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나 식물원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잘 아시겠지만 오클랜드시도 1번 모터웨이 옆 마누레와에 식물원(www. aucklandbotanicgardens.co.nz)을 가지고 있다. 시민들이 비교적 들리기는 쉬운 데,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다른 나라처럼 요란하게 치장하지 않아서,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이게 식물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광활한 면적에 자리 잡고 있으며, 환경친화적 설계ㆍ운영이 특히 눈이 뛴다. 방문객의 취향에 따라 골라서 즐기기에는 제격으로 여겨진다.
봄에는 목련 동산과 봄꽃 골짜기가, 여름에는 장미 가든과 호수가, 가을에는 뉴질랜드 전통 산림 숲이, 겨울에는 동백꽃과 록가든이 볼만하다. 그러니 언제 들러도 개인의 기호에 따라 즐길 수 있으리라. 식물원 정문을 들어서면 방문객 센터가 자리하고 여기에서는 식물원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식물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카페가 있어 쉬어 가기에도 그만이다. 그리 바쁘지 않을 때 그저 들러보기에도 정치가 있다. 방문객 센터의 오른쪽에는 허브 가든이 배치되어 있어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반대편 왼쪽에는 어느 가정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텃밭도 꾸며져 있다.
오늘의 관심은 이 허브 가든과 가정용 텃밭이다. 허브 가든은 한국의 옛날 시골정원을 연상케 한다. 허브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지만 허브의 배치나 장식물들이 정겹다. 그런데 한국적 사고로는 그래 식물원에 어느 가정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텃밭은 왜 만들어 놓지? 하는 의아함이 앞선다. 방문객이 보라고 만들어 놓은 게시판에는 이 텃밭을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린단다. 그렇다 한 번 채마밭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짐작이 가리라.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게. 그래도 이모저모 따져 만드는 텃밭인데 누구에게나 수궁이 가야하지 않겠는가? 그러자면 자연히 시간도 많이 걸려야 하리라.
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워져서 가정의 정원에 텃밭을 만드는 것이 인기란다. 또한 미국의 유명 종묘회사에서는 종자 판매량이 20% 늘었다고 타임지는 전한다. 뉴질랜드에서도 같은 현상이라고 유기농학회는 말한다. 영국의 월간 원예 잡지사에서는 고추 토마토 해바라기 포피(양귀비꽃) 종자를 끼워서 보내 왔다. 그걸로 한 번 심어 보라고. 초보자도 다른 걱정일랑 말란다. 그냥 심어 놓고 관찰하며, 도전적인 스릴을 그대로 즐기란다. 이래저래 텃밭 만들기는 세계적인 현상인가 보다.
원예 관련 잡지에서는 가정의 정원에 텃밭을 만들면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본인이 텃밭 관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즐거움과 생산물의 품질이 확인되는 과일과 채소를 맛 볼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는 것이 어떨는지. 비록 종묘비가 마트에서 사 먹는 비용 보다 더 든다 할지라도 한 번 해 보는 즐거움이야 무엇에 비하랴. 이렇게 하다보면 종묘비를 줄이는 방법도 쉽게 알아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계절을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자연과 쉽게 친하게 된다.
여기 뉴질랜드의 가정에는 어는 정원이나 텃밭을 만들기에 그리 어렵지 않아 좋다. 그래도 정 여의치 못한 경우에는 지난봄에 텔레비전에 보도 된 것처럼 '손바닥 텃밭'이라도 만들면 어떨까. 각목이나 판자로 사방만 막고 인공상토나 콤포스트를 채우면 그대로 '손바닥 텃밭'을 만들 수 있다. 거기에다 가정에서 필요한 상추 같은 채소나, 로즈메리 같은 허브류를 심어 놓고 활용하면 그만이다.
현재 오클랜드 식물원에서는 가정용 텃밭을 다시 꾸며가고 있다. 우리 집에 적합한 텃밭을 설계 중이라면 한번 들러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보길 바란다. 그들이 텃밭을 꾸며가는 데 삼년을 걸쳐서 진행하고 있으니 한번 관찰해 보는 것도 뉴질랜드 방식의 생활을 살아가는 즐거움이 아닐는지. 시간이 나는 대로 둘러 보고, 계절별로 주제에 따라 살펴보면 오클랜드 식물원이 한층 더 재미있게 나에게로 다가온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