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안 호수 트랙 (Lake Marian Track·왕복 3시간 소요) *****
트랙 입구에 차량을 세워 둔 후 작은 배낭에 라면과 김치, 찬밥과 계란을 넣고 올라간다. 주차장을 거쳐 트랙이 시작하자마자 출렁이는 구름다리가 나온다. 다리 밑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데, 물이 너무나 맑고 차가워서 물고기는커녕 물속에 이끼조차 보이지 않는다. 계곡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갑고 맑은 공기가 기도를 따라 들어가니 아침의 나른함이 단번에 떨쳐진다.
구름다리 밑으로 내려가 물을 채우고 세수를 하자 몸속에서부터 에너지가 차오르는 듯하다. 포도캅 나무 밑에는 작은 양치류 식물이 잔뜩 자라고 있는데, 잎 표면이 깨끗한 녹색으로 빛나 마치 플라스틱으로 만든 수백 다발의 조화를 심어 놓은 듯하다. 저 앞에서 쏴아 하는 소리로 시작된 물소리가 조금 더 가까이 가니 우당탕탕 하는 큰 소리로 들린다. 조금 앞으로 나가자 서늘한 기운이 덮쳐 온다. 속 시원히 뚫린 계곡 사이로 내려온 물줄기가 흰 포말을 뿜어대며 괴성을 지른다.
이곳에서 계곡을 올라가는 길을 만들 수 없어서 바위의 오버행 아래에 나무판을 깔아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축축하게 젖어 있어 미끄럽다. 길옆에서 삐죽이 나온 나뭇가지들이 얼굴을 스쳐 대는데, 그중에는 발톱같이 휜 가시가 돋은 넝쿨이 목을 긁어 피가 난다.
길은 끝없이 오르막이 계속되는데, 거목들이 길에 쓰러져 있는 곳이 많아 조심해서 나무를 넘어가야 했다. 계곡의 물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깊은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짧은 트랙은 그 기대치도 짧아져 힘들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에 벌써 힘이 든다. 잠시 앉아 쉬는 동안 배낭을 내린 등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사과를 몇 입 베어 물고는 다시 출발.
트랙은 직선길이 거의 없이 매우 꼬불꼬불한데, 몇몇 장소는 나무뿌리를 잡고 올라가야 할 만큼 경사가 심하다. 우리가 시작한 계곡 밑에서 호수가 위치한 산등성이까지 오르는 길이라 평지 한 번 없이 계속된 오르막이라는 건 예상했지만, 경사가 심해서인지 계속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다. 마침 햇살이 떠오르자 주위의 나무이끼에 젖어 있던 수분들이 김이 되어 올라가 안개가 덮인 것처럼 사방이 뿌옇다.
갑자기 밝아져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거대한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산사태가 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듯 돌무더기들은 아직 이끼도 없이 깨끗하다. 길이 끊겨 한참을 찾아보니 너덜지대 건너편에 작은 오렌지색 화살표가 있어서 가보니 사람들이 밟아 맨질해진 나무뿌리가 보인다. 이곳부터는 나무들의 크기가 작아지고 밀도도 옅어져 좀더 밝은 느낌이 든다. 어느 정도 고도에 올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머리를 들어 보니 좌우에 위압적으로 선 크리스티나 산과 라이틀 산이 내려다보인다. 나무뿌리에 앉아 과자 몇 개와 물을 마신다. 이제 목표까지는 약 20분 정도 남은 것 같다.
주변엔 이곳 남부에서 볼 수 있는 꼬리가 긴 팬테일과 로빈, 톰팃 등의 호기심 많은 새들이 주위에 앉는다. 이 새들은 모두 친근하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산행 도중 만나게 되면 작은 즐거움을 준다. 오늘도 로빈 한 마리가 바로 옆까지 와서 쳐다보고 있다.
오늘 도착지인 마리안 호수에 드디어 도달했다. 이렇게 넓고 확 트인 공간이 이런 산중에 있을 줄은 도착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왼쪽은 크리스티나 산(2,474m), 중간에는 크로스컷 산(2,263m), 그리고 오른쪽에 라이틀 산(1,989m)이 시야에 가득 차고 이 세 산에서 내려오는 눈 녹은 물이 폭포를 이루며 내려와 마리안 호수를 이룬다. 겨울 동안은 강설량이 훨씬 많지만, 온도가 낮아 눈이 녹지 않기 때문에 호수의 수면이 매우 낮다. 호수가의 바위에 있는 자국을 보니 수면이 약 20m 가량 내려간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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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영만과 뉴질랜드 28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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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BS 1 , 일요 다큐 ‘산’ 4 회
통가리로 국립공원, 타라나키 국립공원 (2006년 5월 말 방영)
마운트 쿡 볼 파스 (2006년 4월 9일 방영)
험프리지 트랙 (2006년 4월 16일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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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MB Channel : U1 (공중파 DMB)
“캠퍼밴 타고 익스트림 뉴질랜드 여행” 12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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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혹은 네이버에서 '김태훈, 뉴질랜드 캠퍼밴'을 찾아 보세요.
이상 입니다. 리플 많이 달아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