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불 아닌 일본의 화산 폭발

강 건너 불 아닌 일본의 화산 폭발

0 개 4,065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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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재에 뒤덮인 온타케 화산의 산장

일본 나가노 현의 ‘온타케(御嶽山) 화산’이 9월 27일(토) 오전 11시 52분(현지시각)에 갑작스럽게 분화, 10월 8일(수) 현재까지 사망 51명 실종 12명이라는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다.

이 산은 해발 3,067m로 일본에서 후지산에 이어 두 번째 높은 화산이자 편백과 화백나무가 많아 일본의 3대 미림(美林)으로 꼽힐 만큼 경치가 빼어나 평소에도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뉴질랜드 역시 화산 활동이 활발한 나라인 만큼 이번 온타케 화산의 폭발 소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한편 국내의 화산 상태에 대해서도 한번 되짚어본다.
 
<최첨단 장비로도 예상 못한 폭발>
일본 열도에는 지구상 분포하는 활화산 중 7%라는 많은 화산이 있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인들은 평소 일상생활에서 화산과 함께 살다시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들이 이번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사상자 수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이번 폭발이 너무도 급작스럽게 발생했다는 점 때문이다.

화산 대국 일본에는 모두 110개에 달하는 활화산이 있으며 이 중 47개는 언제든지 분화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데, 이에 따라 일본 기상청은 평소에도 각종 첨단 장비를 동원해 24시간 내내 감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온타케 화산은 폭발 직전까지 별다른 낌새를 보이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폭발 당시 이 산에는 가을 주말을 맞아 평소보다 더 많은 등산객이 몰렸으며 정오 무렵에 발생한 폭발 시간 역시 사상자를 늘리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겨우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당시 순식간에 연기가 하늘로 치솟으며 축구공만한 것부터 소형 자동차만한 돌들이 비처럼 쏟아지며 등산객들을 덮쳐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화산재까지 두껍게 내려 앉아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마그마 분화 아닌 수증기 폭발> 
화산 분화는 크게 마그마 폭발과 수증기 폭발이라는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그 중 마그마 폭발은 지진이 나거나 땅이 융기하는 등 분화의 전조가 비교적 뚜렷해 상대적으로 예측하기가 쉽다.

반면 수증기 폭발은 마그마의 열로 인해 그 상부에 있는 지하수가 끓어오르며 분화하는 것으로 사전 예측이 힘든데 이번 온타케 화산의 분화가 바로 이와 같은 수증기 폭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9월 10일부터 이틀 동안 80여 차례 미세 지진이 발생하는 등 온타케 화산이 분화하기 몇 주 전부터 이상 징후를 보였으며 당일에도 ‘화산성 미동’이 감지됐다면서 사전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온타케산에서 8월 29일부터 화산성 지진이 관측됐고 9월 10일에 52회, 11일에 85회를 기록했지만 12일 이후에는 감소, 분화 전날인 26일은 6회만 관측됐으며 지각변동 자료에도 큰 변화가 없어 경계수준을 높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 국내외 다른 화산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번 폭발이 이레적이었고 아직까지는 현대 과학으로도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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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아페후 화산의 분출 

<질식보다 돌에 의한 충격으로 사망>
이번 분화로 사망하거나 다친 이들은 대부분이 폭발 당시 비처럼 하늘에서 쏟아진 분석에 맞은 충격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영상에서 나타난 분석의 낙하속도는 시속 720Km에 달했으며 축구공만한 돌들이 마치 소나기가 퍼붓듯 고속으로 사람들을 덮쳤다.

초기에 사망자로 판명된 이들 대부분 목과 머리에 큰 타박상과 상처가 발견됐으며 의사들은 이들이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외상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진단했는데, 분화 초기에 일부는 사망자로 지칭되는 대신 ‘심폐정지’라는 용어가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이 역시 사망과 다름 없는 상태를 의미했다.

반면 폭발 당시 뿜어져 나온 유황 등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는 아직까지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반인들이 화산 폭발에 대해 가지는 상상과는 조금 다른 상황을 보여주었다.

10월 8일(수) 현재 온타케 산에서는 18호 태풍 ‘판폰’으로 인해 3일 동안 중지됐던 수색이 다시 재개되면서 화산재 속에서 추가 사망자가 발굴되고 있는데 빗물로 인해 화산재가 시멘트처럼 굳어져 수색작업을 방해하고 있다. 

이는 화산재에 포함된 황화물질인 황산과 칼슘이 물과 섞여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석회와 같은 황산 칼슘으로 변한 후 점토화했다가 마르면서 시멘트처럼 굳어지는 현상 때문이다. 
 
<후지산 분화 가능성에 떠는 일본>
한편 이번 분화로 일본 국민들은 화산대국 일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후지산이 폭발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면서 극도로 긴장하는 모습이다.

