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 어머니들의 일관성에 관하여(On Consistency of Mothers)

[372] 어머니들의 일관성에 관하여(On Consistency of M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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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학생 뒤에는 문제의 부모가 있다.'라는 것은 너무 자주 듣는 말이라서 식상하기도 하고,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별로 기분 좋은 소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에게 이 말은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러 각도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큰 의미를 갖는 경구이다.

  모든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이 자신들보다 나은 삶을 살거나, 자신만큼의 삶을 영유하기를 원한다. 특히 자신의 젊은 시절에 못다 이룬 꿈이 있다든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상황 때문에 포기했던 일들이 있다면 그 부모들은 자식들이 그 꿈의 일부라도 이루어 주기를 바란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마음껏 공부할 수 없었던 부모님들은 지나칠 정도로 자식의 성적에 집착하는 경향 이 강하다. 반대로 좋은 교육을 받고 전문적인 직업일선에서 성공을 이룬 부모님들은 본인의 자녀들은 자신이 걸었던 고통스러운 학문의 길을 걷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를 강조하지 않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떠나 보내며 이 두 가지의 부모님들의 태도가 똑 같이 학생들에게는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얼마 전 한국의 TV에서 '강남 엄마 길들이기'라는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다. 강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강남에 소재하고 있는 소위 명문고등학교들의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그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들의 모습이 마치 지난 시절 만났던 엄마들의 모습과 너무 흡사한 점들이 많아서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한 번은 학생들의 전국 모의고사 평균 성적이 전국 1위를 달리던 고등학교의 엄마들이 전교 1등에서 20등 이내의 학생들 중 10명의 학생들을 모아서 가르쳐 주기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 중에 성적이 조금 처지는 학생이 있어서 시험 볼 때 가끔 성적이 떨어져서 재시험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다른 학생의 어머니께서 그 학생을 교체하면 어떻겠냐는 전화를 했다. 처지는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을 이해시키느라 다른 아이들이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에서 였다. 남편과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 번 학생을 만나게 되면 다른 학생들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는 이상에는 끝까지 노력해서 성적을 올려 주고 또한 인성을 만들어 주어서 그들 한 명 한 명이 사회에서 책임감 있고 신실한 삶을 살아 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왔으므로 받아 들어 줄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처럼 자신의 자식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과욕을 보이시는 부모님들을 볼 때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남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모르고 신의를 지키지 못하는 '똑똑한 학생'들만을 배출하게 된다면, 필자도 앞으로 일어나게 될 극단적인 약육강식의 시대적 비극의 연출자쯤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한다. 그래서 가끔은 학생들에게 '세상을 망치는 것은 공부 못하고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똑똑하고 공부는 잘하나 인성이 잘못된 사람이다.'라고 말해주곤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또 하나 깨닫는 것은 그 학생이 뛰 어난 수재가 아닌 이상에는 '인성'을 바로 잡아 주지 않고는 '인내심을 갖고 공부하여 그 품은 뜻을 이루는 학생'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나의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키우는 방 법은 무엇일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부모님들, 특히 자녀들과 직접 부딪치며 함께 계획을 실행해 나가는 어머니들의 태도가 일관성(consistency)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공부를 손에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 들을 보면 그 학생들의 부모님들의 태도에 일관성이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자녀가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자유롭게 살기도 했으면 좋겠다라는 이상적인 바람을 갖고 계시다면 나의 자녀가 나의 이상 속에서 왔다 갔다 방황 하다가 여기도 저기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지나 않은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어찌 고통스러운 노력없이 공부를 잘 할 수 있으며,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한 자녀가 마음껏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단 말인가? 타고 난 천재나 재벌가의 자손이 아닌 다음에야.

  물론 서양 속담에도 '일만하고 놀지 않으면 아이가 바보가 된다.'('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말이 있다. 공부에만 빠져서 세상물정을 모르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님들도 알고 있듯이 각종 오락 매체가 발달되고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수많은 놀이가 아이들의 주변에 있는 세대에 공부만 하고 놀지 않는 학생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요즘은 너무 많은 오락매체와 도구들로 인해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조차 할 수 없는 행동장애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 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나의 아이가 어떤 적성을 갖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 아이에 맞는 방향의 학습이 무엇인가를 확인한 후에 달성할 수 있는 단기간의 목표와 장기간의 목표를 세우고 일관성을 갖고 자녀를 지도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녀들을 향한 부모님들의 교육관이 일관성을 갖지 못하면 아이들은 그 틈새를 금방 알아차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게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가도 낯선 땅 뉴질랜드에 이민이나 유학을 와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녀들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서 자녀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부모님들을 꽤 많이 보게 된다. 물론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학생의 많은 부분이 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기 싫은 일을 극복하고 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러나 한 번 그 일을 해 본 사람은 인생의 고난이 닥쳐 올 때 그 능력을 발휘하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기에, 어쩌면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이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서 오늘 우리 자녀들을 책상 앞에 앉아 있도록 지도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