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았더라면...

미리 알았더라면...

0 개 763 이동온
고객의 의뢰를 받아 첫 상담을 할 때면 간혹, 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혹은 며칠만 더 일찍 조언을 구했다면 하고 아쉬워할 때가 있다.  교민들이 비교적 자주 접하시게 되는 부동산매매와 임대차 관련하여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 한다.
 
먼저 분양 계약을 살펴보자.  부동산법에 ‘분양’ 또는 ‘분양 계약’은 정의되어있지 않다.  택지를 분할 또는 개발할 때 새로운 타이틀이 발급 되어야 하지만 계약시점에서는 타이틀이 존재하지 않는 부동산의 계약을 분양 계약이라 보시면 될 듯 하다.  보통 개발업자가 도면을 보여주고 파는 부동산 거래의 대부분이 분양 계약일 것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볼 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니 집이 완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 계약의 형식으로 부동산 매매가 빈번히 이루어 지고 있다.
 
부동산을 분양을 받게 되면, 계약시점에는 실제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집이 존재하지 않기에, 조감도나 도면의 형태로만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 중개인 또는 개발업자의 말을 듣고 솔깃해서 계약서에 서명은 했으나, 자고 일어나보니 마음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이 바뀌었건, 아니면 하루 사이에 재정 상황이 바뀌었건, 어떤 이유에서건 계약을 해약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원관리법(Resource Management Act 1991)는 정부의 승인을 받은 측량 도면이 존재하지 않아 타이틀이 발급되지 않은 부동산의 매매계약, 즉 분양 계약에는 의무적으로 14일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구매자가 이 기간 동안 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두었다.  따라서 자원관리법에 의거하여 계약시점으로부터 14일간 안에 계약을 합법적으로 취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분양 계약이 아니라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집이 이미 존재하고 타이틀 역시 존재하고 있는 집을 무조건부로 구매하기로 했는데, 계약서에 서명한 후에 마음이 바뀌었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 때는 계약서에 자그마한 글씨로 적혀있는 타이틀 요구 조항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타이틀에 집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제약하는 지역권이 있거나 또는 시청에서 설정해놓은 빗물 배관 등의 제제가 설정되어 있다면, 이를 근거로 하여 매매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길 수도 있다.  허나 이 또한 구매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의 제약이 있으니, 신속히 법률자문을 구해야 할 것이다.

임대차 역시 시기를 맞추지 못하여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임대차는 그 기간을 한 번의 긴 시간보다, 보다 짧은 기간으로 임차를 시작하되 연장 권한을 가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즉, 총 12년의 임대차 기간이라면,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처음 임차를 계약할 때 12년을 한 번에 계약하는 것보다, 첫 6년 후 다시 6년을 연장하거나, 첫 3년 후 다시 3년씩 세 번 더 연장할 수 있는 형태의 계약이 더 유리할 것이다.  연장권한이 있는 임대차계약에서는 세입자가 일정기간 안에 연장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  즉 예를 들어, 해당 임차기간이 끝나기 삼 개월 전에 건물주에게 임차기간을 연장을 한다고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는 식이다.  만약 세입자가 이 시기를 놓쳐서 연장권한을 행사하지 못하였다면, 건물주가 해당 임차기간 종료시 세입자를 퇴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를 실수로 놓치더라도 연장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부동산법(Property Law Act 2007)에 존재하긴 하지만, 불확실성과 비용을 고려하면, 연장권한의 행사기간을 놓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

비슷한 예로, 대부분의 상업용 임대차에는 렌트비 조정 조항이 있기 마련이다.  몇 해마다 적정 렌트비를 다시 산정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새 렌트비를 통보하는 방법으로 렌트비가 조정된다.  세입자가 새로운 렌트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건물주가 새 렌트비를 통보한 시점부터 일정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여야 하는데, 이 기간 안에 적절한 절차를 따라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건물주가 통보한 렌트비를 울며 겨자 먹기로 그대로 내어야 할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변호사 보기가 부담스러워서 또는 비용이 걱정돼서 등의 이유로 법률조언을 받지 않거나, 변호사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치시는 듯 하다.  계약법에서 시기, 즉 타이밍은 상당히 중요하고,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적절한 대처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적절한 시점에서 법률조언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