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 "잘 지어진 집은 최고의 명품" - 최연소 한국인 건축사, 박준현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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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200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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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Registered Architect, 즉 건축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보려면 총 5년간의 학위이수과정과 3년간의 실무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8년 후 바로 시험에 합격해 건축사 칭호를 다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집을 짓는 일체 과정을 총 지휘할 수 있는 역량을 검증하는 것이니 만큼, 건축에 대한 기초 지식 뿐만 아니라 미적감각, 수리력, 창조력, 리더쉽, 비즈니스 감각 등 모든 분야에 뛰어난 기질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건축사가 되기 위한 과정은 그래서 종종 한국의 고시공부와 비교되기도 한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고, 다른 분야로 진로를 선회하는 일도 많다.
올해 26세의 박준현씨는 교민 1.5세대로선 최초의 한국인 건축사이자, 최연소 건축사다. 학과 과정 중 1년 경력 시간을 채운 후, 단 한 번만에 시험에 합격해 총 7년만에 건축사 칭호를 달았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회사 Patterson Associates Ltd에서도 그는 사장을 제외한 유일한 건축사이기도 하다.
1990년, 뉴질랜드로 가족여행을 왔다가 이민을 결정했다는 준현씨의 부모님은 항상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라.'는 것을 강조해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제 진로나 삶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주신 것 같아요. 지나온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제 자신이 그 일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살면서 한 번도 과외를 받거나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는 그가, 20대 중반의 나이에 그 어렵다는 건축사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기 까지에는 고등학교 때 만난 한 선생님의 '과장된(?) 칭찬'의 힘이 컸다. "랑키토토 칼리지의 마틴 선생님이예요. 지금도 가끔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죠. 5학년때 아트과목 성적이 조금 올랐는데. - 그래봐야 60점짜리가 80점으로 오른격이었죠. 그 때 선생님이 정말 과하다 싶게 칭찬을 해 주셨어요. 잘한다 잘한다 하면 정말 잘하게 되잖아요. 6학년때 아트과목 전교 1등을 해 버린거예요. 7학년때는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했구요." 덕분에 오클랜드 대학 미술학부와 건축학과에 동시 입학 허가를 받은 그는 결국 건축인으로서의 진로를 택했고... 자신이 직접 선택한 길이기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명품을 짓는 건축사
그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패터슨 그룹은, 세계 100대 건축가에 꼽히는 유능한 뉴질랜드 건축가 Patterson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건축사 사무실이 그냥 도면만 그려서 파는 곳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희는 옷으로 치자면 수제 맞춤복만 생산하는 곳이예요. 집이나 건물을 짓기 전, 의뢰한 고객을 만나 갖가지 정보를 모으는 작업부터 시작하죠. 주택을 짓는다면, 가족 구성원의 직업이나 생활 패턴, 취미, 취향, 애완견의 숫자까지 모든 정보를 수집해요. 의뢰자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반영해서 도면 작업을 시작하죠. 세계적인 보석상인 마이클 힐이 얼마전 남섬에 골프장을 만들었는데 클럽하우스 건축을 위해 만들어진 도면만 24개예요. 최종적인 검토를 거쳐 단 한계의 도면만 사용되죠. 고객의 요구에 맞는 미적 가치와, 실용성, 경제성, 견고함, 투자가치 등 모든 요건을 두루 갖춘 집과 건물을 짓는 작업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인 것 같아요. 최고의 명품이죠."
향후 독립해, 최고의 명품 주택만을 짓는 회사를 만드는게 꿈이라는 그의 다음 목표는 조그만 땅을 사서 사랑스런 부인과 딸을 위한 보금자리를 직접 짓는 것이란다.
직장 근처, 뒷 마당이 딸린 작은 까페에서 점심을 겸한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에서 지은 건물을 구경시켜 주겠다며 식후 산책을 제안하는 그. 나이답지 않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며, '느림의 미학'이라는 어느 책 제목을 떠올렸다. 최 연소 건축사라는 그의 타이틀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말이다.
이연희 기자 (reporter@koreatimes.co.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