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교민 1세대 최초 부부변호사 - 안병국, 서정아 변호사
0 개
7,230
17/07/2009. 13:58
코리아포스트 (122.♡.146.161)
/인/터/뷰/
이민 박람회가 한창이던 1995년, 두 부부는 이민답사를 전제로 약 2 주간의 뉴질랜드 여행길에 오른다. 그로부터 3 개월 후인 1995 년 9 월 쌀쌀하기만 했던 어느 봄날의 문턱, 그 봄날의 시작처럼 그들은 안정된 생활을 뒤로 한 채 무엇하나 보장되지 않은 나라 뉴질랜드로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후회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러한 상황 역시 두 부부가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과정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공통된 인식 하에 뉴질랜드에서 또 다른 인생의 새 출발점에 선다. 지난 2000년 5월 26일 오클랜드 법대졸업 후 오클랜드 고등법원에서 뉴질랜드 변호사로 임용된 후 민사소송 및 상법, 계약법, 이민법 전문 변호사로 법조인의 길을 걷고있는 안병국 변호사(46)와 지난 2009년 6월 26일 역시 남편의 후배로 오클랜드 법대를 졸업 후 오클랜드 고등법원에서 뉴질랜드 변호사로 임용된 서정아(46) 변호사 부부를 만나 교민 1 세대 최초 부부변호사로서 나란히 법조인의 길을 걷는 그들의 남다른 삶의 역정을 인터뷰하며, 이민 1세대의 역할과 이민 1.5 세대 및 이민 2 세대의 정체성과 미래의 삶의 도전과 그 성취가 이민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재조명해 보았다.
변호사가 되는 과정, 그로 인한 삶의 새로운 깨달음들
“한국에서 남편은 독문학을 전공한 후 국내 대기업 해외영업부에서의 근무를 시작으로 줄 곳 무역업무에 종사했어요. 저는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고, 결혼 후 전업주부로서 남편을 내조하는 아내와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이러한 생활은 보다 나은 삶으로의 새로운 도전과 부모로서 아이를 좀더 나은 교육환경 속에서 자라게 할 수 있다는 바램으로 뉴질랜드 이민 후에도 계속 되었습니다.”서정아 변호사는 1997년 남편이 법학공부로 새롭게 도전하고, 아내는 남편의 빈 자리를 채우는 내조자로서의 진정한 역량이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다며 어려웠던 시간들을 회상한다. 하지만 그러한 세월들이 지금의 부부를 서로 의지하고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해주었다. 서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인정하는 과정 속에서 부부간의 믿음과 신뢰를 쌓을 수 있게 했으며, 더욱 노력하는 자세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이들 부부도 여느 이민 가정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환경 속에서 겪게 되는 역경과 생각하지 못했던 심적인 어려움들과 마주쳐야 했으며, 이를 이겨 낸 것도 남다를 바 없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아내들, 특히 이민 1 세대 가정의 아내들이 남편과 자녀들로부터 더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음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민 생활을 통해 한국에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가정에서 아내의 역할입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모성애를 가진 엄마이기에 세상의 모든 아내들은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 입니다. 더불어 한 사람의 반려자로서 아내의 역할 또한 모든 남편들에겐 너무도 귀한 공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늘 있기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 할 때가 더 많죠. 하지만 아내의 내조는 모든 남편들에게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됩니다.”라고 말하는 안 변호사를 바라보는 서 변호사의 얼굴엔 고마움과 믿음이 교차하는 엷은 미소가 비춰졌다.
남편과 함께 법조인으로서의 길을 선택
서 변호사의 새로운 열정이 시작된 것은 2003년 AUT의 법정통역 고급과정 (Certificate in Advanced Interpreting (Legal)) 1년을 수료하면서부터 였다. 그 당시 안 변호사는 임용을 두 달 앞두고 취업한 현지 민사소송전문 법률회사에서 4년 가까이 민사소송 및 상법, 이민법 등을 전문으로 다룬 Senior Associate 변호사로 근무 했으며, 2004 년에는 개인 법률사무소를 개업하게 되었다. 당시 서 변호사는 법률비서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법률적인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2004년 공인법무사(Legal Executive Course) 1년 과정을 파트타임으로 2년간 밟았다. 2006년부터 공인법무사로 안병국 법률 사무소에서 일을 계속 하던 그녀는 법률서비스가 가지는 중요함과 변호사의 사회적 역할 및 그 책임과 의무를 현장에서 체험하면서, 2006년 2 월 오클랜드 법대에 43세의 나이로 입학하고 3년 만에 법대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변호사 실무과정을 마치고 2009년 6월 오클랜드 고등법원에서 뉴질랜드 변호사로 임용되었으며, 2009년 7월 1일부터 Practicing Certificate를 소지한 변호사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서 변호사는 변호사 임용식이 있던 오클랜드 고등법원 1호 법정에서 남편인 안 변호사 본인이 직접 Moving Counsel의 자격으로 그녀의 변호사 임용을 법원에서 선서하는 그 순간은 개인적인 기쁨과 함께 교민 1 세대 최초의 부부 변호사라는 역사를 기록하는 그 의미가 새로운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변호사로서 거듭날 수 있었던 서 변호사의 남다른 감회와 그러한 힘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법대에서 법학을 공부할 수 있었던 지난 3년의 시간들은 인생의 소중한 경험들을 배움을 통해 습득할 수 있었던 너무나 행복한 순간들이었어요. 그러한 환경을 마련해 주며, 엄마의 빈 자리 까지도 채워 준 남편의 노고와 배려에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무슨 일을 해도 당신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남편의 격려와 저에 대한 남편의 한결같은 믿음이 저를 더 노력하게 했고, 저를 한결같이 응원해준 제 아이도 3년 만에 법대를 졸업할 수 있게 이끌어 준 원동력이었습니다.”라며 “저처럼 늦은 나이에 학업을 다시 시작 하려면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다시 시작한 배움은 법률적인 전문인만이 아니라 제 자신을 재발견 하는 과정들의 연속이었습니다.”라고 답한다.
향후 활동계획
서정아 변호사는 이제까지 남편인 안 변호사의 전문 분야인 민사소송 및 상법, 계약법, 이민법 등 모든 업무를 배울 계획과 더불어 청소년 문제를 비롯해 가족법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익혀 나갈 계획이다. 올해 법학 석사과정을 먼저 시작한 남편 안 변호사의 뒤를 따라 내년부터 환경법 분야로 법학 석사과정 또한 계획 중임을 밝혔으며, 실력있고 신뢰 받는 법조인으로 의뢰인의 믿음에 보답하는 변호사로 지금보다 더 열심히 배움에 정진하며, 교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본이 될 수 있는 생활과 그러한 마음의 자세를 잃지 않는 삶을 열심히 살 수 있도록 정진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