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촌에서 교육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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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2006. 11:11
김혜영 ()
나의 하루는 알람시계의 요란한 신호로 정확히 오전 6시반이면
시작을 한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데,특별히 아침잠이 많은것도 아니지만,
요사인 그 아침기상이 왜 그리 힘이 드는지..
알람시계 두개도 모자라서,,
모바일까지 합세를 했으니 그 아침의 노이즈는 가히 상상을 할수 있으리라..
지금 사는 이 집으로 얼만전 이사를 오기 전까지,,
9개월 정도 바스룸도 두개고,,마당엔 널찍한 데크도 있는,,
그런 새 집에서 살았었다.
사람의 욕심은 다 이런건지..햇빛만 잘 들어도 감사할거 같고,
도둑만 없어도 정말이지 살거같았던,,.,그야말로
더 이상의 바램이 없을것 같았던 그런 시절도 있었건만,,
아마도 나의 이전 글들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두번이나 도둑을 맞았던 뼈아픈(?) 르네의 그 이야기를
잘 아시리라....ㅠㅠ
그리고,,
나를 이모라 불르는 그 홈스테잉 두녀석과,
울집아이들둘,,그리고 우리부부 이렇게 6식구가
함께 살 그 큰집으로 이사를 갔을때...
첨 몇달동안은,,아이들도 나도,,
욕실이 두개,,화장실 두개라는게 어찌나 좋은지..그저 히죽히죽,,,
"엄마,,이거봐요,,,여기 짱좋아여,,,"
이 소리를 달고 살았던듯,,,
그리고,,몇달후,,동네사람들이라곤 앞집 부부 이외엔 당최 코빼기도
볼 수가 없는 ..저녁식사후 산책을 나갈라치면,
다들 커튼닫아걸고 집안에서든 무얼하는지..
인정머리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고,
웃는 얼굴이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그래도,전에 살던 동네는 막가파 마형님들도 (?) 많았었고,
소말리 사람들도 자주 볼수있었고,,길바닥에 채이는게 쓰레기..
도둑님들은 말할것도 없는,
하긴 최악의 동네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그래도,,거기선 사는 맛,,,딱히 무어라 말을 해야 적당할까,
그래 사람사는 재미라고 하자..
그리고 정이라고 하자,
그런게 그곳엔 있었는데.
"암만해도,말이다,,엄마는 부촌 체질이 아닌가비..쩝,,, 사람사는 맛이 안난다,
이노무 동네는,,,잔듸때깔도 틀리고,멋찐집이믄 무얼하리..니들은 그리 생각안혀?"
",,,,좀 글큰하죠,,근데..동네가 넘 깨끗하고 좋잔아여,,,,"
"글치..건 확실히 글치..리버로드가 바로 앞으니...전망좋고,,
이런데 살아보는게 바램이기는 했었지...흠,,,"
그렇게..석달,,,넉달,,,,
좋은 집,,마당넓은 집으로 가는대신 우리 아이들은,
아침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스쿨버스를 기다려야 했고,
더러는 비가오는날에도 자전거를 타야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새라는,,
하교길에 해준다는 픽업도 마다하고,,걸어서 한시간여의
거리를 걷겠노라 자청을 했는데.
"할수있겠으??"
"그럼여,,오는길에 리버로드가의 집들이 얼마나 이뿌고 좋은데요,
그냥 쉬엄쉬엄 구경함서 오믄 되여,,,"
어느날,,,
"엄마,,나 학교가차운데로 이사가고 싶어,,"
"와,,이 동네 느무느무 좋담서>??"
"아닌거 같아,,동네에 사람들도 없고,,친구도 사귈수 없고,,
학교도 넘 멀고,,,,"
"실은,,,이모,,나두,이사갔으면 좋겠는데...학교가차운 곳으로,,,
그리고 동네가 넘 심심하고,,
"새로 이사가믄 화장실이 한개도 어쩌면 욕실도 한개일지도 모르는데...
괸찬겠으??"
"그럼여,,전에도 그리 살았는데.몰요,,"
결국,,
우리의 부촌생활(?)은 정확히 9개월만에 일단락이 나고 말은것을,,
나는 지금,
학교 정문이 내 창문 바로 앞으로 보이는 그런 집에 앉아서
글을 쓰고있다.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들리고,
하교길엔..
울 막내넘이 젤로 먼저 횡단보도를 뛰어오는걸 바라다 볼수 있는,,
그런 집..
아주 오래되었지만 볕이 넘 좋아서,,빨래가 단박에 후다닥 말르는 그런집..
한국에서 살때,결혼을 하고 딱 한번의 이사를 했을뿐,,
아이들을 낳고 그리고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때까지.
십년이 넘게 한 집에서만 살았던 우리 식구는,
이사하고는 그리 인연이 없는 편이었는데..
해서,,
세탁용 세제들을 새로 사야할때나,
두루마리휴지를 살때마다,,
"나두 이사한번 가봤으믄,,이런게 안사도..될거인데..."
크크,,,
그런데..이곳 뉴질랜드,,
정확히 일년에 한번씩 이사를 한셈이니..
오...노,,,
더이상은 노,,,,
지겨운 박스꾸리기...그리고 그보다 더 지견,,풀르기..
그 지견짓을 더이상은 못하리...
아침에 꽃에 물을 주러 나갔더니..
옆집아짐이 말을 건다..
"어디서 이사를 오셨어여,,,,?"
"네...노스쪽여,,,,
"아하,,부촌서,,교육촌으로 입성하셨구먼여.....하하,,"
후후,,,
그래 말이 참 좋다,,
부촌서..교육촌이라,,,,,
어디서 살든,,
단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는,
우리가족의 첫해 겨울나기였던 그 곳..
습기가 넘 많아서,,
그저 사시사철 오돌거리기만 했던,,
그러나,
맨발로 징겅징겅 잔듸를 밟고 빨래를 널고..
다시 소나기가 오면,,후다닥 걷고,,
또 다시 널고,
햇님과의 숨박꼭질했던 그 때 를...
우리가족은 여전히 가장 좋았던 순간이라고 말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