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
1,705
13/05/2009. 10:11 코리아포스트 (125.♡.244.199)
어느 절에 중년 신사 한 분이 저녁 늦게 찾아와서 주지스님을 만나겠다고 한다.
나이는 한 오십이 되어 보였다. 차를 한 잔 앞에 놓고 얘기를 들어 보니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어 이 세상을 하직하고 싶다는 얘기다. 떠나고 싶은 이유도 많다. 가정은 파탄이 나고, 가족은 모두 떠나고, 마음은 우울하고, 몸은 병 들고, 재산은 부도가 났다. 세상 살아갈 자신이, 인간을 사랑할 마음이 어디 한 군데도 없어 보였다.
주지스님이 듣고 보니 그 길 밖에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그 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너무 가슴 아픔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른 방도가 없겠습니다. 뜻대로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왕 죽을 것 같으면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나를 도와 주고 가시오!" 그러자 이 분은 한 참 생각 하더니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봉사 하겠다고 한다. "이왕 죽을 건데 스님 한 번 도와 드리고 딱 죽을랍니다."
그렇게 해서 스님을 잠깐 돕게 되었습니다. 그 일은 무료 급식소에 걸인들을 모아다가 밥 해 주고, 청소하고, 빨래해 주고 보살펴 주는 일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이 사람은 이렇게 실토를 합니다.
"그 때 스님이 돈 몇 푼을 주었거나, 옷을 사 주었더라면 나는 죽으러 갔을 겁니다. 그러나 스님이 나에게 도와 달라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살아 났습니다. 스님 하시는 일을 돕다 보니 그 속에서 편안한 마음을 찾게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용기있게 잘 살겠습니다." 이러 더랍니다.
위의 중년 신사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행복과 기쁨을 위해 불철주야 앞뒤 안 가리고 나는 사람들이 노력해도 역부족이고 미래가 안 보이고 절망일 때 가질 수 있는 마음이다. 요즘 연예인들이 자살을 많이 하고 자살 싸이트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지 못하고 귀중한 생을 허망하게 버린다. 자살을 하면 육신은 없어져서 편해 질지 모르지만 그 영혼은 그 생각이 그대로 지속 되기 때문에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 괴로워 진다. 어쨌든 살아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
30년 전 통도사 극락암 선원에서 근세의 대도인 경봉 큰스님을 모시고 수행 할 때 스님께서는 수시로 법문을 하시는데 한 번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몇 일전 부산에 사는 거사(남자신도)가 왔는데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서 다시 일어 설 수가 없어서 죽을려고 왔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니 손을 내 봐라 말하고 거사가 손바닥을 내놓은 순간 내 손바닥으로 딱 쳐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 소리가 어디서 낳노! 니 손에서 낳나! 내 손에서 낳나! 손에는 본래 소리가 없는데 두 손이 마주 치니까 없던 소리가 생기는 것이다. 세상도 이와 같이 혼자서는 아무리 해도 안 된다. 부인과 함께 지금 죽고자 하는 그 절절한 심정을 돌이켜서 죽을 힘을 다해 다시 천신만고 노력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죽었다고 마음 먹고 마음을 최대한 낮추어서 세상 사람들한테 잘 하면 영광을 찾을 것이다. 성공 하거든 부인 애 미기지 말고, 부인한테 옷도 해 주고, 패물도 사 주고, 돈도 주고 잘해라. 이렇게 하고 돌려 보냈다."라고 말씀 하신 것을 지금도 기억 하면서 큰스님의 가르침이 매우 크시고 희망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고통과 괴로움이 많은 세상이라는 뜻이다. 위험이 닥치고 고생이 이어진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비유할 수 있다. 앉아 가는 사람은 적고, 서서 가는 사람이 많다.
서서 가는 사람은 다리도 아프고, 몸도 불편하고, 차가 움직일 때마다 서로 부대낄 수 밖에 없다.
세상에서 사람끼리 부딪히는 것도 피할 도리가 없다. 이처럼 사람 사는 세상은 서로 마주치면서 살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스트레스가 오고 고통지수가 쌓이게 된다. 일상 생활 속에서 당하는 고통을 '오음성고'라고 한다.
누구든지 고난이 닥쳐왔을 때 잘 참고 견뎌야 한다. 그것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맹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장차 크게 되려 할 때는 반드시 그 마음이 괴롭힘을 받는다.'고 했다.
어떤 괴로움일까? 먼저 '몸이 고달프다'고 하고. 둘째는 '생활이 가난하다'고 하고. 셋째는 '하는 일마다 어그러 지고 비틀어 진다'고 했다. 큰 사람이 되려면 이런 과정을 거치고 이런 시련 가운데서 어려운 일을 당해낼 능력이 주어질 때 대인이 된다고 한다. 반대로 '어려움을 경험해 보지 않고, 편안 속에서는 쉽게 타락하기 쉽고, 소인배가 되기 쉽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편안하기를 원한다. 불안을 싫어한다. 위험을 두려워 한다.
괴롭고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은 죽으란 뜻이 아니다. 오히려 잘 살게 해서, 더 좋은 생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