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 우리는 그들을 '가족'이라 합니다

[343] 우리는 그들을 '가족'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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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서는 아주 드물게 정신장애우들을 돌보고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에서는 12년 동안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뉴질랜드에 온 지 이제 4년차인 B씨.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쉽게 드러낼 수도 없는 직업 특성상 한마디 한마디 건네 주는 말들이 조심스러웠다. 모두 그가 돌보는, 아니 이 나라의 모든 정신장애자를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해서다.

"더 높은 삶의 질을 원해서랄까요?" 이민의 목적을 물었던 질문에 너무 형식적인 대답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금새 웃어버린다. 하지만 정말로 그것이 실제로 이런 질문에 늘 하는 대답이라며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그 동안 배우고 느꼈던 소중한 경험들을 전해 주었다.

B씨는 자신이 '정신장애우 도우미(Mental Health Support Worker)'라는 직업을 가지게 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뉴질랜드의 몇몇 대학과 폴리텍에 정신장 애자들을 위한 전문 직업 도우미로서 일할 수 있도록 따로 마련된 코스가 있는데 보통 요구 영어능력과 관련 분야에서의 2년 이상 경력을 갖고 면접을 통과하면 입학이 가능하다. 그는 오클랜드 북부에 있는 한 Residential House에서 정신장애우들을 돌보고 있다. 정신장애우를 돌보는 것은 때때로 신체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장애우 보호차원에서 남모르게 희생해야 할 때도 있다. 무엇보다도 철저한 소명의식과 균형있는 민감한 정신적 감각이 요구되는 직업이라고 그는 말한다.

Residential House의 환자들은 24시간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데 그가 하는 일은 운전, 쇼핑이나 운동 등의 일상 생활을 돕고 안전을 지켜주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하기 힘든 대정부 업무, 사회복지관련 업무, 주택, 의료 시설 이용관련 등 사회생활에 관한 업무와 장애우 및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인생계획을 수립하고 그 실행 동반자가 되어 준다. 또한 장애우와 일반인의 양쪽 입장에서 균형있게 서로를 보호하는 변호의 일을 하기도 한다.

정부가 지정한 의사의 진단과 함께 반드시 법률적인 절차를 거쳐 정신이상으로 판정되면 환자나 가족들이 본인의 집에서 도우미로부터 도움 받든지 또는 Residential House에서 머물며 보호를 받을 것인지 결정하게 되는데 뉴질랜드의 모든 정신장애우 보호시설은 민간단체이지만 100%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된다. 모두 그와 같이 일정 교육기관에서 자격을 갖춘 전문 도우미들이 교대로 근무하며 환자들을 보살핀다.

B씨는 이민자로서 정신적인 질병과 관련해 도움을 받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신과의사를 찾아가기보다는 먼저 정신장애우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SF Auckland' 라는 단체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했다(웹사이트 www. sfauckland.org.nz). 이 곳에서는 장애우 자신뿐만 아니라 장애우로 인해 환자 가족들에게 발생하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환자를 돌보는데 있어서 서로 정보와 힘을 얻을 수 있는 환자와 가족들의 모임을 열기도 하고 환자가족들을 위한 교육이나 상담, 사례발표 등의 서비스도 한다.

그는 이렇게 정신장애우들이 인격을 존중받고 보호받는 것은 많은 부분이 정신장애우 도우미들의 노력과 배려의 결과로서 기여된 것이라고 믿는다. 일반인과 함께 있는 열린 공간에서 환자들을 돌보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 직업 특성 상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조차 장애우들의 인권이 훼손되는 부분이 있어 도우미들은 장애우와 함께 할 때면 어디서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조심스럽다.

우리 나라는 정신장애우는 물론 그 가족들에 대한 지원이 너무나 부족하고 이들에 대한 이미지도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뉴질랜드의 정신장애우 서비스를 살펴 보면 뉴질랜드는 역시 복지 선진국임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가 전해주는 모든 얘기들을 통해 무엇보다도 정신장애우가 정상인과 그저 '다른'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고 그 인권을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자신이 일해왔던 것보다 이 일이 더 즐겁고 자신에서 잘 맞는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여러 방향이 있겠지만 어려운 이들을 돕는 한 부분에 계속 서 있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B씨는 뉴질랜드의 사회복지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또한 그것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서 언제나 선진 복지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달을 때가 많다고 한다.

이번 달 초 ACC에서 준비한 한국인을 위한 ACC설명회를 통해 교민들이 좋은 정보를 얻었듯 그는 한국에서 온 많은 교민들이 이런 문제에 절망하지 않고 열려 있는 도움의 손길로 잘 이겨 나가길 바란다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