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에 선 자랑스런 한국인(Ⅳ)

국제 무대에 선 자랑스런 한국인(Ⅳ)

0 개 1,373 코리아포스트
말로만 듣던 나쁜 벌레 ‘참피온’에게 물린 것이다. 모기장을 치고 자지만 잠이 든 사이 이 벌레가 모기장 사이로 들어온 것이다. 깎아 놓은 연필심 크기만한 이 벌레는 꼬리에 염산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보호를 위해 건드리면 곧바로 염산을 뿌려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잠결에 몸에 붙은 이 벌레를 건드려서 화상을 입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그나마 목에 상처를 입었으니 다행이지 어떤 사람들은 얼굴에 화상을 입어서 얼굴 전체가 새카맣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뜩이나 날씨도 무더운데 상처부위 때문에 제대로 씻기도 어려우니. . .

이 곳의 여름에는 더 무서운 적이 있다. 여름에는 달콤한 냄새가 매혹적인 망고가 집집마다 열리는데 이 망고 나무에 서식하는 ‘망고파리’라고 하는 벌레는 사람들이 말리려고 널어놓은 옷에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작은 알들을 까 놓는다.

이 알들은 피부에 난 작은 상처를 통해서 피부 안으로 들어가서 그 곳에서 기생하면서 자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고 마치 혹처럼 부풀어 오르고 누런 고름이 생긴다. 이때 양 손으로 꾹 누르면 ‘툭’하고 터지면서 고름과 함께 구더기만한 애벌레가 튀어나온다.

정말 생각만해도 징그러워서 소름이 끼친다.

어느 날 새벽

온몸에 열이 나면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게다가 복통, 설사, 구토 증상까지 겹쳐 오고 시간이 갈수록 온몸의 마디마디가 심하게 쑤셔와서 죽을 것같이 아프다. 너무나 고통스러우니 밤새도록 끙끙대며 앓는 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온다. 누군가 나를 좀 병원으로 데려다 줬으면 좋겠는데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다. 출근도 하지 못하고 탈진된 상태에서 살짝 잠이 들었는데 핸드폰이 울려온다. 평상시 칼처럼 출근하던 보스가 점심 때까지 출근을 하지 않으니 이상하게 여긴 부하직원이 전화를 한 것이다.

“Take me to the hospital, please!”

곧바로 유엔 병원으로 후송되어 포도당 주사를 맞고 피검사에 들어갔다.

약 10분 후 검사 결과는 알약을 한 주먹 먹어야 하는 말라리아였다.

일단 조금이라도 증세가 있으면 약을 먹으면서 쉬어야 한다.

동료 중 한 명은 제때에 치료받지 않아 균이 뇌 속으로 침입하여 3일만에 죽어서 돌아갔다. 여기서는 말라리아로 죽은 장래 행렬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들처럼 저 주검을 따라가는 행렬이 사랑하는 나의 아내와 두 딸들이 아님을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코리언 필리피노가 되다

유엔 직원들의 구성원들은 대개 약 십 수년 내지 이십 수년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왔거나 다른 유엔 평화유지 미션에서 자리를 옮겨 온 이 분야의 베테랑 들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면이 다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善惡이 改悟사”라는 고사 성어가 있듯이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단점뿐만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장점과 풍부한 경험 등은 스승으로 모셔야 할 정도로 배울 점이 많다.

시큐리티 페이스 (Security Phase)가 III인 내전국가의 평화유지 미션 지역은 가족들을 데리고 갈 수 없다. 더구나 열대 우림의 기후, 끔찍한 질병과 열악한 생활 환경은 나를 마치 조만간에 이 땅에서 좇아 보낼 듯이 매우 괴롭게 하고 있다.

그나마 이러한 환경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지만 극도의 외로움은 마음을 서서히 병들게 한다. 혼자서 살아가는 것은 나 자신을 자꾸만 소극적으로 만들어 가고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또 피할 수 없는 현실은 내가 지금 왜 이 곳에 있는지 가끔씩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나 다른 동료들은 강한 체력과 심장을 가졌는지 아무런 문제 없이 너무도 씩씩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미션 지역에서 좋은 업무 성과를 나타내고 싶어하는 일에 대한 나의 열정은 나를 일 중독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주말도 없이 일하고 주중에도 늦게 퇴근하여 대충 식빵에 치즈를 넣어서 먹는 것으로 저녁을 때우거나 국적 불명의 간단한 음식으로 허기를 때우면서 살아가는 나의 일상은 점점 나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어 가고 있다. 업무적으로는 대 내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내 자신은 점점 외로움 속에서 작아지고 황폐해져 가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