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 [더불어 사는 사회]-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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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9/2005. 14:56
코리아타임즈 ()
또 한해가 저문다. 잠시 눈을 감고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밝은 기억보다는 순간순간 절망하거나 좌절한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다가오는 2005년 을유년(乙酉年) 닭의 해에는 항상 좋은 일들만 일어나길 기대하면서…
어느덧 갑신년 한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12월은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정리하고 다시 희망찬 새해를 구상하며 설계하는 중요한 시기, 올해는 한국영화제 개막, 한국기업들의 대(對)뉴질랜드로의 활발한 투자, 지방선거에서 한국인 후보의 선전, 종합쇼핑센터 완공 등 굵직굵직하고 한국인으로서 대단한 자부심을 느낄만한 밝은 소식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땀흘리며 열심히 사는 대다수의 교민들에게는 슬픈 소식이 더 많았던 한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근래에 있었던 한국인 실종, 사망사고 소식은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했고, 특히 교민업체들의 '제살깎기'식의 과다출혈경쟁, 고의부도 및 사기사건들은 먼 이국땅에서의 새 삶에 심한 회의를 느끼게 해 주었으며 동시에 현 교민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슬픈 사건들이었다.
게다가 교민경제불황이 1년 넘게 장기간 지속되면서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고 고환율, 턱없이 높기 만한 이민문호 등으로 한국으로 돌아간 유학생, 예비이민자들이 수천명에 이르러 교민경제를 거의 파탄지경으로까지 몰고 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스쇼어에서 데어리샵을 운영중인 한 교민은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상초유의 불경기에 '힘들다'는 아우성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며 "작년부터 시작된 경제불황이 도대체 언제쯤 끝나려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Queen St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또 다른 교민은 "사실 이번 불경기가 처음은 아니다. IM F 등 극심한 경제위기 때마다 많은 이들이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두려움과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몸을 사리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며 "예전에 지혜 롭게 극복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다시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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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는 거리의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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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어떤이는 말하기를 교민사회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어려움에 빠져 있어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한다. 그러나 불경기로 모두가 살기 힘겨운 요즘, 서로 협조하며 꾸준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지역사회의 발전에 헌신적으로 이바지하고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어 연말이 그리 쓸쓸하고 우울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들은 남몰래 다른이를 돕거나 지역커뮤니티 센터를 찾아 기부금을 내는 등의 세밑 온정으로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8일(토) 오후2시 Queen St의 'Whitcoulls'앞,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 살이 에이는 듯한 느낌을 받자 마자 곧이어 구슬만한 우박과 함께 장대비가 쏟아졌다.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20분쯤이 지나자 금새10여명으로 늘어 났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로 구성된 KVT(Korean Volunteer Team)소속 학생들로 올해 마지막 오클랜드 시내청소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여기에는 Ice Hu, Louis Lu 두 중국인 학생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현재 KVT는 선행(先行)단체인 일본학생위주의 '레인보우'를 흡수해 총 30여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국제학생 자원봉사단체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한손에는 비닐봉투, 다른 한손에는 집게를 들고 4명씩 조를 나누어서 2시간 동안 Queen St를 중심으로 K-rd, Albert St, Symond St를 돌아다니면서 각종 쓰레기를 주워담고 다시 정해진 장소에 버리고 있다.
NZIOS에 다니고 있는 조원준씨는 "아시안에 대한 키위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거리청소가 이제는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고 있고 특히 지나가던 키위들이 격려를 해줄 때 매우 기분이 좋다."며 "요즘 들어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안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차츰 바뀌어간다라고 생각이 들때가 많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조원준씨가 이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의 부모님은 '유학가서 공부나 하지 무슨 청소 일이냐"며 반대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멤버인 박장렬씨는 "현지사회에서 뭔가 뜻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유학생 신분으로 쉽게 할 수있는 일이 청소라고 생각되어 KVT활동에 동참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한가지 안타까운 사실로는 깨끗한 거리를 만들고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청소하는 이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이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름 그대로 자원 봉사활동이고 학생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보니 간단한 쓰레기 봉투구입서부터 모든 것들을 학생들 스스로가 사(私)비를 털어 해결하고 있다.
KVT의 리더역할을 하고 있는 아카데미 엠비션 유학원의 정우혁 사장에 따르면 "교민신문, 뉴질랜드 헤럴드 등에 몇번 기사가 나간 후에 한동안은 여러 종교 및 한인단체에서 지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KVT멤버들은 왼쪽 가슴에는 태극기가 그리고 뒷쪽에는 'Korean Volunteer Team'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이것 역시 좀더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학생들이 한국에서 직접 유니폼을 제작해 온 것이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KVT 티셔츠를 뉴질랜드로 가지고 온 유은영씨는 "KVT는 거의 유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멤버는 수시로 바뀌고 또 대부분 조만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으로 유학생들만이 아닌 현지 교민들의 참여가 꾸준하게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더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조원준씨는 매월 KVT 모든 멤버들을 위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The Gard en 식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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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잘 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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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장애라면 무엇보다 현지인이 아닌 교민상대 업종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체가 살아 남기위해서는 서로 가격덤핑을 하게 되며 결국에는 상당수의 업체가 쓰러지고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업체도 더이상 버틸 힘이 남아 있지가 않게 된다. 불경기로 인식되고 있는 요즘 다른 지역의 한인 밀집상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오네항아 쇼핑몰, 흔히 '드레스마트'라고 알려진 이 곳에는 현재 10여곳의 교민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교민들은 여기에서 생선가게, 자동차 정비, 비디오가게, 스시가게, 세탁소 등을 운영하고 있어 얼핏 보기에는 다른 지역의 한인상가와는 별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곳이 특별한 이유를 쉽게 찾을 수가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김만수 사장과 1시간 정도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평균 5분 간격으로 손님들이 와서 옆에 서있기가 미안할 정도였는데 신기한 것은 그들 중 단 한명의 한국손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가게를 오픈했을 때는 아시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컸는지 크게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친절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 주자 손님은 2배 이상(하루기준 70-80명선) 늘어났으며 그래서인지 지금은 단골손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레스마트안에서 스마트스시를 운영중인 주옥종 사장은 "교민경제가 불황이라는 소식을 오래전부터 들었다. 하지만 여기 오네항아 쇼핑몰의 한인상가는 전부가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비지니스를 운영중이기 때문에 커다란 타격없이 매출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또한 교민끼리 동종업이 없어 사소한 다툼없이 잘 지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오네항아 한인 업체들은 교민들끼리 한인상가 번영회를 만들어 매월 친목도모를 하고 있으며 일정액의 회비를 거두어서 오네항아 커뮤니티에 도네이션을 하고 있다. 김만수 노량진 수산시장 대표는 "2년 가까이 오네항아 지역사회에 도네이션을 하면서 이 곳 주민들의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더구나 영업스타일이 친절하고 매너좋기로 알려져 지역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 오네항아 타운매니저였던 Barbara Holloway는 "한국인들의 오네항아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은 정말로 남다르다. 그들이 전체 지역사회에 활력을 주고 있음은 틀림없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푸케코에서 토마토 농장을 경영중인 이경래씨는 "내가 만났던 뉴질랜더들은 한결같이 '한국인은 부지런하다'라고 말을 한다. 솔직히 현지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슴 뿌듯하며 자랑스러울 때가 많다."며 "우리를 인정해 주는 그들과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우리 교민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늘 바라고 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사는 사회! 모든 교민들이 내일을 향한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한다. 제2의 고향에서 사는 즐거움, 뭔가 이루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면서 그리고 앞으로는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생활한다면 새해에는 반드시 밝고 희망찬 일만 있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