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wi’… 이 곳에서는 뉴질랜드 사람들을 ‘키위’라고들 한다.
‘키위’는 어떤 사람들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게 ‘키위’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다.
항상 웃으면서 ‘Hello!’ 인사를 건네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며칠 전 ‘키위’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게 된 사건이 있었다.
친한 일본친구의 소개로 난 그 친구네 홈스테이로 옮기게 되었다.
그 전 홈스테이에서 4개월을 넘게 지냈던 날, 그 곳 생활에 슬슬 실망과 지루함을 느꼈고, 친구네 홈스테이는 더 좋은 조건이었다.
같은 가격에 시티 내에 있는 아파트.
마침 내 일본친구가 그 홈스테이를 나간다고 하길래 내가 그 대신 들어가게 되었다.
홈스테이 식구는 Kiwi 아줌마 한 분과 다른 homestay mate 타이완 걸.
12월에 2주 동안 남섬 여행을 갈 나는 여행 이 후에 바로 그 홈스테이로 옮기기로 했다.
그런데 그 homestay mom이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면서
여행 일주일 전에 옮기길 부탁했었다.
내 일본 친구가 나가기 전이었지만 거실 빈 공간에 침대와 화장대를 놓아 둔 ‘임시 방’에서 내가 지낼 수 있다고 하였다.
전 홈스테이에서는 여행 중에도 짐 맡아주는 돈을 받겠다고 했었지만, 이 홈스테이에서는 무료로 맡아 준다고 하길래 나도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홈스테이비는 homestay mom이 부탁한대로 여행 후의 일주일분까지 미리 지불했다.
그 후 일주일동안 내 일본친구와 타이완 친구, 그리고 homestay mom과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사건이 터진 건 내 여행 이틀 전, 즉 그 곳에서 지낸 지 일주일이 되던 날이었다.
그 다음 날 내 일본친구는 그 홈스테이를 나가고, 내가 그 방에 들어가기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그 날 저녁에 갑자기 homestay mom이 내게 한 말은.. 나보다 주당 $50씩 더 내고 내 방을 원하는 남자가 나타났다면서 자기는 그 남자에게 방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건 내 의사를 묻지도 않은 일방적인 통보였다.
그러면서 내가 원한다면 그 ‘임시 방’에서 계속 지낼 수 있으며,
아니면 여행 후에 다른 집을 알아 보라는 것이다.
맙소사!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처음에 그 말을 듣고 난 너무 놀라고 당황했다.
난 내가 이미 그 곳에 들어가기로 되어있었고, 돈도 미리 지불하지 않았냐고 반문했지만, 그 여자는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일단 생각을 해 본 담 다시 얘기를 하자고 했다.
갑자기 모든 게 혼란스러워졌다.
그 때 마침 내 일본 친구가 집에 들어왔고,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그 날 낮에 어떤 남자가 집을 보러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homestay mom은 내가 그 방에 들어가기로 한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또 내가 돈을 미리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을 광고를 내고 그 남자의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그 순간 그 실망감이란..
한없이 눈물만 났다.
내가 운 것을 안 homestay mom은 다시 나를 부르더니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 I need money and boy friends.”… …
자기는 지금 당장 돈이 하나도 없고, 그 남자는 나보다 돈을 더 지불할 뿐만 아니라 자기와 동갑인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기는 지금 35살이고 이혼한지 5년이 지나서 너무 외로운데, 그 남자가 들어오면 자기가 남자친구가 생길 것 같다면서 나에게 자기 인생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_-;;
어휴.. 정말 상상도 못 했던 말들이 그 여자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난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여자의 말을 다 듣고 내가 한 첫 마디는..
“ I‘m very disappointed in you and New Zealand..”
내게 그 여자는 돈과 남자에 미친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날 밤 난 몇 시간을 펑펑 울다가 급히 다음 살 곳을 알아보러 뛰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간신히 YWCA 예약을 마치고, 밤새 짐을 쌓았다.
한 순간도 더 이상 그 여자와 함께 지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난 당장 나가겠다고 말하고 미리 냈었던 홈스테이비를 되돌려 받았다.
더 기가 막히는 일은..
그 여자는 오히려 나보고 자기는 나를 충분히 배려해 줬는데
( 그 ‘임시 방’을 계속 쓸 수 있도록. )
뭐가 그렇게 화가 나냐면서 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그 남자가 그 날 오후에 들어오기로 했다면서 나와 내 일본친구가 나가기를 재촉했다.
게다가 기존에 그 집에서 4개월 이상 지냈던 타이완 친구에게도 자기는 그 남자와 둘이 지내고 싶다면서 최대한 빨리 나가달라고 했다.
정말로 우리 셋은 그 여자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틀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 여자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사람들, 심지어 뉴질랜드에게도 큰 실망을 하였다.
더 이상 뉴질랜드에서 지내기가 싫어질 정도로. 일주일 동안 그렇게 잘 해 주던 homestay mom은 온통 가식 뿐이었던 것이다.
그 여자에게 난 단지 ‘돈’이었던 것이다.
물론 모든 뉴질랜드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겐 꼭 이 일만이 아니더라도 지난 5개월을 되돌아보면 뉴질랜드에 대란 실망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한국이 그리워서라기 보다 내가 너무 이 나라에 화가 났다.
하지만 당장 다음 날 여행도 예약되어 있고, 학원도 마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는가.
하는 수 없이 난 이런 복잡한 마음을 앉고 2주간의 남섬 여행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