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노랗게 익어 가면 의사의 얼굴이 노래진다

감이 노랗게 익어 가면 의사의 얼굴이 노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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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탐스럽게 익어가는 감과 함께 우리 곁에 다가 온다. 특히 한국 사람에게는 고향의 감나무에 대한 추억이 어려 있어 이 감이 더욱 정겹다. 뉴질랜드에 와서 가장 반가웠던 것 중에 하나가 감나무를 만났던 일이다. 키위 아저씨 농장이지만 거기서 익은 감을 골라 따면서 얼마나 즐거웠던지. 여기의 가을은 비가 자주 내려 구질구질하지만 그래도 울긋불긋한 단풍과 함께, 달콤한 감과 함께 맞이한다면. 다가오는 겨울도 한결 수월하게 지낼 수 있으리라.

예전의 어른들은 하루에 홍시 하나로 겨울철 감기를 이겨 냈다. 그래서 가을이면 그리 크지도 않았던 떫은 감을 정성스럽게 따서 항아리에 담아 두고 겨울 내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 키위들도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서양인이 사과를 건강식품으로 즐기듯이 동양인들은 감을 그렇게 좋아 한다는 것을. 그렇다 서양인들에게는 '하루에 사과 하나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는 말이 전래된다. 서양에서 사과를 건강식품으로 즐겨 찾았듯이 동양에서는 감을 그렇게 즐겨 왔던 전통적인 과일이다. 그래서 키위 아저씨는 일찌감치 감나무를 심어 놓고 동양인을 상대로 와서 따가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원래 감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의 몇 개의 나라에서 전래되어 내려 왔다. 그런데 이제는 이스라엘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동양의 감 품종을 재배해서 동남아에 수출을 하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서양인들도 단감은 물론 홍시까지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즐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동서양의 잦은 왕래와 세계 무역 덕분에 동서양 과일이 따로 구분할 수 없게 되어 간다고나 할까.

일반적으로 감은 비타민 C가 많아서 겨울철 감기 예방에 좋은 과일로 분류한다. 그래서 '감이 익어 가면 의사의 얼굴이 노래진다'는 말이 생겨났으리라. 그리고 감에는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어 현대인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제격이다. 원시적인 방법이라 가볍게 여길지 모르나 설사를 멎게 하는 데도 효과가 뚜렷하다. 그 얼마나 자연 친화적인 생활 방식인가?

감을 즐기는 방법도 사람에 따라 서로 달라 어떤 이는 아삭아삭 씹히는 단감을 깎아 먹으려 하고, 어떤 이는 감이 말랑말랑한 홍시가 될 때를 기다리며, 어떤 이는 한 단계 더 달콤한 곶감을 찾는다. 어떻게 즐기던 본인의 취향에 맞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조상들이 일상생활의 소중한 한 부분으로 여겼던 감을 요즈음 현대인이 어울리게 각색을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가을철 감이 익으면 가족의 수만큼 한 아름씩 따다가 저장한다. 그 때부터 싱싱한 상태로 단감으로 깎아서 즐기기 시작한다. 이 때 감은 시원한 곳에 항아리 또는 상자에 넣어서 보관한다. 그대로 두면 하나 둘씩 홍시로 변하게 된다. 그 때마다 하나 씩 홍시로 드시길. 그러다 보면 먹어 치우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홍시가 생기게 된다. 그 때 넘쳐 나는 홍시는 냉동고에 저장하면, 그건 내년 한 여름에 꺼내 먹을 거다. 한 여름에 먹는 냉동 홍시는 아이스크림은 저리가라다. 이렇게 가을에 시작한 달콤함은 겨울을 지나 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집에서 쉽게 실현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감의 매력에 빠져 있는 분들을 위한 홍시를 만들어 즐길 수 있는 비법 한 가지. 단감이든 떫은 감이던 가리지 말고 단지나 플라스틱 통에 넣고서 뚜껑을 덮어 둔다. 이때 사과를 한 두 개 함께 넣는다. 그러면 며칠 만에 모두 말랑말랑한 홍시로 변하게 된다. 사과에서 나오는 에칠렌가스가 감의 연화를 촉진시켜 달콤한 홍시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가을은 찬바람과 함께 익어가는 감이 있어 풍요롭다. 또한 온 가족이 함께 달콤함을 즐길 수 있어 포근하다. 단감 홍시 냉동홍시 등 가족의 취향에 따라 자유자재로 연출할 있어 맛도 다양하다. 이 참에 우리 뒤뜰에 감나무 한 그루 심어 놓으면 여기도 새로운 고향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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