6일, 정부는 다른 나라와는 반대로 입국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현재 약 2만명선으로 추산되는 불법이민자를 보다 신속하게 적발, 검거하기 위해 이민관에게 경찰과 똑같은 권한을 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곧 시행될 예정인 새 이민법은 이민관이 불법이민자를 직접 추적하여 체포, 구류 또는 감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David Cunliffe이민부 장관은 "우리가 원하지 않은 몇몇 사람들이 뉴질랜드에 계속 살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라며 "그들을 찾아내서 추방시키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어 그동안 문제가 되었는데 이번법은 그러한 어려움들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전해진 바에 의하면 이민관은 지금까지 경찰관이나 세관공무원들만 할 수 있었던 비행기나 배의 밀항자 수색을 포함, 그들을 찾아 내어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4시간 동안 감금할 수 있다고 한다.
***** 뉴질랜드는 이민자를 원하지 않는다(?) *****
중국 커뮤니티의 한 관계자는 "피터스 NZ제일당 총재가 현정권에 계속 남아있는 한 '이민법 완화'라는 아시안들의 최대 숙원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의 선례로 보아 뉴질랜드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변화는 절대로 바라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2002년을 기준, 뉴질랜드내 외국태생 거주자의 비율은 OECD 평균인 10.2%를 훨씬 웃도는 19.5%로 나타나 룩셈부르크(33%), 호주(23.2%), 스위스(22.4%)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지난 90년에서 03년까지 순수 이민자 유입은 인구 천명당 3.3명에 불과했지만 2003년부터는 8.7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동안 룩셈부르크, 캐나다는 각각 8.8 %, 5.6%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멕시코(0.5%), 터키(1.9 %)같은 나라는 외국태생 거주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C'이민 컨설턴트 대표는 "나라 안팎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민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목 소리가 연일 들리고는 있지만 그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있다는 사실에서 큰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렌필드에 거주하는 교민 'A'모씨는 "불과 3-4년전만 해도 불황의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길게는 5년 이상 현재와 같은 불경기가 계속될 것 으로 생각된다."며 우려섞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교민 'B'모씨는 "물론 환율이 더 내려가면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이민의 문이 활짝 열려야만 침체된 교민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올시즌 교민경제 부활의 열쇠는 500원 중반대의 저환율에다가 열릴듯 말듯한 이민이 단단히 쥐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David 이민장관이 밝힌 '숙련공을 유치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경제환경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이 곧 이민법 완화를 의 미하는 것인지는 상당기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