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 아벨 타스만 해안 트랙(Ⅲ)

[373] 아벨 타스만 해안 트랙(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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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시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앵커리지 산장 ∼ 아와로아 산장 (7시간 ∼ 21km)

  잔잔한 파도소리에 눈을 뜬 앵커리지 산장의 아침이 상쾌하다. 해안가에 위치했기 때문에 약간은 높은 습도가 차가운 아침 바람과 함께 오리려 신선하게 느껴지다.

  앵커리지 베이에서 토렌토 베이로 가는 길에는 썰물에 한해서 두 가지의 선택이 가능하다. 썰물 때에 펼쳐지는 넓은 강 하구를 직선으로 가로지는 20분 짜리 길과 산 위로 돌아가는 1시간 30분 짜리 길이 있다. 다행히 썰물 시각이 아침 일찍 시작되어서 하구를 가로지르는 20분 짜리 짧은 길로 갔다. 아주 가는 모래로 펼쳐진 이 길은 1.5km 가량 되는 하구 길로서 발자국이 나지 않을 정도의 단단한데, 전체에 조개껍질이 가득 차 있다. 조개껍질이 오랫동안 물에 닳아서인지 모서리가 둥글어, 등산화를 가방에 매달고 맨발로 걸어가는데도 발이 베이지 않는다.

   이 곳은 트랙이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박혀 있는 말뚝을 보고 간다. 무릎 정도 차 오르는 작은 시내를 몇 개 건너야 하기 때문에 아예 신을 벗고 가는 것이 편하다.

  이 곳에서부터 폴스 강(Falls River)까지는 키가 큰 마누카나무와 너도밤나무 숲이 가득하다. 대부분의 너도밤나무 껍질 속에는 작은 애벌레가 들어 있어 나무껍질이 아주 검게 변해 있고, 애벌레가 내놓은 작은 대롱 끝에는 꿀이 달려 있다. 이 꿀을 하니듀(honey dew – 이슬처럼 아침에 달려 있는 꿀이 있다. 먹어 보면 특유의 좋은 향기가 난다)라고 해서 숲 전체에 아주 달콤한 향기가 진동한다.

  출발한 지 약 3시간 정도 가니 규모가 작고 아담한 바  크 베이가 나온다. 오전 10시30분이지만, 오후 1시 이전까지 오네타후티 해변을 지나야 한다. 오네타후티 해변은 밀물 때에는 지나갈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꼬박 너댓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 곳에서부터는 비교적 경사가 심하고 숲이 깊어 가끔 바람에 섞여 오는 바다 냄새가 아니면 여느 트랙과 다를 바 없다.

  육포와 사탕을 먹고 물을 마셔 가며 오네타후이 해변에 도착한 시간은 12시30분. 2∼3km 길이로 아름답게 펼쳐진 이 모래사장을 즐길 여유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해변을 지난다. 해변의 마지막 부분에도 도착하니 작은 시내와 바다에서 올라오는 파도가 만나 허리까지 물이 차있다. 다행이 물살이 세지 않아 바지를 벗고 배낭을 머리에 이고 시내를 건넜다.

  이제부터는 여유로운 시간이 시작된다. 시내를 건너자마자 젖은 옷을 나무에 걸고는, 칼국수 라면을 끊인다. 시내 건너편에는 어제 점심을 나누었던 노르웨이 청년이 도착했는데 우는 표정이다. 어느덧 물이 깊어져 그는 앞으로 4시간 후에나 이 작은 시내를 건널 수 있다. 약 40분 정도 가자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하나는 뉴질랜드 정부에서 만든 2시간 트랙(일반 등산로), 또 다른 하나는 이 곳의 명물인 아와로아 카페를 지나가는 1시간 30분 짜리 트랙이다. 아와로아 카페는 뉴질랜드의 최고 트랙들(The 9 Great Walks) 중간에 있는 단 하나의 카페다. 바닷가의 아름다운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멋이라도 부려 볼 마음으로 들렀더니 ‘공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