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 뉴질랜드에서는 공부하기 싫다(?)
반(反)뉴 정서확산 및 까다로운 비자발급 등으로 외국유학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큰 뉴스거리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진부한 얘기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이로 인한 엄청난 재정손실과 경제활동 위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난 23일, 켄터베리 대학생들은 정부는 '더러운 짓(Dirty tricks)'과 '차별대우(Discrimination)'를 즉각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강도 높은 시위를 벌였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5배나 차이가 나는 학교등록금 때문이었는데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한 PhD(박사) 과정의 일년 학비는 $22,900이었지만 신규 유학생들에 한해 올해부터는 $4,600에 입학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학교관계자는 "실제 정부의 초기 의도는 급감하는 외국유학생들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었 지만 오히려 커다란 반발과 논쟁만 불러 일으키게 된 꼴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올초 정부는 아시아를 포함 유럽권 국가들의 외국인학생 입학률이 갈수록 낮아지자 등록금을 내국인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허나 이는 새로 등록하는 박사과정에 국한되면서 이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5년 문제가 된 학과에 지원한 Sophy Allen은 "우리는 이런 억울한 상황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 등록했음에도 불구, 도대체 왜 그들보다 5배나 많은 학비를 지불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난 했다.
게다가 당시 집회에 참석했던 상당수 뉴질랜더 학생들도 정부의 현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며 목소리를 높였는데 그들은 "정부는 높은 학생대출이자율을 0%로 내려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이 역시 현재 빚에 허덕이는 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뉴질랜드교육계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The Tertiary Education'의 민원 조사부는 자체조사를 통해 교육부에 이미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Karen Due Theilade는 "대학교측과 정부는 서로 비난을 하고 있는등 책임회피에 급급하다."며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보여줄수록 학생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수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대학원생들 중 상당수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뉴질랜드를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교육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실제 켄테베리, 오타고 대학교에 재학중 인 몇몇 학생들은 영국이나 호주로 학교를 옮길 계획을 세웠으며, 그 수치는 갈수록 증가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간 20억달러에 달하는 뉴질랜드 유학산업에 혁혁한 공을 세운 중국유학생은 현재 25,0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지난 2년 전(54,000명)과 비교하면 절반이상 줄어든 것이다. 빅토리아 대학교의 한 관계자는 "2003-2004년도 미국 대학에 등록한 외국인 유학생은 57만명, 그 중에서 중국 출신은 10.8%인 6만명으로 뉴질랜드와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학원위원회측은 교육부를 비롯해 일선학교들, 일반 영어학원은 유학열기를 이전 수준으로 되살려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과의 심한 경쟁 탓에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도대체 무슨 일이지? *****
'What's happening with international students?' 이것은 지난 20일 와이카토 타임즈(Waikato Times)의 헤드라인이다. 타임즈측에 따르면 와이카토 대학 외국유학생들의 2006년 등록은 작년에 비해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AUS 부총장인 Tom Ryan은 "오랫동안 중국 유학생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일컬어졌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을 정도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일부 대학은 총장, 일선 학교들은 교장이 유학생 유치를 위해 남미국가를 방문하고, 자매결연이나 교환학생 프로그 램을 늘리는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헬렌클락 총리는 직접 칠레로 날아가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홍보를 펼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아시아권 국가의 유학생 유치 열기가 다소 식은 이유는 지금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교육부, 외무부장관 그리고 총리까지도 중국을 방문했지만 이미 심각해진 부정적인 이미지는 쉽게 떨쳐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와이카토 대학교측의 통계에 따르면 영어연수과정은 전년도보다 무려 49%나, Computing과 Mathematical Sciences는 19%, 그리고 Management는 17%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전체 학생들의 올 상반기 등록현황도 마찬가지로 5% 하락했는데 눈에 띄는 현상은 마오리나 퍼시픽아일랜더 학생들의 감소였다.
