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 self와 service와 ‘물은 셀프'

[282] self와 service와 ‘물은 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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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인터넷 인기 검색어에 ‘물은 셀프'라는 말이 있어서,‘도깨비 뉴스'까지 들어가 보니 아주 특별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에 건물 전체의 1/4정도를 덮을 만큼 큰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그 현수막에는‘물은 셀프'라는 단 네 글자가 선명하고,‘자랑스럽게' 쓰여져 있는 사진이었다.

세상에!  한국의 대표적 공영 방송인 KBS가‘물은 셀프'라니? 세계적인 뉴스거리였던 ‘탄핵 정국'에 이어, KBS 사옥에 븥은‘물은 셀프'라는 대형 현수막 사진이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면 이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황망히 사진과 관련된 설명을 단숨에 읽어 보고서야 씁슬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른바‘탄핵 정국'과 관련된 MBC와 KBS의 보도 시각에 대한 불만을 갖고 3월 15일 민주당이 상임 중앙위를 열고 KBS를 항의 방문했다가, 장전형 부대변인이 “MBC는 갔더니 정치부장이‘영접(?)하시고, 보도국장이 직접‘영접'하셨다.

(그런데 KBS는) 12분이 지났는 데 물 한 잔 없습니다.”라고 푸념했던 것을 가지고, 아마도 광화문에서‘촛불 하나’밝혔음 직한 어떤 사람이 합성 사진으로 인터넷에 올렸던 것이다.

이처럼 신문이나 TV 등에 아주 흔하게 잘못 오르내리는 영어 단어 중에 self와 service란 말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셀프방, 셀프식당, 셀프하우스, 셀프토크라 는 이상한 어휘들이 등장하더니, KBS-TV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나온 한 저명인사는 자녀들에게‘self 정신' 을 길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 말로 '독립심'이라고 했으면 전 국민이 편안하게 알아들었을 것을 'independent spirit(독립정신)'이라는 발음하기 비교적 어려운 정상적인 말 대신에 발음하기 편하게 느껴지는‘self 정신'이라고 멋을 부리려고 하다가 아주 멋적은 말을 하 고 말았다.

‘삼겹살 3인분 주문시 소주 1병 서비스.’장사가 너무 안되기 때문에 식당 주인 아저씨가 벽에 써 붙인 안 내문에 있는‘service'라는 단어에는, 식당 주인 김씨가 의도했던‘덤'이나‘공짜'라는 뜻이 전혀 없다. 'service' 는 고객을 위해 노동력으로‘봉사’를 한다는 뜻이다.  이때는 “It's on the house.”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KBS에 항의차 찾아온 야당 국회의원의 태도가 아무리‘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물은 셀프’가 아니라 “물은 self-service 입니다.” 라고 하거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 더 있다고 하면“물은 직접 가져다 드시죠?”라고 하는 기 본적인 예의는 갖춘 우리말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아무리 미워도 그들도‘우리 국민이 뽑은’국회의원이 아닌가?  또한‘service'라는 단어를 문장 중간에서 대소문자 구분없이‘Service'라고 쓴다면 이때는 봉사라는 뜻이 아니라 캐나다의 Kipling으로 일컬어지는 영국 출신의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Robert William Service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되는 것에도 주의해야한다.

의미가 중요하지 self냐 self-service냐를 가지고 말 꼬리를 잡지 말라고 항변할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아버지'를‘아'라거나‘아버'라고 불러도 된다는 말인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니, 더 이상 우스꽝스럽게 입은 옷 모양이 옳다고 고집부리지 말고, 잘못 끼운 단추들을 풀어 다시 제대로 끼워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 가?

KBS-TV도 아침 뉴스에서 출연자를 통해‘셀프 비즈니스 소규모 창업 안내'를 한다는 등, 더 이상 우리말을 혼탁하게 왜곡시키는 일을 저지르지 말았으면 한다.  이상한 멋을 부린‘self business'는‘자신을 팔아먹는 장사'나‘혼자서 사고 파는 장사'라는 뜻의 이상한 말이 다.  자영업은‘private business'라고 해야 한다.

또한 이번 국회의원 선거와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Poor men generally find that a change of government simply means exchanging one master for another. (힘없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 부가 바뀐다는 것은 단지 주인을 다른 주인으로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고 알고 있다.)”라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입증해 보이기를 기원한다. 그리하여 ‘탄핵정국'이나‘물은 셀프'라는 말을 우리가 다시는 쓰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