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 새로운 연금저축제도, KiwiSaver

[359] 새로운 연금저축제도, KiwiSaver

0 개 2,853 KoreaTimes

7월 1일부터 새로운 연금저축제도인 키위세이버(KiwiSaver)가 시행된다. 저조한 가계 저축을 높이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계 부문의 부동산 자산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동당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키위세이버는 과연 어떤 제도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 본다.


키위세이버는 노후연금 보완책

노동당 정부는 2006년 9월 노후연금(Superannution)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자발적인 형태의 개인 연금저축을 도입하는 키위세이버법(KiwiSaver Act)을 제정해 2007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었다.

뉴질랜드의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은 2006년 전체인구의 12% 수준에서 2026년 20% 수준으로 크게 늘어 정부의 고령화 관련 지출 규모도 2005년 국내총생산의 11.8%였으나 2050년에는 20.9%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65세 이상 노령인구 1인을 부양해야 하는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은 1960년대 7.1명에서 2004년 5.5명으로 줄었으며 2028년에는 3명, 2051년에는 2.2명으로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다. 65세 이상 거의 모든 뉴질랜드인이 노후연금 대상자이기 때문에 이들은 노후 대비를 목적으로 한 저축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연금소득이 은퇴 전 평균소득을 대체하는 소득대체율은 뉴질랜드인 소득 평균의 38%에 달하며, 이는 OECD 평균인 29%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취업 경력이 없는 사람도 저임금 근로자 소득의 70%를 넘는 노후연금을 수령하기 때문에 저소득계층에게 별도의 노후 대비 저축을 유발할 동기가 부족하다.

그 결과 전체 노동가능인구의 29.6%만이 민간연금 저축에 가입되어 있는 상황이고 민간연금 기금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11.3%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인 87.6%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민간연금 저축에 대해 우대세율을 적용하는 반면, 뉴질랜드는 다른 금융상품과 동일한 세율을 부과하고 있어 민간연금 저축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가계저축 증대 위해 도입
  
이런 현실에서 키위세이버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저조한 가계저축률을 높이고 가계부문의 자산 포트폴리오 중 비정상적으로 높은 부동산 자산의 비중을 낮추는 데에 있다. 뉴질랜드의 총투자는 지난 2005년의 경우 약 150억 달러가 이뤄졌으나, 이 가운데 국내저축에 의한 투자액은 불과 3분의 1인 50억 달러이며, 나머지 3분의 2는 해외저축으로 충당되고 있다. 가계부문의 경우 2005년 가처분소득은 747억 달러였으나 소비가 858억 달러로 무려 11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75.7%에 이를 만큼 가계부문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부동산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이유로는 뉴질랜드인의 부동산에 대한 높은 선호와 함께 금융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부동산 조세체계 등이 열거되고 있다. 주택 소유는 그 자체로 현재소비와 미래소비간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주택을 소유함으로써 은퇴 이후 소유주택의 임대 또는 매각을 통해 추가로 소득을 마련할 수 있다. 부동산에 대한 조세제도를 살펴보면, 주택의 보유ㆍ거래로 인한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며, 모든 소득원천에 대한 주택 관련 금융비용이나 수선ㆍ유지 관련 비용에 대해 조세감면을 해주는 등 다른 연금저축보다 우호적인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키위세이버의 세부내용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키위세이버는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연금으로 임금의 4% 또는 8%를 원천 징수하여 민간사업자가 관리하는 금융자산 투자프로그램을 통해 운용한 후, 노후연금의 급여대상자가 되는 65세 이후에 그 투자수익을 연금형태로 지급하는 구조이다. 가입은 강제가 아닌 재량사항으로 7월 1일 이후 새롭게 고용을 시작하는 18~65세 사이의 직원들은 자동으로 키위세이버에 편입되지만 최초 취업 일로부터 2주 이후 8주의 기간 내에 탈퇴할 수 있다. 이 기간을 지나면 탈퇴할 수가 없다. 기존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본인이 원할 경우 가입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키위세이버의 강제화를 통해 호주처럼 금융시장을 발전시키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저소득층에게 필요 이상의 저축을 강요함으로써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과 소비를 낮추게 되는 등의 반론이 제기돼 가입을 자유롭게 했다.

