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 범죄의 물결, "몸조심 하십시오"

[338] 범죄의 물결, "몸조심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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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꾸준히 보는 사람이라면 요즘 뉴질랜드의 각종 범죄 뉴스들이 피부에 와 닿을 만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한 나라'임을 주장하며 그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뉴질랜드에 닥친 범죄의 물결로 그렇지 않아도 각박해지는 민심을 더욱 조이고 신뢰를 무너뜨릴까 우려된다.

또한 본지 지난 호를 통해 보도된 바 있는 영국 여행자들의 설문 조사에서 뉴질랜드는 태국, 아프리카, 카리브해 지역에 이어 네 번째로 강도와 도로사고가 많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외(?)의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 뉴스에 이어 Stuff 웹사이트상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에서 "Do you think NZ is a safe place for tourists?(당신은 뉴질랜드가 안전한 여행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Yes'로 답한 사람은 73.4%로 'No'(22.2%)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뉴질랜드 국내외의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면, 그리고 심각하고 다양한 종류의 범죄가 지금 우리를 위협하고 있음이 확실하다면, '안전한 나라'의 인상은 그저 우리만의 착각 또는 희망에 가까운 신념이었던가 되돌아 보게 한다.

여행과 유학 산업을 주요 국가 수입으로 하는 뉴질랜드에서 범죄의 증가는 당연히 실질적인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골칫거리가 되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안전 위협'이라는 보다 앞선 시급한 문제를 일깨운다.


*****  뉴질랜드에 이런 사건도. . . 악해지는 범죄  *****

뉴질랜드의 범죄들이 더 잔혹해지고 폭력을 포함한 범행은 늘고 있는 추세여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마약과 음주, 폭행, 가정폭력, 총기사고 등은 여전하고 기본적인 인간 윤리도 무시된 각종 성범죄, 잔혹한 살인, 폭행, 강도가 난무하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일어난 사건들만 몇 가지만 보자면;
  타우랑아의 한 십대가 5살 여아를 유괴, 성추행.
  시가 1백만 달러어치 코카인 마약 밀수입 적발.
  Tokoroa 초등학교 교실에서 50대 여교사 살해.
  25세 남자가 78세 할머니 성폭행 목적으로 집에 침입.
  갱단멤버가 한 여인의 집에 마구 총 쏘고 달아나.
  마약반대운동가 자신의 집에서 P마약류 제조.
  3개월된 쌍둥이 형제 살해 당해.
  총기류 판매점 강도 주인가족 위협하고 총기절도.
  파티필 샵에 강도, 주인 및 3명 폭행으로 의식 잃어.
  8명 자녀 둔 31세 엄마, 파트너와 같이 3살 아들 살해.
  부인이 앙심품고 30cm 부엌칼로 남편 찔러...

뉴질랜드의 대표 신문 뉴질랜드 헤럴드 웹사이트에서 지난 2주간 범죄 관련 기사 헤드라인만 110여 건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3개월된 Kahui 쌍둥이 형제 살인사건은 연일 신문 앞면을 장식하며 대서 특필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학대, 살해 문제에 관한 재조명이 이어졌는데 실제로 뉴질랜드는 세계 27개 나라 중 어린이 살인율이 멕시코, 미국, 헝가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나라라는 조사 결과가 이번에 발표되었다. 1991년부 터 2000년까지 있었던 어린이 살인 사건의 81%가 부모나 양부모에 의해 저질러진 것 또한 어린이 관련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소개된 뉴스들 중 3살 된 아들을 살해한 부모는 무자비함의 극치를 보여 주었는데 아이가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옷과 침대를 더럽히자 부러진 노의 쇠손잡이 를 이용해 아이를 마구 때리고 그 상태로 찬물에 샤워하게 하는 등 그 동안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손에 집히는대로 매일 아이를 구타했던 것으로 밝 혀졌다.

사건은 아이의 엄마가 없는 동안 집에 들어온 남편이 아이가 침대를 다시 더럽힌 것을 알고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아이를 사정없이 때려 의식을 잃게 한 것으로 시작됐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는 이 사건이 알려져 감옥에 가게 될 것이 두려워 경찰이나 앰뷸런스를 부르지 말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는 이튿날 병원에서 숨졌는데 죽은 아이의 몸에서는 적어도 60 군데의 맞은 자국이 발견되었고 왼쪽 팔꿈치가 뒤틀린 것을 비롯 그 동안의 구타로 만신창이 상태였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단순강도, 절도 사건도 연일 뉴스에 빠지지 않고 있는데 노인에게서 빵과 단 2달러를 훔쳐 달아난 10대, 학교 청소중이던 청소원을 폭행하고 돈을 훔친 사건, 3시간 동안 자동차 세 대와 돈을 훔친 사건 등 소규모 범행들도 끊이지 않고 있어 언 제 어디서 희생물이 될 지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음주 및 알코올 중독, 총기 사고 등은 폭력과 살인 등이 동반되어 더욱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마약관련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지난 주에는 마약중독 가정의가 1999년 한 차례 혐의를 받은 이후 계속해서 의사로 진료 활동을 해 오던 것이 적발되기도 했고 6개월간 도주했던 중국인 마약밀매 부부가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  범죄증가, 대중의 착각?  *****

