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뉴질랜드로 이민을 오십니까? *****
얼마전 회사를 찾아온 고객이 있었다. 올해 신법하에서 장기사업비자를 받고 최초 주어진 9개월 동안 해야 할 일에 대해 상담을 하고자 찾아 온 분인데 영어시험 IELTS 5.0을 받으면서까지 뉴질랜드에 오려는 분이 최근 많지 않은지라 그 사유를 물어 보았다.“이런 자격과 경력이면 호주나 캐나다도 쉽게 가실 수 있는데 굳이 영어시험 보아가면서 뉴질랜드로 오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분 말씀인즉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나라보다는 어렵게 들어갈 수 있는 나라가 좋을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들어가는 관문이 좁으니 여기 이미 들어와 있는 분들은 선별된 분들 아니겠습니까?”
다소 코믹하게 이민변을 하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전혀 근거없는 대답은 아니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그 분이 전격적으로 이민 짐을 싸고 들어올 내년 초 뉴질랜드는 정말 그분 말대로 영어시험을 봐가면서까지 여기 오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뉴질랜드가 되기를 희망하는 데 개인적으로는 착잡한 전망이 예상된다.
***** 뉴질랜드의 불황, 아시안 이민 문호의 개방? *****
경제적 지식이 일천한 필자에게도 내년도는 상당히 뉴질랜드 경제가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내년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업가들의 숫자는 급속도로 줄어드는 반면 비관적으로 보는 숫자는 갈수록 느는 상황이다. 따라서 소프트랜딩이냐 하드랜딩이냐, 집값이 몇 % 하락할 것인가 등 경기하락은 기정사실화하는 전제하에 그 강도가 어느 정도 될것이냐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듯 하다.
뉴질랜드 이민정책이 장기적인 국가적 마스터플랜 없이 그 때 그 때 내수경기 진작 및 억제용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비판하는 입장인 필자이지만 뉴질랜드 경기하락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역으로 아시안에게 유리한 이민정책 변경이 이번 기회에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감이 한편으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경기하락이 하드랜딩화할 경우 이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자체 체력이 뉴질랜드로서는 부족하다고 보고 어쩔 수 없이 외부로부터의 수혈을 통해 이를 상쇄할 수 밖에 없다면 지난 15년간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다시 아시안 이민카드를 통해 이를 돌파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 이런 기대감을 갖는 근거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만약 뉴질랜드 정부가 아시안(여기서의 아시안은 영어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현지 아시안을 칭한다)에게도 이민 문호를 활짝 열어 놓을 경우 그래서 다시 한국인들이 밀물처럼 이 곳을 향할 경우 이를 수용하는 우리 교민들 및 뉴질랜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생각이 든다.
***** 호주의 인종갈등 폭발 *****
옆 나라 호주에서는 최근 시드니 근교 해변에서 중동계 이민자와 5,000명의 유러피안 백인( 소위 Aussie) 젊은이 들간의 인종간 집단 패싸움이 벌어졌다.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계 청년들이 해변에서 축구를 하면서 노는 것을 백인 인명구조대원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서 제지하려다가 이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이 그 출발 점이라고 한다.
이들 백인들이 해변으로 집결할 수 있었던 것에는 휴대전화 메시지가 큰 역할을 하였다는데 짧은 시간 내에 이들 오천여명이 집결할 수 있었던 것에는 잘 조직된 집단(극우 단체)이 그 배후에 있어 가능한 것이라 추정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군중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은 그들 내에 이들 중동계 아시안들에 대한 공통된 불만이 있지 않고서야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충돌은 상당수 호주인들이 중동계 테러집단에 의해 희생당한 것이 주 배경요인으로 보여지어 상대적으로 이민정착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인종차별과는 다소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뉴질랜드 한국 교민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로 받아 들여진다.
***** 건강하고 투명한 이민사회를 위해서 *****
저번 주에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우석 교수 파동에 대해 언급하였었다. 글의 기본 취지는 연구성과의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합리적인 의구심을 가진 소수의 목소리가 국익이라는 명분을 가진 광기와 같은 집단 목소리에 쓸려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인데 또 같은 기대를 우리 교민 사회에서도 해본다.
일전에 어떤 교민업체의 상업행위가 적법하지 않다하여 뉴질랜드 신문에 난 사건을 두고 이 곳 일부 교민지들에서는 이 사건의 보도가 가뜩이나 어려운 시점에 교민경제를 위축한다는 명분(이 과정에서 제 3기관이 개입하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하에 이를 집단적으로 싣지 않은 적이 있다.
새로운 이민자들이 유입되어 교민경제의 볼륨이 커진다는 것이 건강한 교민사회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위에서와 같이 교민경제의 활성화라는 명분을 걸고 뉴질랜드 표준에 맞지 않는 그리고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교민 경제 규모를 키워 나아가고 그리고 이에 대한 비판의 기능, 자정의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하는 교민사회라면 차라리 더 이상 한국 이민자들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지 못할 경우 옆 호주처럼 이미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이 곳 키위들의 마음 한 구석에 이런 불만이 축적되어 있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지 모를 일이다.
***** 올 한해를 마감하며 *****
사실 이민 컨설팅 비즈니스에게 달력상의 한 해는 별 의미가 없다. 신청인의 신청서는 해를 넘겨 진행되는 것이 다반사인만큼 기다리는 신청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비자 /퍼밋이 완료되는 시점만 의미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두 번씩 밖에 쓰지 않는 글이지만 소재의 고갈로 또 때로는 의욕의 고갈로 글 쓰는 것이 힘들게다가 온 적이 적지 않았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귀가 솔깃해지고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신나는 뉴스(이민 정책의 완화와 같은) 그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글들이 신바람 나게 쓰여질 수 있는 그런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올 한해 부끄러운 글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 보고 격려해주신 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