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외국에 대한 꿈과 로망이 어느 때서부터 인지 15세 어린 소녀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한국에서부터 한 동네에 살고 있는 파란색 눈동자의 외국인들과 유난히 거리낌 없이 지내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시장구경까지 시켜 주었다는 이 빛나리(25)씨. 그 당시 뉴질랜드에 이민 가 정착한 외삼촌을 따라서 뉴질랜드로 가자고 부모님께 직접 졸라 이 곳까지 오게 되었다는데…… 이같이 당당하고 해외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탓일까?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녀는 자신과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재활치료를 하며 일상생활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리치료사가 되어 보람찬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AUT 대학교 물리치료학과에 입학 하기 전 이 씨는 고등학생 때 양로원 또는 은퇴한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거주하는‘요양원(Rest Home)’에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녀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 특별한 보람을 느꼈는데 우연한 기회에 뉴질랜드 헤럴드 현지신문에서 물리치료(Physiotherapy)에 대한 기사를 읽고 그것에 대한 꿈을 갖게 된다. 평상시 돈과 관계된 비즈니스 쪽으로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본인의 진로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물리치료사에 대한 기사를 읽고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물리치료는 부상당한 사람들에게 재활시스템을 도용해 정상적으로 활동하도록 도와주거나 근육과 신경에 관련해 통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료에서부터 자세교정까지 신체의 전체적인 기능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또한 치료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료 후 일상생활에서 건강하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환자들에게 친구와 같은 분위기로 다가가고 있다.
물리치료학과(Bachelor of Health Science/Physiotherapy)는 북섬의 AUT 대학교와 남섬의 Otago 대학교에 각각 두 군데가 있는데 총 4년 과정이라고 한다. 고등학생 때 생물(Biology)을 배워 놓으면 물리치료학과를 이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3년은 이론 위주로 공부를 하며, 마지막 4학년에는 1,000시간 동안 병원과 개인 클리닉 등에서 실습을 하면서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과점수를 채워야 졸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녀와 함께 물리학을 공부해 졸업한 한국인 학생은 이씨를 포함 2명으로 또 다른 한국인은 현재 노스쇼어 병원과 와이타커레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뉴질랜드에서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해 등록된 한국인 물리치료사는 5명 정도가 더 있다고 한다. 이 씨는 물리치료학과 마지막 학년을 이수할 때 실습시간으로 1,000시간이나 채워야 하는 압박감과 육체적으로 힘이 들기도 했지만 본인이 봉사를 하므로 환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찾아갈 때 모든 것이 잊혀진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봉사를 하면서 문화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이씨는 모든 환자들이 소중했지만 중풍환자나 교통사고 후 재활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한다. 중풍환자나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환자들이 재활치료를 받을 때는 고통스러워 하지만 이들이 점차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보람된다는 것이 이 일을 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뉴질랜드에 등록된 물리치료사들은 호주와 영국에서도 일을 할 수 있으며, 졸업 후 취업률은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오클랜드와 같이 중심부에서는 경쟁률이 치열하기도 하다고.
3월 말쯤 이씨는 호주에서 물리치료사로 유명한 Trish Wisbey-Roth가 디자인한 ‘Bounce Back Class’에 참여했다. Bounce Back 프로그램은 8주 동안 허리통증(back pain)을 치료하는 근육강화 훈련프로그램으로 뉴질랜드에서는 이 씨를 통해 최초로 이 프로그램이 도입될 예정이다. 그녀는 뉴질랜드 최초 Bounce Back Program 강사로 5월부터 허리통증이 심한 사람들을 치료할 것이며, 현지 물리치료사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을 트레이닝 시켜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ACC 로도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난 3개월 동안 허리 통증이 있었던 사람들은 아무나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그녀가 근무하는 곳은 The Body Workshop이라는 개인 클리닉으로 물리치료사 2명과 침구사 2명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처음 이 곳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 병원에서와는 달리 물리치료사들과 침구사들이 하얀색 가운도 입지 않고 캐주얼 복장으로 손님을 맞이해 어색했는데 오히려 손님들은 친근한 분위기의 전문의들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딱딱한 형식으로 시간도 칼같이 맞추어 환자를 상대하는 것이 아닌 환자에게 포커스를 두어 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육체적으로 움직임이 많은 이 직업에 대해 그녀는 물론 여자로서 힘든 부분도 많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환자를 대하려는 의지와 열정, 그리고 환자와의 의사소통과 관계 유지를 잘 형성해 나간다면 물리치료사로서의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녀가 신입생 때 물리치료학과를 선택하는 동기생들은 많았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수는 줄어들고 졸업생들도 입학생 수의 반 밖에 되지 않는 다는 점을 보면, 물리치료학과는 지식과 스킬, 그리고 의지, 열정,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다방면에 소질이 있어야 하는 전문적이 직업이라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앞으로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는 물리치료사의 직업을 계속 이어 갈 것이며, 뉴질랜드의 Bounce Back Program을 이끄는 강사가 되어 나중에 이것에 대한 연구를 하고 현대 물리치료사들의 치료방법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은 소망을 드러냈다. 또한 학업이나 직장에서 근육통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잘못된 자세나 재활운동이 필요로 하는 사람, 그리고 부상당한 사람들은 누구든지 물리치료를 받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일상 생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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