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귀족(?)을 키우는 사립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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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9/2005. 15:14
코리아타임즈 ()
지난달 한 리서치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부모들 가운데 무려 92 %가 그들이 받은 교육보다 더 나은 교육을 자녀들에게 시켜주고 싶다고 답했으며 또한 그들 중 절반 이상인 54%는 이를 위해 수입의 상당부분을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클랜드 지역은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져 68%가 자녀교육을 위해 금전적인 투자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사립(기숙사)학교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녀를 St Cuthbert's College에 보낸 한 학부모는 "가깝게는 이력서를 쓸 때부터 향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고귀한 신분에 걸맞은 책임의식)'를 갖도록 하기 위해 사립학교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뉴질랜드 사회가 신분과 출신지, 학벌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정면 부인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소수의 학생들은 부모의 막강한 경제력에 힘입어 일반서민층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노블레스 교육을 받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Manchester Unity 대표인 Peter Schumacher씨는 "뉴질랜드 6개 지역, 612명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92%는 자녀들이 좀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싶다고 밝혔지만 정작 중요한 '사립학교 입학' 등의 전폭적인 지원은 현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4분의 1 정도의 학부모들은 아예 대학교 등록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는 등 단지 막연하게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답했고, 81%는 사립학교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중고등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클랜드 지역의 높은 교육열풍과는 반대로 오타고, 사우스랜드 지역주민들은 사립학교보다는 공립학교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립학교는 특별하다 *****
오클랜드 대학교 교육학부 John Hattie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점점 더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이 졸업한 중고등학교의 이름은 하나의 고정된 명함으로 사용되어 면접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공립 학교들은 사립학교나 카톨릭학교에 비해 교육 수준이 한참 뒤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Annette Collins(뉴질랜드 영재위원회 오클랜드 지부회장), Stephen Thoms(전국회장) 부부는 미션베이의 약간은 낡고 오래된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다. 비록 지난 몇년간 계속된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어느 정도 부를 축적했다지만 누가봐도 그들은 전형적인 뉴질랜드 중류층이다. 이들에게는 2명의 자녀(Adriana (15세), Jordan(12세))가 있는데 학군이 Selwyn College인 관계로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 이 그 학교에 입학을 시켰었다.
그러나 지금은 큰딸인 Adriana는 시티의 ACG Senior College에, 아들 Jordan은 파넬에 있는 ACG Junior College로 전학을 시켰다. 그것도 한명당 $10,000이상의 조금은 벅찬 등록금을 지불하면서까지 말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그들 부부는 "솔직히 유니폼도 없이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Selwyn College의 기본교육방침은 항상 못마땅했다."며 "그러나 우리 자녀들을 사립학교로 보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들이 사립학교를 선택한 진짜 이유는 바로 특별한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두 자녀 모두 초등학교때부터 소위 '영재(Gifted)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그후로 친구들로부터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오히려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Collins씨는 "현재 상위권에 속하는 즉 영재라고 불리는 학생들에게는 차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에 와서야 느낀 바지만 일반 공립학교들의 교육방식은 아이들에게 충분한 자의식과 책임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사립학교 교육은 Ca mbridge의 엄격한 시험제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올바른 학습태도, 다른 사람을 존경하는 법을 배우는 예절수업 등 모든 과정에서 앞선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 10,000 등록금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비싼 등록금=수준 높은 교육(?) *****
1997년과 2000년도 사이 사립학교 학생수는 34% 증가한 반면 공립학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사립학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당연하다는 듯 등록금도 덩달아 치솟기 시작했다. 현재 Year 9을 기준, King's College는 일년 등록금이 웬만한 대학교 등록금보다 비싼 $14,960, St Cuthbert's College는 $ 12,396이며 Pinehurst School(한국학생 12%)은 그나마 양호한 $9,000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각 학교별로 스마트한 유니폼, 교과과정의 기술적인 부분 지원 등 기타부대 비용 또한 만만치가 않은데 많게는 $3,000까지 지불을 해야 한다. St Ken tigern, St Cuthbert's, Kristin, Diocesan, King's College 등은 모두 'Notebook Schoo l'로써 모든 수업에 Laptop(휴대용 퍼스널 컴퓨터)을 이용하기에 반드시 구입을 해야 하고 Year10에 이르면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또 다른 신형 Laptop을 필요로 한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측은 학부모들에게 등록금 이상의 것을 원하게 된다. 물론 명 목상 자녀들의 학업성취도 향상과 수업의 효율성 제고라는 목적하에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립 학교들의 기본 유지기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한 예로 Dioces an의 경우 기부 장학금, 스포츠 활동, 교직원 교육, 학교 예배당 증축 등의 자금마련을 위해 'Centennial Fund'을 설립했으며 $3 million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King's Coll ege는 가장 비싼 학교답게 오는 2010년까지 무려 $20million의 학교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처럼 사립학교들의 등록금과 기타부대비용이 갈수록 가계에 큰 부담이 되자 많은 학부모들은 그때의 사립학교 입학이 혹시 '주제넘은' 결정이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Year 1부터 그들의 하나뿐인 아들을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시킨 한 학부모는 이제는 더이상의 지원을 포기하고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처음에 입학 시킬때 $7,000이었던 등록금이 현재는 $12,000, 그리고 앞으로는 최대 $15,000까지 될 것으로 보인다."며 "Year 13까지 지원한다고 가정했을때 그 금액은 $200,000을 상회하는데 이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고 말했다.
한때 등록금 대비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자 1998년 캔터베리 대학교에 재학중인 5,000 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분석이 이루어졌는데 공립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사립학교출신들보다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표준교육을 원한다면 사립학교는 불필요 *****
한 교육관계자는 "만약 표준이상의 교과과정이 필요없다면 굳이 가계가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뉴질랜드에 살면서 주로 영국 귀족자녀들을 위한 '귀족형 엘리트 교육'은 사치라고 단언했는데 귀족형 엘리트 교육이란 다시말해 모든 면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최고 수준의 교사진, 최첨단의 시설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
St Cuthbert's는 타 공립학교에서는 감히 시도조차 하기 힘든 하키, 넷볼(Netball), 테니스 시설의 확장, 개보수 작업을 위해 약 3.9million을 투자할 예정이며 St Kentigern은 2,0 00여명의 학생들을 위한 초고속 광대역 무선인터넷 설치, Diocesan은 동영상 수업을 위 해 전자칠판 구입을 고려중이다.
오클랜드 대학교 교육학부 John Hattie교수는 "이러한 행위들이 과연 얼마나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최상위로 끌어올릴 수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사립학교들이 내세우는 특별한(?) 수업과정은 공립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St Cuthbert's 교장인 Lynda Reid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립학교들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시설 투자에만 급급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편의시설은 분명 학습능력향상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불어 학교의 교사진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히 우수하고 성실하며 그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은 미래 뉴질랜드를 이끌어 갈 기둥으로 차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