동경 시내에서도 뻔히 바라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후지산은 지난 2000년 동안 43차례 분화해 평균 50년 만에 한 번씩 터졌는데, 최근 300년 동안에는 분화가 없었던 데다가 지난 2011년 3월에 발생했던 동일본 대지진 여파가 겹쳐 분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지산 주변 도로가 내려 앉거나 온천수가 치솟고 호수 물이 빠지는 등 이상 징후가 잇따르고 있으며, 여기에 인체가 감지 못하는 이른바 저주파 지진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분화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1978년에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이 88%’라고 공식 발표했던 ‘도카이(東海) 대지진’이 발생하면 후지산 역시 함께 분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는데, 도카이 대지진은 후지산 인근 스루가만에서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면서 100~150년 주기로 발생했던 대지진을 말한다. 

지난 1707년 이곳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후 정확히 49일 뒤에 후지산이 폭발, 16일 동안 화산재를 내뿜어 100km 정도 떨어진 ‘에도(도쿄)’가 화산재에 뒤덮였는데 당시 지진과 화산 폭발로 2만 여명이 숨졌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1854년에 규모 8.4 지진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160년간 지진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확률상 발생이 임박했다고 보는 것인데, 이에 따라 중앙정부를 포함한 인근 지자체 등에서는 지진 뿐만 아니라 후지산 분화에 대한 주민 피난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만약 후지산이 분화하면 피난민만 75만 명에 이르고 도쿄에도 2~10cm 두께 화산재가 쌓이며 전기가 끊기고 교통이 마비되는 등 도시기능이 정지되면서 직접적 피해액만 최대 2조 5천만엔 이상에 이를 것으로 일본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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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우포 화산대를 포함한 화산지대 <지도 1> 

<뉴질랜드의 화산 활동은?>
주지하다시피 우리가 사는 뉴질랜드에도 비록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특히 북섬을 중심으로 불을 내뿜는 활화산들이 곳곳에 자리해 이번 일본의 화산 폭발이 강 건너 불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뉴질랜드 화산들 중 많은 수가 이른바 ‘타우포 화산대(Taupo Volcanic Zone, TVZ)’라고 불리는 지역을 따라 분포돼 있는데, 이 화산대는 길이가 350km에 너비가 50km에 이른다.

이 타우포 화산대를 포함, 북쪽의 남태평양 지역인 라오울(Raoul) 섬에서부터 해저 화산을 거쳐 로토루아, 타우포와 그 남쪽의 북섬 중앙부에 위치한 통가리로 국립공원 지역에까지 이르는 회랑에 국내 활화산의 대부분이 위치해 있다. (지도 1 참조)

필자는 14년 전 여름에 북섬 최고봉이자 타우포 화산대의 활화산인 ‘루아페후(Ruapehu, 2,797m) 화산’에 올라가 녹지 않은 눈이 드문드문 쌓여 있는 정상 부근에서 분화구를 내려다 본 경험이 있다.
당시 정상에는 분화구가 두 개였는데 물이 가득 담긴 원 분화구에서는 옅은 수증기만 올라왔지만 그 옆 경사면에 새롭게 뚫린 또 다른 분화구에서는 뜨거운 연기와 함께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진동해 정상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국내 화산 활동을 감시하는 GeoNet 사이트(http://www.geonet.org.nz/volcano)에는 모두 12개의 활화산 지역에 대한 현재의 활동 상황과 분화 가능성에 대한 경보 수준이 감시 카메라에 잡힌 시간대별 사진과 함께 나와 있다. 

10월 8일(수) 현재 12개 화산 중 루아페후와 ‘통가리로(tongariro)’, 그리고 ‘화이트 아일랜드(White island)’ 만이 경보수준(Alert level) ‘1’을 보이고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0’을 나타내고 있어 당장 분화가 임박한 상태는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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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의 고리(ring of fire) <지도 2>

<‘불의 고리’에 위치한 NZ>
국내에 이처럼 활화산이 많은 것은 뉴질랜드가 일본 열도와 함께 이른바 ‘환태평양 조산대(環太平洋造山帶)’라는 지각판(Plate)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 2 참조)

환태평양 조산대에서는 전 세계 지진의 90%와 대형 지진의 80% 가량이 일어나는데, 이처럼 지진대와 화산지대는 겹쳐 있으며 이러다 보니 뉴질랜드 역시 잦은 지진과 함께 화산활동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 곳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뉴질랜드 국민들에게 있어서 당면한 문제는,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화산 분화 가능성을 눈치채고 대비하냐는 것인데, 그러나 이번 온타케 화산처럼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다고 해도 이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소 25만 년 전부터 분화해왔던 루아페후의 경우 1895년과 1945년, 그리고 1995~6년 등 50년 주기로 크게 폭발하는 등 1945년 이래 최소한 60회 이상의 크고 작은 분화를 기록했는데 거의 전부 사전경고가 불가능했었다.

2007년 3월에도 급작스러운 폭발로 140만m3에 달하는 물과 진흙이 인근 강으로 쏟아져 내렸으며 2007년 9월에도 경고 없는 폭발로 20대 초등학교 교사가 분석에 맞아 부상당한 적도 있었다.

루아페후의 자매 화산인 통가리로 역시 2012년 8월에 1897년 이후 100여 년 만에 분출,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주고 등산로가 폐쇄되기도 했으며 두 달 뒤에 또 다시 화산재를 내뿜은 바 있다.          

<남섬지국장 서 현> 
[이 게시물은 KoreaPost님에 의해 2014-10-15 21:48:29 포커스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