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 캐서린 맨스필드의 '행복'

[380] 캐서린 맨스필드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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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기쁨과 행복에 가득 찬 삶이라고 자신하던 사람이, 자신의 행복이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주치게 될 감정의 소용돌이는 얼마나 깊이 한 사람의 삶을 혼돈 속에 빠지게 할까? 이것이 Katherine Mansfield의 'Bliss'의 여주인공 Bertha가 이 단편소설이 끝날 때쯤 마주치게 되는 심리적 갈등이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Bertha는 남편 Harry와 어린 아기와 함께 살고 있는 30대 상류층 여성이다. 외출에서 돌아온 그녀는 그녀가 가진 모든 것들 – '사랑스런 아기', '열심히 일하는 남편'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 특히 그 속에서 빛나는 '꽃이 만발한 배나무'를 바라보며 행복감의 극치에 이른다. 그러나 Katherine Mansfield는 주인공이 자신의 딸이긴 하지만 아이를 기르는 책임을 맡고 있는 유모 때문에 자신의 마음대로 아이를 다룰 수 없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 냄으로써 그녀가 느끼는 행복의 근원이  '불안정한 것'임을 암시해 준다.

  그 날 저녁에는 지인들끼리 모이는 작은 파티가 열릴 예정이었다. 파티에 초대된 손님들은 곧 극장을 열게 될 Mr. Knight과 인테리어에 열정적인 그의 부인 Mrs. Knight, 시인인 Eddie Warren, 마지막으로 Pearl Fulton이라고 하는 신비롭게 느껴지는 여성이다. Pearl은 Bertha가 한 클럽에서 만난 젊은 여성으로 놀랄 만큼 솔직하지만 어느 선 이상은 절대로 타인이 넘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다. Bertha는 그러한 알 수 없는 그녀의 신비함에 빠져 들어간다. Bertha가 "그 선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라고 하자 남편 Harry는 "아무 것도 없지."라고 하며 '둔하고, 냉정하고 빈혈기 있는 여성일 것'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Bertha는 오히려 이런 남편의 태도가 은근히 마음에 드는 듯하다. 창 밖 정원에 서있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배나무 꽃을 바라보며 그녀의 만족감은 극치에 이르게 되며 심지어는 'I'm too happy – too happy.'라고 되풀이하며 마치 활짝 핀 배꽃이 자신의 인생의 상징인 듯 느낀다.

  곧 초대된 손님들이 Mrs. & Mr. Knight 그리고 Eddie Warren의 순서대로 도착했고,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온 Harry, 그 후에 마지막으로 Pearl Fulton이 늦게 도착한다. Bertha는 Pearl을 집안으로 인도하며 기분 좋은 파티의 여주인 의식을 느낀다. 식탁에서도 남편 Harry와 Pearl은 서로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여주인공 Bertha는 이번에는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그 순간에 남편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는 남녀간의 애정의 관계가 아니라 남편을 좋은 친구로 여기며 대했고 거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가정생활을 영위하던 그녀는, 그 날 밤 남편 Harry에 대해 '남녀간의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된다. 파티도중 Pearl은 정원을 보기를 부탁했고 정원의 아름다운 배나무를 함께 바라보며 Pearl은 "그래, 바로 그거예요.(Yes. Just that.)"라고 중얼거린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Bertha는 "내가 꿈을 꾼 것일까?(Or did I dream it?)"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느꼈던 자신과 비슷한 감수성의 공감대가 아닌 이상한 느낌이 Bertha의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 파티가 끝나고 먼저 Knight 부부가 돌아가고 함께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한 Eddie와 Pearl이 집을 떠나는 순간, 잠시 응접실에 머무른 Eddie와 대화를 나누던 중, Bertha는 그녀의 인생 전체를 뒤 흔드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Pearl을 따라 나서던 Bertha를 밀치듯 앞으로 나서며 Pearl의 코트를 들고 현관 밖으로 먼저 배웅을 나간 남편 Harry와 Pearl이 사랑의 말들을 주고 받으며 다음 날 만날 장소와 시간 약속을 하는 대화를 그녀는 듣게 된 것이다. 눈으로 보아도 그들은 오래된 연인 관계였다. Bertha가 Pearl에 대해 막연히 느끼던 '미묘한 공감대'가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를 확인 하는 순간이었다. "아,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것 인가?(Oh, what is going to happen now?)"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Bertha의 모습으로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Bliss'는 여주인공 Bertha가 배꽃나무를 바라보며 느끼는 행복감의 극치와 그 행복감의 뒤에 이 글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그림자처럼 은밀히 따라오는 어두운 느낌이 절망감으로 겹쳐지는, 여성의 심리학적 갈등구조를 잘 표현해 낸 작품이다. 그녀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이 이 글의 소재가 되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젊은 나이 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섬세함으로 한 여성의 행복의 극치와 그 행복이 모래성 위에 세워진 허상임을 깨닫는 순간 느끼는 감각이 마비된 것과 같은 고통을 표현해낸 그녀는 어느 비평가가 언급했듯이 모든 여성을 울릴 줄 아는 훌륭한 단편소설 작가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