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美 87센트까지 간다

치솟는 환율, 美 87센트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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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달러의 고공 행진이 작년 7월에 이어 다시 시작됐다. 미국 경제 침체로 인한 미 달러 약세, 투기적 일본 엔화 유입 등으로 촉발된 이번 환율 파동은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인플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작년과 달리 쉽게 개입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돼 대미 환율이 85~87센트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미 환율 23년래 최고

  대미 달러화 환율이 지난해 7월의 81.14센트 기록을 경신하던 2월 마지막 주 엑스포트 뉴질랜드(Export NZ)는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방문했다.

  엑스포트 뉴질랜드 측은 세계 최고 수준의 뉴질랜드 기준금리로 인해 환율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금리는 반드시 인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출업계는 가격 경쟁으로 인해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제조업체 생산라인까지 해외로 옮겨야 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아울러 목축업계도 달러화 강세에 가뭄까지 악재가 겹쳐 올해 수익이 44% 급감한 평균 2만1,000달러로 50년래 세 번째로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 알란 볼라드(Alan Bollard) 총재 가 수출업계와 목축업계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게 경제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현재 금리는 중앙은행의 목표대 보다 높은 3.2%의 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해 8.25%에 머물러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달러화를 잡아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지만 인플레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볼라드 총재가 금리 인하 카드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인플레 우려 중앙은행 금리인하 안 할 듯

  미 달러화에 대한 환율은 지난달 26일 달러당 81.53센트까지 올라 뉴질랜드가 1985년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2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원화 환율도 770원대까지 육박했다.

  미국 경기 불안으로 인해 미 달러화는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원화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겠지만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현재 미국 정책금리와 2%포인트 차를 유지하고 있는 콜금리가 인하되면 금리차를 활용한 한국내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 수가 있는 것도 환율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세계 주요통화에 대한 미 달러화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급락하고 도매물가지수가 예상치 보다 두 배 넘게 상승하는 등 미국 경제의 불안감이 고조된데 따른 것이다.

  또 미국의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에 달러 가치의 하락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달러화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가 달러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달러화가 종종 차입통화로 쓰이긴 했으나 통상 투자통화로 여겨져 왔다며 그러나 달러 약세가 지속함에 따라 달러화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달러화 약세가 환율 급등의 주원인

  웨스트팩의 수석 경제학자 브렌든 오도노반(Brendan O'Donovan)은 "미국 경제 침체에 비해 아시아 및 호주 경제는 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때문에 미 달러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웨스트팩은 "가장 중요한 환율은 87센트 선을 보이고 있는 대 호주 환율이다"며 "이는 수출업체들에 괜찮은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달러화 급등세에 따라 다른 통화에 대한 뉴질랜드 달러로 측정되는 무역가중지수(TWI)도 악화되고 있다.

  무역가중지수는 현재 74.24 정도로 최고치 77.17을 향해 내닫고 있다.

  BNZ 수석 경제학자 토니 알렉산더(Tony Alexander) 는 "외환시장에서 최근 고위험 캐리 트레이드가 한풀 꺽이자 수출업체들은 이미 단기적으로 안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와 재정 투입 등으로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회피하는 경향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60센트선이 적정

  총선의 해를 맞아 낙농업 붐, 인건비 상승, 기름ㆍ식품ㆍ에너지 비용 급등, 높은 가동률, 저 실업률, 고용 확대 등의 경제 상황을 맞고 있는 뉴질랜드 정부가 재정 확대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렉산더는 진단했다.

  그는 "만약 키위 달러 가치가 10∼15% 떨어지면 뉴질랜드에서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하늘을 찌를 것"이라면서 "임금은 상승하고 깊은 경기 침체가 없는 한 그 상승세를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도노반은 경제 성장률 둔화와 낙농제품 가격 상승으로 경제는 이미 두 가지 속도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BNZ의 환율 전문가 다니카 햄튼(Danica Hampton) 은 "키위 달러가 눈에 띄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이 지금과 같이 높을 만한 근본적인 이유가 없다"며 환율이 적정 수준보다 비이상적으로 높이 와 있음을 암시했다.

  햄튼은 달러화가 오르는 것은 아시아 투자가들이 뉴질랜드 달러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앙은행이 작년처럼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달러화 강세 원인과 관련, 뉴질랜드 달러를 사들이는 펀드들이 주요원인으로 그 외에 근본적인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대미 환율 85~87센트까지 상승 분석

  한편 ANZ의 외환 딜러이자 기술 애널리스트 마크 엘리어트(Mark Elliott)는 달러당 미화 85센트에서 87센트까지 오름세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엘리어트는 "키위달러가 3∼6개월 동안 80센트 이상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도 상승 추세의 출발점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목축농가들과 경제학자들의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고환율은 물가를 낮추는데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결국 임금 및 렌트비, 교통비, 금리 상승으로 상쇄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벌(Berl) 경제자문연구소의 경제학자 가네시 나나(Ganesh Nana)는 세계적인 경제 성장 추세와 비교해 봤을 때 현재와 같은 고금리는 불필요한 것이며 호주와 보조를 맞춰 적어도 현재보다 1% 포인트는 낮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나는 또 대미 환율도 장기적으로 60센트 선에 근접해야 적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적으로 환율 때문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인력 유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보다 수출 부문의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