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 “학교에서 학생들 앞에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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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9/2005. 15:22
코리아타임즈 ()
Q : 칼리지에 다니는 3학년 남학생입니다. 학기 초 교실에서 자기소개를 하거나, Social Study 혹은 영어 시간에 자신의 주장 발표하기를 할 때나 차례가 다가오면, 제 차례가 멀었는데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손이 떨리며,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긴장합니다.
겨우 말을 시작하면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머릿속이 멍해지며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친한 친구와 단둘이 있거나 할 때는 말도 잘하고 토론 도 곧잘 하는데, 사람이 다섯 명만 넘어도 무슨 말을 해 야 할지 몰라,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 표정이 달라집니다.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을 정도로 긴장을 합니다.
사람 공포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러 사람 앞에만 서면 왜 이리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다른 아이들처럼 당당 하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이런 제가 너무나 바보같이 여겨진답니다.
A : 많은 학생들이 아무런 장애없이 학교생활에 적응 하여 잘 다니고 있으나, 위의 사례를 경험했고 또 그것 때문에 남모르게 고민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사실 청소년기는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 지에 대해 더 민감하게 신경을 쓰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자아를 인식하기 시작하여 소위 자의식(Self-consciou sness)이란 걸 갖추게 된다는 뜻입니다.
정작 남들은 본인에게 별 관심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는데 모든 사람 들이 자신을 자세히 보고 평가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서 아주 괴롭고 불편하게 보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자기 자신의 존재를 남들에게 더 인식 시키고자 소위 튀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전 자는 대체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편이고, 후자는 외향적 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내향적이란 말이 꼭 맞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것은 자기 내면의 눈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내성의 능력보다 남들의 가치관을 더 중요시 여기는 외향적인 면이 더 발달되었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가치, 개성, 취향보다 타인의 그것에 맞추려 하니, 대중 앞에 서면 쓸데없이 긴장하고 불필요한 고민을 하게 되어 정작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해 내는 수가 많지요. 이 학생들은 항상 자신이 주시 당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합니다. 즉, 자의식이 지나쳐서 행동거지 자체가 불편해 집니다. 이것은 '상상 속의 청중'을 너무 의식한 탓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민을 늦게 와서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 학생들이 겪는 고통은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과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이러한 성격이 형성되기까지에는 두 가지 정도의 원인 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자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 주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입니다. 당 연히 어려서부터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할 기회가 적었기에, 자라서는 어른들이나 친구들 앞에서 자신있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설사 어릴 때는 활발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교육을 받고 자랐더라도, 어느 시기에 우연한 계기로 자신감을 잃었던 경험으로 인해 성격이 변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성격을 고치는 첩경은 먼저 남들 앞에서 자신의 불안감을 털어 놓아 버리는 것입니다. '나는 유창 하게 말을 잘 하지 못해서 지금 몹시 떨고 있다. 얼굴도 빨개진다.' 라고 자신의 약점을 숨김없이 솔직히 말해 버 리고 나면 한결 편안한 기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 면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에 대해 쓸데없는 경계나 의심 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혹시 실수를 하거나 원래의 의도 대로 잘하지 못했다 해도 그 점에 대해 솔직하게 시인하 면 아마 타인의 비난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 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를 보지, 말을 얼마나 유창 하게 하느냐로 판단하진 않습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컴퓨터 합성을 통해 강 의를 할 때 세계의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존경을 보냈는 지 회상해 보세요. 어떤 말 잘하는 웅변가도 스티븐 호킹 박사가 만들어 낸 감동을 모방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진정으로 안다는 것은 지식의 많음이 아니라, 자기가 어떤 점을 모르느냐를 아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진정으로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것은, 자기가 사회생활에 서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아는 것이다.' 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스스로 받아 들 여야 남들 앞에서 자신의 그런 부분을 용기 있게 개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단계는 필시 그 부분의 보다 발전된 모습임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