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튀는 한국인, 왕따 코리아

[330] 튀는 한국인, 왕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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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TV3에서 밤11시에 방영하던 ‘Sports Tonight’라는 프로를 즐겨 보곤 했다.

지금은 우리 ‘현대’의 협찬으로‘Hyundai Sports Tonight’로 바뀌고 시간도 약간 변경되었는데 럭비, 크리켓을 비롯, 스포츠 전반의 화제를 모아 엑기스 형태로 방영해 준다. 그런데 흔히 MU(=Manchester United)팀의 경기를 후반에 보여 주곤 했는데 하도 한국에서 박지성 선수를 극찬하기에 MU의 경기가 나올 때마다 눈 씻고 보았지만 단 한번도 그의 모습은 커녕 이름조차 듣지 못했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각종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방영했는데 어느날 여자쇼트랙에 한국 선수들이 나오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시선을 집중하게 되었다. 그런데 경기 초반 갑자기 한국선수들이 연속적으로 부딪치면서 나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더군다나 안타까운 그 순간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한국 선수들이 왜 저런 기본적인 플레이에 미숙해서 계속적인 실수를 하는가”라며 비아냥식으로 대담하는 걸 보고는 속이 많이 상했었다.

이민 오기전까지 국제 스포츠경기 중계를 볼 때면 한결같이  “현지 관중들이 일방적으로 (한국과 싸우는)상대편 국가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아나운서의 멘트를 듣곤했다. 물론 행사주최국과 대전한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제3국과의 경기에서조차 열이면 아홉은 상대국가를 응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왜 한국은 응원하지 않는 것일까?”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는데 나와 살다 보니 국제적 왕따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지난 1월 퇴임한 전 주한뉴질랜드대사 David Taylor는 참으로 실감나는 어드바이스를 해 주었다. 그는 “코리아 프리미엄 정착을 위해  국가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다이나믹 코리아’는 ‘동서양을 바쁘게 왕래하는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주지만 너무나 개념이 불분명하고, 조급함마저 든다.”면서 한국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또한 그는 “삼성, 현대, LG와 같은 기업 스스로가 한국기업이라기보다 세계기업으로 알려지길 원할 수도 있으며 이는 그 나름대로의 잇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해 한국이란 국가 자체 이미지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어쨌거나 도요따나 소니가 일본기업이고, BMW나 폭스바겐이 독일제로 알려진데 비해 이미 세계적 기업으로 부상했는데도 삼성, 현대, LG가 한국 기업으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한국이라는 간판이 너무 초라한 때문은 아닌지? 타이거 우즈가 태국 출신이고, 애니카 소렌스탐이 스웨덴 사람으로 잘 알려졌지만 미셸 위가 한국계임을 국제 언론에서 거의 들어 보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우리 한국인들 스스로가 개인주의나 독선, 위화감, 내지는 지나친 자기과시적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2002년 월드컵 응원단’으로 시작된 ‘붉은 악마’에 대해서도 때때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응원단 이름이 하필이면 지난 반세기동안 공산당의 상징이었던 붉은색의 악마로 굳어져야 한다는 데에도 선뜻 이해가 안가지만, 한국인들이 붉은 악마에서 희열과 자부심을 느끼는 동안 많은 세계인들이 일종의 두려움이나 이질감을 갖는다면 이는 자부심과 긍지 못지 않게 경계심과 위화감을 유발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

한때는 ‘김우중체포특공대’를 그리고 ‘DJ노벨상저지특공대’를 만들더니 이제는 ‘붉은악마원정응원대’까지 구성했다고 한다. 줄기세포의 세계적 권위자가 하루아침에 국제사깃군으로 전락하고 골프로 인해 갑짜기 국무총리가 해임되는 나라-한국을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왜 한국인들은 튀어야만 하는 것일까? 튀는 동안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다는 사실은 왜 모르는가? 월드컵, 황우석, 미셸 위를 비롯하여 최근 몇년 동안 한국 매스콤을 장식한 특급 화두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류열풍이다. 배용준과 최지우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히트를 치면서 한류열풍의 물꼬를 트더니만 가요와 스포츠로까지 확대되고 중국은 물론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몽골까지 퍼져나갔는데 이 또한 일시적 열풍보다는 지속되는 순풍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찰나주의, 영웅주의를 표방하다보니 빨리빨리 정신으로 무장된 ‘초고속무질서대한민국’이 건설되고 전국민의 가수화, 모델화와 맞물리면서 과시욕과 공주병에 사로잡힌 국제사회의 왕따생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제발 조국이여 튀지말고 조용히 발전해 달라. 교민사회여 보이지 않게 현지화해 달라.
천천이 그리고 조용히 발전해 가는 지혜를 기르자. ‘종이호랑이’라고 무시당했던 만만디의 중국이 지금 세계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교과서시절부터 ‘토끼와 거북의 경주에서 거북이가 승리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일찌감치 깨달은 현명한 민족이 아니던가.

  대장금에서 민상궁과 창이가 심심하면 주고 받던 ‘가늘고 길게’ 살자던 감초멘트가 지금 자꾸만 오버랩 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