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특명! 우수 인재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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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9/2005. 15:17
코리아타임즈 ()
라이온팬이 그리운 뉴질랜드…, 라이온 럭비투어가 끝난지 벌써 한달이나 지났지만 뉴질랜 드는 아직도 그들이 남긴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이민부는 오는 10월부터 6차례에 걸쳐 영국에서 본격적인 이민 및 취업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으로 …
뉴질랜드의 젊은 고급인력유출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총선과 맞물리면서 그 심각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노동인구' 자료에 따르면 2005 년 상반기를 기준, 보통 25세를 넘어서면서부터 영국, 호주 등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4세까지는 가장 이상적인 남녀성비인 여성 100명당 남성 105명의 비율로 유지되다가 그후로는 여초현상(女超現象)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을 벌이는 30-34세 사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무려 1만4천명이나 많았는데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내는 구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들은 젊은 독신 남성들이 해외취직을 위해 뉴질랜드를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 리쿠르트 회사 관계자는 "일단 남녀성비문제는 제쳐 두더라도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보다 젊은 전문인력 부족으로 인한 인력수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새로운 기술자들을 모집하려해도 그 업종에 적합한 인물을 구할 수가 없는게 현재 뉴질랜드가 처한 상황이다."며 커다란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업체의 한 인사 담당관은 "보편적으로 평균 35세 이상의 나이로 한세대가 끝난다면 과연 누가 이 뉴질랜드를 이끌어 나갈것인지 무척 걱정스럽다."며 "신입생들이 자꾸 들어와서 기술을 연마하고 꾸준한 기술개발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호주 인구통계학자인 Bernard Salt에 따르면 부유하지만 역시 고급기술 인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국, 미국을 위시한 북반구의 선진국들이 뉴질랜드의 총명하고 영리한 젊은 이들을 꾸준하게 유혹하고 있어 사태는 더욱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뉴질랜드는 잘 키운 자식(?)들을 다른 나라들에게 뺏기고 다시 그들이 돌아 오도록 애타는 구원의 손길만 뻗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ANZ경제팀은 "첫번째 급선무는 다른 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뉴질랜더를 불러오려고 힘쓰기보다는 먼저 그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제도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전했다.
■ 여기에 그들은 없다
웰링턴 칼리지의 Roger Moses 교장은 최근 영국에서 교사 지원자들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귀국했다. 그에 따르면 수학, 물리, 화학 등의 과목은 좀처럼 젊고 유능한 교사들을 찾 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현상은 단지 교육업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전 산업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젊은 고급인력들의 탈( 脫)뉴질랜드 러시는 향후 뉴질랜드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임에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단 웰링턴 칼리지측은 뉴질랜드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뉴질랜더와 이 곳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영국인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리아 대학교의 교육부 부총장인 Dugald Scott씨는 "대체적으로 까다로운 수학 및 과학 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마되지 않는 인력들도 뉴질랜드에서 2-3년 경험을 쌓은 뒤 더 나은 보수와 근무여건을 가진 영국, 호주로 건너가고 있어 지금의 교사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Education Personnel Recruitment 매니저인 Steve Smith씨는 "매년 80명 정도의 중등학교 교사를 해외에서 채용하고 있는데 그들중 절반은 수학교사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특별한 조건없이 급하게만 채용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자격에 미달되는 교사들을 데려올 때도 제법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데려오는 젊고 유능한 교사들의 연봉은 대개 $40,000에서 시작되며 최대 $ 76,000까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교육계는 전문의 부족사태로 곳곳에서 의료사고의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는 의학계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최근에 오클랜드 의료연구팀이 '뉴질랜드 메디컬 저널' 최신호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전문의들의 해외취업으로 인해 뉴질랜드에 남아있는 의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동시에 저질의 의료서비스가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의는 "상당수의 젊은 의사들은 학생대출금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외국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2004년 5월 발표된 한 보고서는 '무려 1,2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치아치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며 몇몇 이들은 6개월이상 기다리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Capital and Coast District Health Board에 소속된 외과 전문의인 Brendon Bowkett는 "솔직히 인정 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재 뉴질랜드 의료계는 정말로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라며 "이번 총선을 전후해서 뭔가 확실한 대책이 수립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 제발 뉴질랜드로 돌아오라
두 달 가까이 정당지지도가 국민당에 5% 안팎으로 뒤쳐지던 노동당은 '학생대출금 이자면제'라는 획기적인 정책안을 내놓으며 최근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달 26일 노동당은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대출자들에 한해 이자를 면제해주고 해외에 있는 뉴질랜더들도 다시 돌아오면 이자에 대한 연체료를 받지않겠다는 등의 선거공약을 발표했는 데 이는 다시 말해 고급인력들의 해외유출을 막고 이미 나간 이들에게는 귀국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일종의 경고표시로 해외 체류자들이 만약 돌아오지 않을 경우에는 현재 7%에 달하는 이자율을 돌아올 때까지 계속 부과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런 노동당의 '학생대출금 이자면제' 정책을 가장 반기는 쪽은 아무래도 의학계이다. 타전공에 비해 비교적 길고 비싼 의학코스 특성상 학생대출금의 규모도 큰 편인데 뉴질랜드 의학협회의장인 Ross Boswell은 "젊은 의사들의 학생대출금 문제는 계속해서 의료진 부족사태로 이어져 왔다."며 "허나 이번 발표안은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오클랜드 대학 경제학부의 Sholeh Maani교수는 "OE(해외경험, Overseas Experi ence)는 오랫동안 뉴질랜더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되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 번 나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해외에서 일하는 동안 그 곳의 작업환경이나 연봉, 문화시설 부분 등에서 뉴질랜드와 크게 다르다고 이미 느끼고 있는 많은 뉴질랜더들에게 이번 노동당의 새로운 정책이 얼마나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가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반신반의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학생대출금을 빌린 이들은 지난 6월30일 기준, 총 445,000명(전인구의 12%)에 이르고 이중 64%는 $15,000미만, 600여명은 $100,000이상, 그리고 1명은 기록적인 $250,000을 빚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난 12월, 한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의사들 중 3분의 1이 $65,000에 달하는 채무를 안고 있고, 교사들은 무려 90%이상이 빚더미에 올라 있다고 한다. 게다가 더욱더 충격적인 사실은 작년 졸업생들 가운데 30%이상이 해외취업을 심각하게 고려했다는 것이다.
대학교직원협회 의장인 Nigel Haworth는 "최근 들어 해외취업 문제는 비단 대학졸업생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교때부터 영국이나 호주 등 외국에서의 삶을 꿈꾸는 것이 이제는 점점 보편화된 공식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NZ은행 경제팀은 "사상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고유가에다가 만성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좋은 직장을 찾아 뉴질랜드를 벗어나는 인력 유출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Mr Nigel은 "일반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빠져나가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 그리고 인력유출은 국가경쟁력까지 상실할 수 있다 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없는가
한 리쿠르트 업체관계자는 "보통 고급인력의 해외유출 해당업체는 물론 국내 산업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외취업을 시도하는 젊은 인재들만 잘못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뉴질랜드에서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인력 유출은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고, 특히 고급인력 양성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매우 어려운 일인만큼 보다 획기적인 해결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의 유출을 막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좀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사실 뉴질랜드가 아닌 타국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설령 연봉이 많다고 하더라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런데도 굳이 해외취업을 고집한다면 그들이 왜 그러는 지를 면밀히 분석해봐야 하고, 그 자료를 기준해서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