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워도 법에 걸린다구요

너무 시끄러워도 법에 걸린다구요

0 개 2,007 박신영
우리집을 둘러싸고 있는 5채의 집중에, 왼쪽방향으로 정원이 들여다보이는 집에는 폴리네시안이 살고 있는 듯하다.

우리옆집에서 7년을 살다가 얼마전에 이사간 애드원 엄마의 말에 의하면, 7년을 이웃하고 살았지만 그집과는 한마디 인사도 한 적이 없단다. 세상에나,

나역시 5채의 집중에, 유일하게 그 집하고만 안면이 없으니 뭐......

하여간 내가 빨래를 널려고 나가면 항상 그 집의 넓은 정원과 교묘히 나무로 가린 집 창문을 볼 수 있었는데, 그집 아저씨는 백수인지 어쩐지 낮에도 성인남자가 한두명은 항상 있는 듯 보였다. 게다가 요즘에는 여름이라 그런지 항상 웃통을 벗어제낀 모습에다가, 라디오는 항상 무지 크게 틀어놔서 나도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얼마전, 이집 마당에 웬 큰 텐트가 설치되었다.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가 여러개 차려지고 일가친척인지, 까무잡잡한 퍼시픽 아일렌더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무슨 파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 놈의 파티가 도데체 일주일여동안이나 계속된다는 거였다.
무슨 결혼식이나 환갑잔치라도 하는지, 그래도 그렇지 무슨 파티를 저렇게 오래하는지, 매일 저녁이면 바베큐에서 지글지글 고기굽는 연기가 자욱한데, 저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서 자는 걸까, 잠은 어디 딴데서 자고 저집에서는 세끼 밥만 먹나 하여간 상당히 이상스러웠다.

제목을 알 수 없는 이 길고 긴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금요일저녁이었다.

그날 저녁에는 엄청나게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저녁부터 온 동네를 들썩이게 했다.

열시, 열한시쯤 되자, 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도데체 이 동네에서는 신고하는 사람도 없나?
그렇다고 내가 제깍 경찰에 전화할 수도 없고
뉴질랜드 신참인 내가 그냥 참고 자야지  하고 억지로 잠이 들었는데
너무나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소름끼치게 하는 남녀의 거친 웃음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체력도 좋아, 어쩜 밤샘을 하는 모양이었다.

한밤중에 바로 옆집 정원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 음악소리는 놀랄정도로 가깝게 들려서 마치 내 귀에 대고 악을 쓰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이 마지막날이라 저렇게 난리를 치고 노는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음날 저녁 또 바베큐 연기는 나고,  사람들은 열심히 먹고 얘기하고 있었다.
다만 어제와 같은 음악소리는 없었다. 다행히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파티는 계속되었고, 드디어 월요일 아침, 마침내 텐트를 걷어내는 것을 보았다.

제목을 알 수 없는 이웃의 길고 긴 파티를 엿보면서
나는 이 오클랜드의 소음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한 신문을 통해서, 이 도시에는 엄연히 noise control 부서가 경찰서조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만 신고를 해야만 이 경찰조직을 이용해 먹을 수가 있다.

그것이 잔디깎기 기계의 소음이든 파티 소음이든 어떤 시끄러운 소리에도 하여간 신고를 먼저 하면, 최대 35분내에 ADT noise control officer가 출동한단다. 그리고 이 경찰관의 상식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과연 이 신고된 소음이 정말 'too loud'한지 아닌지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 소음이 'excessive'하다고 판단되면, 경찰관이 a written warning(서면경고장)을 발급하게 된다.  이 경고장을 발급받으면 72시간내에 그 소음을 받드시 줄여야 한다. 만약 72시간내로 다시 신고를 받고 그 현장에 출동하게 되면, 경찰관이 집안에 들어와 그 소음을 일으키는 장비를 '몰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이 공격을 받아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심한 욕설을 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소란스러운 정원 파티가 종종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직접 겪어보니 정말 파티 소음은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그날 밤잠을 설치고 다음날 하루종일 찌뿌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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