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 새로 정착하고 사회에 적응하려면 많은 예산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예산과 노력보다 더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을 뉴질랜드 사람들은 보여 주었다. 난민들은 결국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뉴질랜드에는 종교나 이념, 국가라는 엄청난 권력에 쫓기다 새로 정착한 난민들이 많다. 불안에 떨며 희망 없이 살던 사람들이 다시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게 되고 결국은 훌륭한 사회 구성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씻기고 환대하면 좋은 이웃이 된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진리가 아직도 뉴질랜드에는 존재한다. 그 외에도 뉴질랜드는 해외 장애우에 대한 입양률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런 마음 씀씀이 때문일까. 뉴질랜드는 세계 두 번째 다인종 국가가 되었다. 뉴질랜드의 다양한 인종 구성은 다양한 문화를 낳고 그 문화의 구성원들은 더욱더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가 폭넓어진 것 같다. 그래서 일본이나 영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뉴질랜드 사람들에게서는 섬나라 민족의 특징인 폐쇄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배낚시로 대형 도미를 잡다
점심 식사 후에 오클랜드 시내의 요트 정박장으로 향했다. 오클랜드에 사는 전체 가정 중 4분의 1이(돛을 달고 바람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요트 혹은 (엔진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보트를 가지고 있다.
뉴질랜드에는 크게 세 종류의 키위(Kiwi)가 있다. 첫째는 뉴질랜드의 국조인 키위새, 둘째는 제스프리로 유명한 과일 키위, 그리고 마지막으로 뉴질랜드 사람이다. 우리가 만나는 보트 주인 크리스 역시 평범한 키위이다. 우리가 도착한 요트 정박장에는 보트와 요트가 바다 위에 줄지어 있다. 콧수염을 기른 크리스가 반갑다면서 우리를 맞는다. 먼저 도착한 박영석 대장, 용묵 형이 덕환(동국대 산악부 OB)과 함께 나와 있다. 크리스는 맥주와 럭비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뉴질랜드인이다. 보통 때는 매우 활동적이지만 럭비 시즌이 되면 TV 앞에서 맥주 캔을 들고 럭비 시청에 열을 올린단다. 그는 럭비 시즌이 막 끝나는 때여서 더 살이 쪄 있다며 귀여운 변명을 하고 배를 두드린다.
푸른 바다 위를 화살촉처럼 질주하는 보트에서 바라보는 정박중인 대형 요트들과 오클랜드의 스카이라인은 언제 봐도 좋다. 오늘은 푸른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이 스카이타워에 걸려 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배 선실에서 키를 잡고 있어야 할 크리스가 홍차를 가지고 나왔길래 조종석을 보니 박영석 대장이 키를 잡고 있다. "이런...."
배에 속도를 붙여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자 크리스가 어군탐지기를 보다가 배를 세우고는 낚시를 해 보라고 한다. 어차피 우리의 일정은 '여행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상태라, 앞서 낚았던 손맛에 중독된 채 또다시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말았다. 낚싯대를 바다에 던지기 전의 기대감과 긴장감을 어디에다 비교할 수 있을까? 법정 크기 미달인 도미 몇 마리와 상어가 잡혀 모두 놓아준 후에 더 좋은 포인트를 찾아 위치를 옮겼다. 이것이 바로 배낚시와 갯바위 낚시의 차이점이다. 갯바위에서는 고기가 올 때까지 언제까지고 무작정 기다리지만, 배낚시는 우리가 고기를 찾아간다. 세 번이나 옮기고 나서야 드디어 입질이 시작되었다.
뉴질랜드의 맥주들
ㆍ라이언레드(Lion Red): 100년 전통의 맥주 (북섬의 대표 맥주) ㆍ스페이츠(Speight's): 남섬의 자존심 (남섬 맥주임을 꼭 기억할 것) ㆍ투이(Tui): Since 1889 ㆍExport Gold: 깔끔한 맛의 상징 ㆍMonteith's: Westcoast의 거친 맥주, Since 1868 ㆍDB Draught: 구수한 맛의 노란 라벨 ㆍ와이카토 드라프트: 와이카토의 자존심 ㆍ스테인라거(Steinlager): 50여 개국으로 팔리는 뉴질랜드 맥주
인구 400만이 채 안 되는 나라에 이토록 많은 맥주 회사가 있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뜻이다. 각각 지역별로 '신토불이' 맥주가 있으므로 동네 주당들에게 한소리 듣기 싫으면 여행 지역의 맥주를 마시도록 한다. 동네 사람들에게 반드시 물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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