London King's College의 범죄정책연구협회 대표 Mike Hough 박사와 옥스퍼드 대학교 범죄학 센터의 Julian Roberts 박사는 최근 법무부 주관으로 웰링턴에서 열렸던 한 세미나에서 일반 대중들이 범죄와 형사판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오해를 지적했다. 그 중 하나는 '대중들은 항상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1990년대 중반부터 국제적으로 범죄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렇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뉴질 랜드경찰은 현재 폭력 범죄를 제하고 25년 기간 동안 가장 낮은 범죄율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크라이스처치 지역에서만 상점 강도가 지난해 60% 늘었다고 하니 오해나 편견을 떠나 현실적으로 범죄가 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끝나지 않는 범죄 전쟁  *****

정부와 경찰은 가정폭력에 대해서 만큼은 뿌리를 뽑으려는 듯 하다. 작년에 설립된 Task force for Action on Violence within Families는 내년 6월까지 웰링턴과 오클랜드에 3개의 가정법원 설립, 범죄자 대상으로 비폭력교육 지시, 가정폭력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연구 확대, 경찰/CYF(Children Youth and Family)/정부/비정부단체 등과 협력한 어린이 폭력방지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구성하여 행동을 취할 방침이다. 어렸을 때 폭력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란 사람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강도, 폭력 등 범죄 속으로 빠질 확률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이러한 노력들은 현재의 범죄 예방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환영받을 만한 일이 될 것이다.

각종 범죄와 관련 국민들이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경찰들이 얻고 있는 신뢰는 그리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아니, 이를 넘어서 경찰마저 범죄자가 되고 있다는 말이 더 맞겠다. 2004년 범죄통계 경찰리포트를 보면 범죄해결률이 2003년 43.5%에서 2004년 44.6%로 약간 올랐는데 현재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달 매춘부로 밤수입(?)을 챙기던 한 여성경찰에 대한 보도 여파가 가라 앉기도 전에 지난 주에는 19명의 경찰이 음주운전-교통사고, 강간, 강제 추행, 고의적인 상해 등 심각한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 중에는 최대 20년형에 쳐해질 수 있는 혐의도 포함돼 있어 경찰 범죄가 단순한 '실수' 이상인 것으로 생각된다.

경찰 협회 대변인 Stuart Wilson은 사생활보호와 보안문제로 이들의 정확한 이름과 직위 등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재 내부 처벌에 대한 예심 중이며 경찰협회장 Greg O'connor도 '솜방망이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경찰 커미셔너는 30년 근무기간 동안 이렇게 심각하고 다양한 종류의 경찰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뉴질랜드의 높은 어린이 살인율 보고서에 대해 마오리당의 공동 대표 Tariana Turia는 80년대 말 부터 90년대에 실업률이 최고로 치솟고 구제 지원이 삭감되었을 때 어린이 살인사건 또한 최고를 기록했다고 설명하면서 정부가 '경제 범죄(Economic violence)'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제 범죄'란 사람들이 힘과 자원에 대한 접근을 박탈당한 채 경제적으로 피폐해져 인간존엄성이 위험에 처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범죄 사회학 분야에서도 기본적으로 불경기에 범죄율이 증가하고 사회 불평등이 개선되면서 범죄율이 개선된다고 본다. 뉴질랜드 경제가 어려운 것은 금융계와 경제 관련 기관의 동향 발표를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국내 경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교민 경제 속에서 우리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우니 생기는 당연한 현상으로 범죄의 범람에 무관심할 수는 없겠다.

최근 로토루아 카운슬에서는 상점 좀도둑과 자동차 도난 등 각종 범죄 방지를 위해 5회 이상의 전과자들을 로토루아 시내중심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 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압도적인 찬성이었으나 지역의원 Steve Chadwick가 반대 입장을 표명해 실제적인 시행은 불투명해졌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이처럼 범죄와 적극적으로 싸워주는 정부와 경찰의 노력과 최대역량의 발휘가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