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학의 초기 성공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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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2005. 22:12
박신영 ()
나는, 아들녀석이 8살이 되던 2005년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영어공부를 시켰다.
그전에는 영어공부를 시키지 않았다.
이유는 너무 어린 아이에게 괜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사실 언제부터 외국어공부를 시켜야할지에 관해서 고민을 안 한것은 아니지만
언어학 이론에 기초해 볼 때 9살 이전에만 가르치면 된다고 해서
초등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homeschooling을 시작했다.
100% 영어로만 된 교재를 가지고 차근차근 카세트의 도움을 받아가며(아무래도 내 발음은 한국어 억양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원어민의 발음을 많이 들려주려 애를 썼다),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재미있게 수업을 이끌어가느라 나름대로 애를 많이 썼다. 하지만 아들녀석의 영어는 지지부진 참으로 느리게 진전되어 나갔다. 그렇게 하기를 반년쯤, 뉴질랜드에 오기 직전까지 이 녀석의 영어수준은, 알파벳은 여전히 헷갈려 하고, 말하기는 My name is Jaeyoung. 또는 This is a book. 정도였다.
그랬던 아이가.....
뉴질랜드 와서 3개월이 흐른 지금,
어떤 책을 읽냐면(물론 혼자서 읽을 수 있다),
다음은 어제 학교에서 가져왔던 읽기숙제 책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Dad and James looked at the bumper cars.
Dad, can I go in a car?
Look, Dad! Here comes the red car.
부모의 의견을 적어보내는 책에 나는 “Amazing”이라고 썼다.
시작이 이렇게 거창했던 건 물론 아니다.
첫 읽기숙제 책은 아주 간단한 단어만 나열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그림이, 다른 쪽에는 커다란 글씨로 Car 등이 써 있었다.
그렇게 시작되어, 한주 두주가 흐르면서
I help at the park. 등의 한 줄 문장이 있는 책을 가져 오더니
Mum is looking for Teddy Bear.등의 두 줄 문장으로 발전해서
요즘에는 세 줄, 심지어는 네 줄 문장 책도 숙제로 가져온다.
무슨 뜻인 알고 읽는지 한번씩 물어보면, 잘 모르는 것도 꽤 있다. 그런데도 읽기는 잘 한다. 아마 스펠을 보면서 읽거나 옆 페이지의 그림을 보는지도 모르겠다.
그 비밀이야 어떠하든지, 엄마 입장에서는 참으로 놀랍게 발전하고 있다. 일주일에 다섯 번씩, 매일 6시간씩 영어로만 구성된 환경에서 생활한 덕분인지, 또 방과후에 한시간여 동안 영어만화를 시청한 덕분인지, 하여간 학교 다녀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공부나 과외를 시키는 일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영어가 느는데는 놀랄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 외국으로 그렇게들 영어연수나 조기유학을 떠난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입학 첫날, 아들녀석이 배운 첫 번째 영어단어는 바로 “toilet”이다. 선생님이 어느 아이더러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재영에게 가르쳐 주라고 해서, 아들녀석이 그 친구를 따라 갔다 오더니 바로 그 단어를 배워와서는 그날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써 먹고 있다. 그 단어를 몰랐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그 친구가 화장실에 데려가서 “This is a toilet"이라고 말해서 아하, 화장실이 toilet이구나 하고 알았다고 했다.
며칠 지나자, “Don't"라는 단어를 배워와서는 지 동생에게 툭하면 써 먹는다.
또 얼마부터는 나에게는 “Please"라며 떼를 쓰기도 한다.
언어의 목적은 의사소통이다. 영어를 말하지 않고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굳이 (부모가 원하는 만큼 빨리) 영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외국에 와서 아무도 한국말을 모르는 환경에서 혼자서 부대껴야 한다면, 또한 자연스럽게 영어를 빨리 습득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느는 아들의 영어를 보노라면, 참 대견하고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