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다음주?”
“ 응…왜??”
너무나 태연하게 대답하는 신랑이 무지하게 미워지는 순간입니다…
“ 아니….나도 준비할 시간이라는 게 있지…”
“ 준비는 무슨….엄마가 오면 살림 다 알아서 하실꺼니까..걱정 마….”
걱정을 말라고?? 어머님이 다 하신다고….?
눈을 한번 흘겨 주고는 ..맘부터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결혼 후 어머님 집에 3개월 정도 얹혀 살았던 적은 있었지만…
그토록 아끼는 막내 아들내외가 어떻게 사는지 밥은 먹는지 늘 걱정만 하시던 그 시어머니가 첨으로 먼 길을 오신다는 데 걱정이 안 드는 며느리가 어디 있을까요…
혹시라도 책 잡히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부엌 살림부터 뒤집기 시작 합니다..
몇 주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손을 놓았더니..구석구석 낀 때가 이만 저만 아닙니다..
“ 이노무 집…너무 낡아서 치워도 표가 안나요,,않나..우리도 깨끗한 아파트로 이사가 !!!!!”
성질을 버럭버럭 부려가며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벅벅 닦는데…그제야 좀 미안해진 신랑이
울며 겨자 먹기로 욕탕 청소를 합니다…
창고로 쓰고 있었던 작은방 청소가 드디어 문제 입니다…
칙칙한 겨울 커튼을 바꿔 달고..
일요일 낮을 온종일 돌아 낡은 카펫을 가려줄 러그도 하나 샀습니다..
천덕꾸러기처럼 굴러다니던 티 테이블을 덮어 씌우고 좌우로 안락의자를 놓았더니..
어느새 방이 따뜻해 졌습니다..
“ 책 읽기 딱 좋아 졌네…”
청소 하다 말고 그 자리에 앉아 류시화님의 책 한 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 커피한잔 할까??”
“ 그래! 내가 한잔 주지~`”
자기 엄마 방이라고 마누라가 주말 내내 꾸몄더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는지 커피서비스 까지 하는 남편이 아이 같아 픽 웃음이 납니다..
어느새 시어머니 오신다는 걱정도 잊은 나는 일요일의 햇살이랑 새 단장한 작은 방 대문에 기분이 좋아 졌습니다…
“ 드디어 ..엄마가 오는구나….”
내내 태연한 척 하더니..몇 년만 만에 만나는 엄마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설레는 마음을 드러내는 저 막내 아들….
“ 좋냐??”
“ 그래 좋다!!!”
“ 어머님이랑 둘이서 나 왕따 시킬 거 생각하면 내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 걱정 마라..그 동안 너한테 받은 설움 엄마 오면 다 풀거야~~~!!”
“ 그러기만 해봐! 어머님 가시고 나면 알지??? 어휴..그나저나 그 동안 못 까불고 고분고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네~~휴~`”
“ 넌 그게 젤 걱정이지?? 나한테 못까부는거?”
“ 응….”
“ 이이구! 하하하”
몸은 고단한데 잠이 오질 않습니다…
오시는 날 저녁은 뭘로 대접하지…? 계시는 동안 둘 다 직장에 나가면 낮에 적적하실 텐데..
초자 며느리와 막내 아들은 이런 저런 고민으로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드디어 낼 모레면 어머님께서 이 작은 방에 바리바리 싸오신 짐을 푸시겠지요…
“ 그래…까이꺼 한번 잘 해드리지 뭐~아자!!`”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나도 어느새 신랑처럼 어머님 오시는 날이 기다려 지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