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월드컵

럭비 월드컵

0 개 2,008 박신영
요즘 뉴질랜드는 럭비월드컵땜에 난리인것 같다
2002년의 서울 월드컵이 생각난다

1년도 더 된 것 같은데, 한국의 명동거리라고 할 수 있는
오클랜드의 시티 한복판을 지나가는데
럭비월드컵이 몇일 몇시간 남았다는 커다란 전광판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당연히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줄 알았는데
웬걸 먼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거였다

아들녀석은
'엄마, 우리도 프랑스에 가자'며 흥분했다
글쎄 로또라도 맞으면 가능할려나

뉴질랜드가 맞은 첫 상대인 이탈리아와의 경기는
당연히 유럽과 뉴질의 시간차때문에 밤 열두시가 다되어 시작했다
아들녀석이 이 게임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속상해하길래,
두번째 경기인 포르투칼과의 경기는 보라고 허락해 주었다

토요일밤 열한시에 시작했는데, 1시간전부터 TV를 틀어놓고
각종 사전방송(경기장 취재, 리용이라는 개최도시에 대한 소개, 그곳에 사는 마오리사람의 까페 소개등등)도 다 보고
드디어 선수들이 등장하고
양국 국가가 연주되자
우리 아들은 열심히 뉴질 국가를 따라 부른다
마오리말로 먼저 부르고 영어로 이어부르는 꽤 긴 국가를 소리쳐
따라 부르는 아들의 얼굴은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이 녀석이 대한민국 애국가를 잊지는 않았는지,
언제 한번 불러보라고 해야겠다

럭비월드컵에 첨 출전하는 포루투칼은 당연 약체이다
그래서인지 All Blacks의 스타들인 주장 리치 메코이,
멋쟁이 키커 다이엘 카더는 보이지 않아서
아들과 나는 동시에 크게 실망했다
게임내용역시 어른과 아이팀이 붙은양 상대가 되지 않았다
All Blacks는 계속 try를 해 대는데
포르투칼은 수비하기에도 정신없어보였다
서로 어깨를 맞대고 밀어대는데, 900kg쯤 되는 한 pack이
거의 일방적으로 밀려가는 것이 안쓰러울정도였다
전반전이 끝날 때즘 벌써 40:3 이었던가 하여간 열두시가 되자
나는 억지로 아들을 끌고 자러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보니
108:13 으로 뉴질랜드가 이겼다
만약 축구로 했다면 포르투칼이 당연히 이겼겠지만....

일요일 오후가 되니
재방송을 해 주었다 그래서 못 본 후반전을 봤는데
경기가 끝나자 포르투칼 주장이 하는 말,
Dream team과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하긴 뉴질랜드가 현재 럭비 세계랭킹 1위인 팀이니
뭐 그런 기분이 들었겠지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은 지리적인 여건상 유럽사람이 많아서
그랬는지 응원소리는 일방적으로 포르투칼이 컸다
어쩌다 포르투칼이 조금 움직이면 엄청 환호했으니까...

지금껏 이탈리아나 포르투칼과의 경기는 거의 몸풀기에 불과했고
진짜 게임다운 게임은 24일 새벽3시에 있을
스코틀랜드와의 한판일 것이다

물론 앞으로 있을 호주나 남아프리카와의 준결승, 결승이 진짜
경기겠지만, 이변이 없다면~


운동경기가 항상 그렇듯이
이번 럭비월드컵도 이변이 없지는 않은 듯하다
개막경기였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도 어이없게
프랑스가 졌으니까

가장 큰 이변은
Ireland와 Georgia와의 경기였다
경기결과는 14:10으로 아일랜드가 결국 이겼지만
경기내용은 완전 Georgia의 판이었다
나도 이 Georgia라는 나라가 어디 붙어있는지 잘 모르는데
하여간 럭비종주국이라 할만한 Ireland를 꼼짝 못하게 했으니
대단했다
경기가 끝나자 대망신인 Ireland선수들은 황급히 라커로 사라졌는데
반해, Georgia선수들은 운동장을 돌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박수치고, 방금 TV본 사람은 누가 이겼는지 거꾸로 알 정도였다
Georgia의 럭비인구는 300명
반면 Ireland의 럭비인구는 22,000명이라니...

하지만 예외없는 결과도 있었다
일본은 아시아나라로는 유일하게 출전한 것 같은데
세계최강 호주에 91:3 으로 졌다
한국이 나왔다면....

전국민이 좋아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운동종목은
자연스럽게 세계최강이 되는 것 같다
Tonga같은 작은 나라가 미국을 25:15로 이긴 것을 보면
인구수와도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TV에서 걱정스럽게 보도하는 바에 의하면,
어린이 럭비 인구가 작년 4% 하락한 반면
축구인구는 6% 상승했다고 한다

사실 나같아도 부모입장에서는 자식이 럭비하느니
축구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현재 최고의 인기는 단연 럭비!

과연 뉴질이 우승할려나
첫번째 럭비월드컵 우승이후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뉴질의 갈증을 이번에는 풀 수 있을지
Go All Bl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