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 와이카레모아나 트랙(Ⅲ)

[369] 와이카레모아나 트랙(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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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석 같은 호수 꿰는 아름다운 코스-

  제 2일 페네키리 산장~마라우이티 산장(9시간30분)

  새벽에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 보니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하늘에 있어야 할 구름이 전부 내려와 호수 위에 덮여 있는 게 아닌가. 펼쳐진 절경 때문인지, 쌀쌀한 아침 공기 때문인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침 햇빛의 붉은 색과 하늘의 파란 색이 구름에 비쳐서, 호수를 덮은 구름에 신비한 색이 감돈다.

  오늘은 9시간 30분의 일정이다. 기본 8시간에 코로코로 폭포(할아버지 폭포 정도로 해석하면 됨)로 가는 사이드 트랙이 1시간 30분 정동 추가된다. 아침 일찍 산행해 보면, 옛날 도사들이 자기 키보다 훨씬 큰 지팡이를 왜 가지고 다녔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밤새동안 쳐 놓은 끈적한 거미줄이 얼굴에 잔뜩 걸려 간지럽다.

  완만한 내리막길에 새소리가 요란하다. 2시간 정도 내려가니 드리어 호숫가에 도착했다. 호수빛도 합류하는 지류의 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무 뿌리의 탄닌의 섞인 홍차색, 흰 백토가 섞인 청백색, 진흙이 섞인 노란색 등 호수는 구역마다 다른 색을 가진다. 긴 구름다리를 지나니 호숫가로 갈 수 있도록 길이 나 있다. 호수 주변은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파랗고 맑은 물색을 오히려 두려운 느낌이 난다.

  약 3시간 후 코로코로 폭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막다른 길이어서 돌아 나와야 하므로 배낭을 길 옆에 세워두고 카메라만 들고 트랙으로 향했다. 트랙이 더 좁아진다. 길 줄을 잡고 건너야 하는 시냇물과 징검다리 몇 곳을 건너는 아기자기한 오솔길을 지나니 폭포가 나온다. 마치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정방형의 폭포가 신기하다. 폭포가 내려오는 계고의 공기가 시원하다. 그다지 여유가 없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돌아 나왔다.

  코로코로 캠프사이트를 지나면 또 다시 구름 다리가 나온다. 아래를 보니 어른 종아리 만한 송어떼가 폭 2-3m의 좁은 지류를 경쟁하듯 거슬러 올라가는 있다. 마침 알을 낳는 시즌이라 위험을 무릅쓰고 상류로 알을 낳으려 가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작은 시내로 올라오는 송어들은 뉴질랜드 법에 의해 보호받는 '그림의 떡'이다.

  이 송어가 탐난다면, 다음의 몇 가지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우선 민물낚시 라이센스를 사야 한다. 그리고 미끼를 써서는 안 된다. 즉 루어나플라이 낚시처럼 가짜 미끼를 써야 한다. 또한 낚시 이외의 도구(작살, 그물, 돌, 총 등)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류나 지류의 입구, 혹은 상류에서 낚시를 해서는 안 된다. 30cm 이하의 송어는 다시 방류해 한다.

  송어는 일반 유통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직접 잡는 방법 외에는 맛 볼 수 있는 길이 없다. 연어보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해서 많은 양을 먹어도 질리지 않고, 신선한 특유의 향이 난다. 어두컴컴한 저녁 5시30분에야 마라우이티 산장에 도착했다. 산정의 파네키리 산장보다는 훨씬 작고 오랜 된 것인데. 호숫가 만 안의 작은 계곡의 위치해 있어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다. 마음이 아주 편안해진다. 타이산 붉은 카레로 저녁을 먹고는 설거지 대신 휴지로 깨끗이 닦아 놓았다. 오리지널 타이 카레는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매워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완전히 어두워진 후에야 제임스 커플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