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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3/2007. 21:59
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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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은 매주 월요일마다 방과후에 공을 찬다
진짜 신나서 이리저리 들고 뛰는데,
정말 축구를 좋아하는 것같다
집에서도 맨날 공을 차대서
여태 유리창 안깬것만 해도 행운이다
장래희망도 축구선수이다
한의사가 훨씬 멋지다고 아무리 옆에서 바람을 잡아도
요지부동이다
축구선수할꺼란다
심지어는 어떡해하면 국가대표선수가 될 수 있냐고
아주 심각한 얼굴로 물어본다
우리 아들의 축구 사랑은 모두 2002년 한일월드컵때문이다
그땐 정말 온 나라가 난리였다
나도 축구가 뭔지도 잘 몰랐는데, 그때는 모두가 모여서 경기를 관전하고
응원을 하고 붉은 티를 사입고 하여간 그래야만 했던 여름이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각자 집에서 TV로 보는 것에만 만족할 수 없어서들
종합운동장같은 곳에 모여서 응원을 했다
이태리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리 가족은 분당차병원 근처의 공설운동장으로 갔었다
그 큰 관중석에 사람이 다 차고, 나중에는 운동장으로 내려가 자리깔고 앉아서들 대형 전광판으로 중계되는 경기를 보았다
한국이 질 줄 알았는데, 천신만고끝에 결국 역전을 하자, 그 곳에 모였던 수만의 인파가 모두 펄쩍펄쩍 뛰고 껴안고 난리가 났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마다 빵빵거리고 태극기를 창문으로 내밀고 소리지르고, 어느 식당은 그날은 냉면이 무료라고 하고,
우리 동네의 치킨집들은 모두 만원사례여서 그날 밤 한참을 기다려 겨우 테이블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그 월드컵이후에 프리미어리그도 알게 되었고, 각국의 유명선수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4년후에 내가 뉴질랜드에 살게 될지는 전혀 예상못했다
뉴질랜드는 축구는 별로로 럭비, 크리켓에만 열광해서 조금 섭섭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때도 제대로 경기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한국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교민 5천여명이 어느 체육관에 모였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시드니에 한국사람이 그렇게 많이 살고 있나 싶어서 놀랐다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축구는 겨울 스포츠에 속한다
Term 2와 Term 3에만 축구클럽이 운영되는데, 주로 토요일아침에 모인다
비가 오고 바람 불고 춥고....그런 날씨에 일찍이 모여서들 공을 찬다
우리 아들은 뉴질랜드에 와서 당최 축구를 못 하니까 너무 섭섭해했다
Music school과 시간이 겹치니 하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도 1년반동안이나 매주 축구교실에 다녔던 아들에게는 너무나 속상한 일이었지만
몸은 하나고, 악기는 해야 하고 그렇게 달래고 있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All Sports Academy라는 클럽에서 학교방문 축구교실을 열었다
한 term에 84불인데, 그것도 30% 할인해주는 가격이란다
어쨌거나 아들은 하고픈 축구를 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니 엄마도 큰 소원을 푼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축구선수가 되기에는 솔직히 소질은 없는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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