그들은 아시아 학생들 다음으로 많은 20%의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학과별로는 Art and Social Sciences가 8 %, Education 6%등이었다. Doug Sutton교수는 "아시안 학생을 제외한 현지 학생들의 감소현상은 실업률 사상최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학업보다는 취직을 우선시 하는 경향 때문이다"며 "이외에도 더 저렴한 학비와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호주대학교들의 대규모 홍보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카토 지역을 중심으로 베이오브플렌티, 코로만델, 타우포 그리고 이스트코스트까지 커버하고 있는 와이카토대학은 한때 9천여명이 넘는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1천여명 줄어든 8천명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일반 고등학교에서 바로 입학하는 학생들 또한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뿌리채 흔들리는 유학산업 *****
최근 유력 일간지 'Dominion Post'는 잇단 영어학원들의 몰락은 달러강세, 정부의 홍보부족, 높은 학비의 영향보다는 인종차별 때문이라는 이색 주장을 폈다. 한 어학원 대표는 "중국, 한국, 대만 등지에서 오는 아시안유학생들은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는 루머가 뉴질랜드 전역에 퍼져 있다."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과연 누가 뉴질랜드로의 유학을 결정하겠는가"라며 강하게 반문했다.
그는 이어 "신문과 방송등 모든 미디어에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아시안 유학생들이 일으킨 납치사건과 교통사고가 헤드라인을 장식해 언제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알려진 바에 의하면 뉴질랜드에서 대학을 졸업한 아시안 유학생들은 더이상의 인종차별을 피하기 위해 석사 및 박사과정은 주로 호주, 영국 또는 미국을 택한다고 한다.
작년 3월기준, 한해동안 외국유학생들이 뉴질랜드에서 학비등으로 지출한 비용은 총$1,483million였으나 이는 전년도의 $1,617million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금액이다. 게다가 이 내려간 수입의 상당부분은 영어 연수학생의 감소에서 기인하는데 실제로 26.6 %($149million)나 줄어들었으며, 그 추세는 향후 몇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anterbury Westcoast Secondary교장연합회 여성의장인 Linda Tame "위기에 처한 교육산업에 그래도 작은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것은 바로 Primary와 Secondary 유학생들로 그들의 지출액은 1.3%($15million)증가했다."고 말했다.
ELP(English Language Providers)의 자체조사결과 지난 2005년 어학원들 수업료의 세입은 $156million(2004년 $213m)이었다. ELP관계자는 "2년전부터 세입이 17. 4%, 26.7%등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라며 "따라서 뉴질랜드 학생들보다 비싼 등록금을 내는 유학생들의 감소는 학교경영과 지역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실제 웰링턴의 지역내총생산(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은 무려 $50million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20일, EWI(Education Wellington International)에 따르면 2004년 6,854명에 이르던 유학생은 작년 5,475명에 그치며 지역내총생산도 $194million에서 $145million로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그리고 국가별로는 중국이 47.1%($53.0million)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으며, 그 다음으로 한국($7.5million), 태국($1.0million), 베트남($0.9 million)순이었다. 반면 일본($.13million), 사우디아라비아($0.9million), 독일($0.6million)등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 로 나타났다.
***** 대책은 없는가 *****
시간이 지날수록 유학생들이 떠나는 뉴질랜드, 반대로 선호하는 호주. 특히 호주의 멜버른은 최근 영국의 런던, 미국의 뉴욕에 이어 세계 3대 유학선호지역으로 선정되는등 커다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호주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멜버른의 외국유학생은 33,000명으로 런던(62,000명), 뉴욕(36,000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으며, 지난 10년간 학생수는 매년 15% 상승 해 현재는 호주 전역에 오클랜드 인구의 13 %에 해당하는 20만명의 외국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재작년 학생비자발급건수를 기준으로 중국유학생이 1위(2만8천건), 한국이 2위(1만4천건)을 기록했다."며 "아시안 유학생들의 규모는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현재 뉴질랜드 교육부는 위기 타개책으로 어학원보다는 대학 교육에 중점을 두고 홍보를 하고 있다. Michael Cullen교육부장관은 "올해는 40명의 외국출신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며 "대학교 졸업후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장학금을 수상한 이들은 중국, 핀란드, 캐나다, 터키, 미국, 인도국적의 학생들로 학교별로는 오클랜드 대학이 9명, 빅토리아 7명, 오타고 6명 등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교육부와 일선학교들의 눈물겨운 노력들이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둘지 섣부른 판단자체가 지금으로서는 대단히 힘든 상황이지만 대체로 현상황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