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관계의 기본정신……“좋은 신뢰관계(Good faith)”
오클랜드 한인회(회장 김성혁)는 한인 현지 정착정보 세미나의 일환으로 지난 2월12일, 뉴질랜드 ‘비지니스, 혁신 & 고용부(Ministry of Business, Innovation & Employment)’에서 나온 현직 근로 감독관 두 분을 초빙,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한인 문화회관 강당에서 일반 교민들을 대상으로 ‘고용권리 및 노동법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근로자의 이동이 빈번한 요식업계 경영자와 임금 근로자들의 관심이 드높았던 이날 세미나에서 다뤄진 주제를 중심으로 하되, 자칫 난해하고 딱딱히지기 쉬운 고용관계법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실제 법률대리인으로서의 경험을 보탰다.
최저임금 ...... 올해 시간급 $14로 내정 후 ‘눈치 보기’
고용관계의 기본정신은 서로간에 “좋은 신뢰관계(Good faith)”에 있다. 이 관계는 노사간에 서로 정직하고, 공개적이며,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7월 1일부터 사용자는 고용하고자 하는 근로자에게 반드시 고용계약서를 교부할 책임이 있고, 직원의 수습기간 설정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사항이다.
따라서, 고용계약서의 다른 조항과 연계하여 상호 이익균형의 접점을 찾아 최대 90일까지로 정할 수 있으나, 노사간에 합의하면 이를 아예 없애거나 1-2개월로 단축할 수 있으며, 다만, 그 기간을 고용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해 둬야 한다.
한편, 뉴질랜드 “생활임금 지불 캠페인” 주창자들은 현재 뉴질랜드에서 두 아이를 둔 부부가 한 명은 풀타임으로, 다른 한명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4인 가족이 생활하려면 시간급이 $18.80 (처음엔 $18.40 주장)은 족히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금액은 현행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급 $13.75에 비해 무려 5불이나 높은 수준인데, 이에 반해,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고작 $0.25오른 시간급 $14 로 내정해 놓고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을 목표로 노동계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최저임금이 원래 주장대로 $18.40로만 올라도 사용자들의 부담이 25억달러 늘게 되고, 이로 인해 2만5천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제조업 경영자 연합회의 현실적인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휴가법과 관련 개정법(The Holidays Act 2003, the Holidays (Transfer of Public Holidays) Amendment Act 2008, the Holidays Amendment Act 2010)의 3대 골격은 (1) 한 직장에서 1년이상 일한 근무자는 적어도 4주의 유급휴가를 받을 권리가 있고 (2) 모든 근로자는 공휴일(public holidays)에 쉴 권리가 있으며, 부득이 일을 해야 한다면 평일보다 더 큰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고 (3) 질병 휴가와 경조사 휴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연차 휴가(Annual holidays)……평균 급여의 8% or입사 1년후 4주 발생
1년미만을 근무했다 할 지라도 평균임금의 8퍼센트에서 근무일 수 만큼을 계산하여 유급휴가를 받거나 금전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근로감독관 Kate씨는 “하루를 근무해도 휴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심지어) 고용계약서가 없더라도 휴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이번 부활절 휴가기간동안 근로자의 휴가 권리는 어떻게 될까? 우선, 공휴일(public holidays)이냐 아니냐의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부활절 연휴기간중 공휴일은 굿 프라이데이(금요일)와 이스터 먼데이(월요일)뿐 이다. 이 날 일하는 근로자는 일한 시간만큼 평일 시간당 임금의 1.5배를 받을 권리가 있는 데다가, 이날 못 쉰 것을 보상받아 평일인 다음 날(화요일)로 넘겨 유급으로 하루 쉴 수 있다.
반면, 이스터 선데이(일요일)는 공휴일이 아니라 그냥 쉬는 주말일 뿐이다. 따라서, 고용계약서에 별도 규정이 없는 한, 공휴일과 달리, 다음 날로 넘겨 대체 유급휴일로 보상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평일 시간당 임금을 적용받을 뿐이다.
휴식권리(Break entitlements) …… 2시간 근무에 10분 휴식 & 중식 30분
근로자가 하루에 (1) 2-4시간 근무하면, 10분간 휴식(유급)을 가질 권리가 있고, (2) 4-6시간 근무하면, 한 번의 10분간 휴식(유급)과 중식시간 30분(무급), (3) 6-8시간 근무하면, 두 번의 10분간 휴식(유급)과 중식시간30분(무급)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4) 8시간이상 근무하면 (1)단계부터 휴식권리가 다시 시작된다.
