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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2009. 14:52 코리아포스트 (122.♡.157.136)
우리가 묵은 블루레이크 Top 10 홀리데이파크는 깊은 산속의 맑은 호숫가에 있어서 더더욱 공기가 맑았다. 취사장, 식당, 샤워장, 화장실, 빨래방, 야외 바비큐 등 호텔급 편의시설이 깨끗하게 들어서 있다. 차를 타고 들어오면 공원 사무실에 신고를 하고 주차 장소를 배정받아 여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캠퍼밴이나 텐트에서 그냥 잘 수도 있고, 별도의 숙박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어젯밤 어두울 때 와서 보이지 않던 호수가 홀리데이파크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호수 이름은 블루레이크(Blue Lake). 산봉우리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어 고요하다.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만 아니면 시간이 멈춰진 듯했다. 허영만 화백과 봉주 형님이 호숫가를 걷는다. 오랜 세월 친구로 지낸 두 사람은 많은 말이 필요 없다. 등산과 운동으로 발걸음이 경쾌한 허영만 화백도 뒷짐을 지고 초로의 신사처럼 점잖게 걷는 봉주 형님도 맑은 물에 발이 젖을 듯 말 듯 발걸음이 가볍다. 블루레이크의 평화로운 광경에 취해 우리는 10시가 다 되어서야 홀리데이파크를 천천히 빠져 나왔다.
블루레이크가 있는 이 지역은 지금은 로토루아에서 가장 정적인 곳이지만, 불과 120년 전인 1886년 6월 10일 밤에는 그렇지 않았다. 기록에 의하면 자정을 조금 넘은 시간에 갑자기 근처에 있는 타라웨라(Tarawera) 산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폭발 소리와 함께 산의 정상부가 통째로 날아가 버리고 바위가 쪼개진 틈으로는 용암과 진흙과 물이 증기와 함께 쏟아져 나왔다. 이 폭발은 새벽 5시 30분 무렵에 멈췄지만, 화산재는 계속 쏟아져 내려 마오리 마을 두 곳이 통째로 매몰되어 버렸다. 그나마 인구 밀도가 낮은 곳들이라 인명 피해는 153명에 그쳤지만 화산 근처의 모든 지역은 순식간에 초토화되어 버렸다고 한다.
세계의 수많은 화산 중에서도 뉴질랜드의 화산 활동 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중에 186년에 일어난 타우포 대폭발은 기원 후 역사상 가장 큰 폭발로 기록되었으며, 멀리 중국과 로마의 고대 문헌에도 이 폭발로 인한 자연의 변화가 기록되었으며, 멀리 중국과 로마의 고대 문헌에도 이 폭발로 인한 자연의 변화가 기록되어 있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다행히 그 때는 뉴질랜드 전체에 사람이 전혀 살지 않았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그 때의 폭발로 뉴질랜드 북섬 전체가 평균 9센티미터의 화산재로 덮이고, 그 분화구에는 물이 차서 서울시 크기만 한 타우포 호수가 생기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는 화산 활동을 매우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화산 활동도 특별하지만 무지막지한 힘으로 모든 걸 뒤엎는 화산 폭발은 생각만 해도 놀랍다. 지축을 뒤흔드는 155밀리미터 대포 소리도 들어봤고, 트레킹 중에 고막을 찢는 벼락 소리,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바람 소리, 빙하가 움직이며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도 들어 봤다. 하지만 지축을 울리며 상상할 수 없는 힘으로 바위를 뿜어내는 화산 폭발이야말로 자연계에서 가장 거칠고 파괴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새들의 천국
이런 화산의 영향 때문인지 태초에 뉴질랜드에는 새들만 살았다. 키가 3미터에 이르는 커다란 모아새가 있는가 하면 몸무게가 15킬로그램에 육박할 만큼 세계에서 가장 육중하고 큰 날개를 자랑하는 하스트 독수리도 있다. 그 외에도 각종 앵무새나 희귀한 새들이 많았는데, 천적이 없었기에 새들은 기껏해야 활강이나 할 정도의 비행 수준을 넘지 못했다. 땅 위에 포유동물이라고 하면 엄지 손가락만 한 박취 두 종류(긴꼬리박취, 짧은꼬리박쥐)가 전부였고 과일이나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이 포유동물들은 다른 새들에게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고 오랫동안 공존했다. 이런 단순한 생태 구조였기 때문에 새들의 개체수는 숲에 가득할 정도로 크게 번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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