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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2009. 14:03 코리아포스트 (122.♡.146.161)
뉴질랜드는 해마다 남태평양의 가난한 국민들과 난민들을 받아 들이는 대표적인 인권국가로알려져 있다. 이처럼 인권을 중시하는 뉴질랜드에서 최근 임신한 외국 여성들을 의료서비스 부담의 이유로 잇달아 강제 출국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자부담 호소에도 출국 요구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임신여성들의 강제출국 사례에는 오클랜드 인터내셔날 칼리지(International College of Auckland)에서 원예학을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김성원(31) 씨가 포함돼 있어 교민사회의 관심이 높았다.
김 씨와 그녀의 남편 강진성(33) 씨는 지난 3월 방문비자로 오클랜드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4월 학생비자를 신청했으나 임신 중이기 때문에 거부됐고 뉴질랜드 당국의 출국 요구를 받아야 했다.
그녀는 임신과 출산에 따르는 비용을 모두 자비로 부담할 것이며 어떤 무상혜택도 받지 않겠다고 호소했으나 뉴질랜드 당국은 내국인들의 출산에 따른 부담만 해도 상당한 압력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아기는 본국으로 돌아가 낳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뉴질랜드에서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의 경우 보통 4,000달러의 경비가 들어가나 문제가 있을 경우는 8,500달러까지도 소요되는 것으로 보건부는 추산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이민부 대변인은 “임시퍼밋으로 체류하는 여성이 임신을 하면 이민부에 알려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퍼밋 조건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부는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임신을 이유로 비자가 거절됐는지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체계 추가부담’이 강제출국 이유
조나단 콜먼(Jonathan Coleman) 이민장관은 “임신여성들은 뉴질랜드 보건체계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이 되기 때문에 학생비자를 내주지 않는다는 게 뉴질랜드의 이민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콜먼 장관은 “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고 안 하고는 문제가 아니다. 뉴질랜드는 방문자들에게까지 임신과 출산에 따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보건 자원이 없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생비자로 뉴질랜드에서 공부하던 여학생이 임신을 하면 자동적으로 출국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모든 사안은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산부의 상태가 좋지 않아 뉴질랜드내 출산을 허용한 사례도 최근 있었다.
지난 1월 3개월 방문비자로 남편(34), 아들(6)과 입국한 리투아니아 출신 유가 스키아우테리스(Jurga Skiauteris, 29)는 당시 임신 6주였다.
3월 이후 갑자기 건강상태가 안 좋아져 여행을 하지 말라는 의사의 진단를 받게 된 그녀는 4월 이민부에 비자 연장 신청을 했으나 거절됐다.
이후 여행할 경우 조산의 위험이 있다는 의사의 경고에 따라 재심을 하게 된 이민부는 결국 출산 예정일인 오는 7월 22일 직후까지 비자 연장을 허용해 주었다.
이 가족은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어 출산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으나 이민부는 1차 심사에서 비자 연장을 기각했고 콜먼 장관까지도 이민부의 이 같은 기각 결정을 비판했다.
임신여성 강제출국, 인권침해 논란
중국 출신의 또 다른 임신 여성(29)은 뉴질랜드 당국의 출국 명령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차별적이다”면서 중국의 인권 상황에 비판적인 뉴질랜드가 외국 유학생이 임신을 했다고 해서 중국에서보다 더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중국 여성은 당국의 출국 명령에 대해 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뜻을 비쳤지만 인권위원회의 대변인은 “인권법에 ‘임신에 따른 차별’ 항목이 있더라도 이민으로 인한 문제는 예외로 하는 특별조항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특별조항은 시민권 목적을 위한 ‘원정출산’ 방지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2006년 이를 방지하는 법이 개정된 이상 더 이상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녹색당 케이스 록키(Keith Locke) 의원은 “뉴질랜드에서 법적 적용을 받는 특정집단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만인과 같은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이러한 예외 조항을 폐지하도록 국회에서 힘쓰겠다고 밝혔다.
시민권 노린 ‘원정출산’ 우려 없어
속지주의를 택했던 뉴질랜드는 과거 일부 외국인들이 태아의 뉴질랜드 시민권을 얻기 위해 이른바 ‘원정출산’을 하는 사례가 있었다.
당시 매년 단기비자로 뉴질랜드를 찾은 여성들이 낳은 아이가 600명 가량인 것으로 파악됐었다.
그러나 뉴질랜드 시민권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2006년부터 부모중 최소 한 명이 뉴질랜드 시민권자가 아니면 아기가 뉴질랜드에서 태어나더라도 시민권이 자동적으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
법 개정에 따라 김성원 씨의 아기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나더라도 뉴질랜드 시민권을 얻지 못한다.
태아의 시민권을 얻기 위한 출산도 아니고 비용도 모두 부담하겠다는데 굳이 출국을 요구했던 것은 산모와 아이의 복지에 분명한 문제를 야기했다.
일부러 뉴질랜드에서 아이를 낳아 시민권을 얻는 원정출산도 법 개정으로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에서 대부분의 출산은 계획된 것이 아니며 출산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더욱 심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민부는 임시비자 임신 여성의 출국을 부족한 전문 의료진과 산파 탓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의들도 출산전 출국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유학•관광산업에도 부정적 영향
이민부의 지적대로 출산비용의 자부담은 의료서비스 부족에 당장 해결책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자금이 지역보건위원회에 할당되어 출산 의료 부문에 사용된다면 중기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절충안을 위한 여지는 있고 임시퍼밋으로 체류하는 여성이 자신의 부담으로 임신 및출산 비용을 지불한다면 뉴질랜드에서의 출산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결혼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소망이 간절하고 차후에도 보건 시스템에 도움을 줄 재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만약 이들로부터 얻는 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 문제가 과장됐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즉 이민부의 지적과 달리 임시퍼밋 소유 임신 외국 여성들의 수가 많지 않고 의료서비스 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민부의 이러한 정책은 뉴질랜드의 주요 수출산업인 유학산업과 관광산업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런 일을 당한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은 뉴질랜드에 대해 나쁜 기억을 갖게 되며 뉴질랜드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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