이론상, 유급인 두 번의 10분간 휴식시간과는 달리, 점심 식사시간 30분은 무급이므로, 오전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하루 8시간30분을 근무해야 8시간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월급쟁이의 경우, 노사가 합의한 고용계약에 따라 하루에 ‘9 to 5’로 일하더라도 8시간 근무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질병 휴가(Sick leave) … 입사 6개월 후 5일 발생
근로자는 입사 후 6개월이 경과하면, 5일의 유급 질병/부상 휴가를 받을 권리가 있고, 그로 부터 매 1년마다 5일의 질병/부상 휴가가 발생한다.
이때의 질병/부상 휴가는 근로자 자신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 부모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근로자는 사용하지 않은 질병 휴가일을 최대 20일까지 모아둘 수 있다.
질병/부상을 이유로 연속 결근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사용주가 의사진단서 제출을 요구할 경우, 근로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지만, 연속 결근 3일이내에 제출토록 요구하려면, 그 비용은 사용주가 부담해야 한다.
경조사 휴가(Bereavement leave) …… 입사 6개월 후 3일 발생
근로자는 입사 후 6개월이 경과하면, 자신의 직계가족, 즉, 배우자, 부모, 자녀, 형제자매, 조부모, 손자(손녀), 배우자 부모 사망시 각각 3일간의 경조사 휴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직계가족 이외의 가까운 지인 사망시에는 친분관계를 증명하거나, 장례식을 주관한다는 증명을 하고, 사용자의 허가를 얻어 1일의 경조사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고용관계의 종료 - ‘정리해고’ vs ‘부당해고’ 분쟁
사용자의 입장에서, 근로자의 근무능력이 기대수준 이하이거나, 불성실/나태 근무, 장기적인 질병, 법이나 회사내규 위반, 개인적인 비행 등을 이유로 근로자와 갈등을 빚을 때 고용관계에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직장내 차별, 성추행, 보건과 안전면에서 열악한 근무환경, 고용계약서 특정조항의 해석상 차이, 부당한 징계/해고,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각종 수당계산에 대한 불만 등을 이유로 사용자와 마찰을 일으킬 때 고용관계가 삐걱거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는 경영상 필요없게 된 잉여인원을 정리해고 할 권리가 있으며, 노사간 고용계약서상에 정리해고에 대한 보상규정이 없는 한, 정리해고자에 대해 위로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고용관계의 기본정신은 상호 ‘좋은 신뢰관계(Good Faith)’에 있으므로, 사용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근로자에게 회사사정을 설명해 이해를 구하고, 근로자가 다른 일자리를 구할 충분한 시간(보통 3-6개월)을 배려해야 한다.
대신, 이를 반드시 근로자의 서명이 들어 간 문서로 남겨 두면, 차후 있을 지도 모를 고용관계청(ERA)이나 고용법원(EC)에서의 법정공방에서 유리한 법적증거가 될 것이다.
노사분규 해결방안……‘정의’ 보다는 ‘합의’ 권장하는 사법부
노사분쟁이 발생하면, 회사내규에 따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용계약서 관련규정을 살펴 자체 해결을 시도해 보고, 실패할 경우, 고용관계청에 분쟁조정(Mediation, 무료)을 신청하고, 그래도 합의도출이 안 될 경우, 고용관계청에 고소장을 접수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문을 요청할 수 있다.
보통, 고용관계청에 고소장을 접수해 놓고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고소장 작성과 고용관계청 인터뷰는 본인이 직접해도 되지만,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처음부터 고용관계법을 잘 아는 법률대리인(변호사, 법무사 등)을 통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한편, 고용관계청의 결정문은 법적구속력을 가지며, 여기에 불만이 있는 사용자나 근로자는 결정문이 작성된 날로부터 28일내에 고용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다만, 고용청이나 고용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패소한 측은 승소한 측이 그 동안 부담한 법률대리인 비용과 법원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므로 신중하게 고려해서 고소문제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의 뉴질랜드 변호사협회(NZLS)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실제 노사분쟁의 80퍼센트는 재판전이나 재판중에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되는 것이 보통이며, 이것이 시간과 돈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어서, 뉴질랜드 사법부도 적어도 노사분규에 관한 한‘정의’보다는‘합의’를 권장하고 있다.
<객원기자 하병갑>
* Disclaimer: 본 칼럼은 뉴질랜드 현지사회 정착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전달을 위한 글이므로, 독자 개개인의 상황에 적용하기에 부적합할 수도 있으니, 고용관계법 전문 법률대리인(변호사/법무사)과 상담하시기 바라며, 위의 정보를 무분별하게 이용하여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본 칼럼 기고자는 전혀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이 게시물은 KoreaPost님에 의해 2014-02-25 21:20:44 포커스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