가입자는 각각 다른 자산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6개의 적격사업자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6개 사업자는 ASB Group Investments, AMP, ING, Mercer Human Resource Consulting, AXA New Zealand, Tower Employee Benefits이다. 가입기간 동안 사업자를 변경할 수도 있다.

키위세이버는 다른 민간연금저축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정부규제를 받는 정부에 등록된 민간사업자에 의해 관리되지만, 키위세이버의 투자수익에 대해서는 정부보증이 없다. 가입자는 최초 납부를 한 후 1년이 지난 후부터 납부중지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최소 3개월에서 최장 5년 동안 납부를 중지할 수 있다. 가입자는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주택의 모기지 상환에 키위세이버 계좌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최초 가입시 조건으로 선택해야 하며, 피용자 기여분의 절반까지 사용 가능하나 고용자 기여분은 사용할 수 없다. 또한 가입후 3년이 지나면 자신의 생애 첫 번째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키위세이버 적립금을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다. 키위세이버 계좌에 적립된 돈은 기본적으로 만 65세 이후에 찾을 수 있으며 만 65세가 되어도 가입한 지 5년이 안된 경우에는 5년을 기다려야만 찾을 수 있다.

키위세이버 제도가 다른 국가들의 연금저축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첫째 키위세이버는 최초 취업자가 자동적으로 편입되지만, 탈퇴권리를 보유한다는 점에서 강제가입 구조로 되어 있는 호주, 스웨덴 등의 프로그램과 다르며, 둘째로 주택구입을 지원하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구조이고, 납부중지를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키위세이버의 기대효과

정부는 다른 연금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키위세이버도 근로의욕과 저축성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더불어 금융시장 발전과 재정건전성 제고, 가계자산의 구성 비중 변화 등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력적인 연금저축 프로그램의 도입은 총저축 증대를 가져올 수 있고 금융교육을 통해서도 저축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키위세이버는 확정기여형 연금으로 근로한 시간만큼 연금급여가 상승하므로 근로의욕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설계되었다.

노후연금의 경우 급여액이 취업기간과 무관하게 결정되므로 노동시간을 단축시킬 유인이 되며 저소득층 노동자의 경우 낮은 여가비용으로 인해 조기 은퇴할 유인이 높으나, 고소득층의 경우는 높은 여가비용으로 인해 그 효과가 어느 정도 상쇄 될 것이다.

키위세이버는 소득의 일정부분을 연금저축형태로 전환하도록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의 비중을 증가시켜 가계의 자산 다각화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키위세이버의 시행으로 인해 상당한 자금이 금융시장에 유입될 수 있어 만성적으로 외국자본 조달에 의존해온 뉴질랜드의 금융시장이 발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이는 뉴질랜드 내에서 보다 효율적인 금융자원의 배분을 가능하게 하여 전반적인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키위세이버의 문제점

뉴질랜드는 노후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아 저축을 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보장받을 수 있고, 대부분 부동산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고 있어 키위세이버의 도입으로 저축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지는 않는다. 다만 최초 취업자 자동편입 방식은 총저축을 일정 수준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소득층은 키위세이버에 가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 키위세이버의 실제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키위세이버의 주택구입 지원 관련 규정은 키위세이버의 당초 목적과 달리 가계부문의 자산다각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많은 노인인구가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을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주택가격 하락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6개 키위세이버 사업자들 중 하나인 ING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인구의 78%는 키위세이버의 세부사항에 대해 사실상 지식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5%가 노후연금 대상 최저연령이 현행 65세에서 상향조정 될 것으로 답했고 17%만이 현행을 유지할 것으로 응답했다. 영국, 호주 등의 국가처럼 전통적으로 정부 주도로 높은 수준의 복지정책을 유지 해 오던 뉴질랜드도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 추세에 부응해 고령화 관련 위험부담을 점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에서 민간 및 개인의 재량으로 이양하는 시장 지향적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에 키위세이버의 시행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