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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2008. 15:21 KoreaTimes (125.♡.179.126)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다. 뉴질랜드라는, 모든 것이 낯선 이 땅에서 그래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최선의 방어로 삼듯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 온 서연희 씨. (오클랜드대학 병원 간호사)
"정말 다섯 줄 쓸 정도 밖에 해 드릴 말이 없을 텐데요." 하지만 막상 얘기를 꺼내니 단편소설 한 권 분량(?)의 이야기들을 거침 없이 쏟아 놓았다.
한국에서 평범한 간호사로 일하던 서 씨는 뉴질랜드 간호사 협회에서 해외 간호사 트레이닝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대학 졸업 후 3년간 일하며 저축한 통장을 다 털었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딱 맞아 언제나 즐기면서 일했었는데, 뉴질랜드에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기대 반 두려움 반, 도박이 아닌 도전이길 바랬다.
처음 홈스테이 했던 집에서 'yes' 좀 그만 하라는 말을 들을만큼 영어를 잘 못했다며 웃는다. 독일계였던 주 인 아저씨는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 주며 신문을 갖다 읽히고 발음을 고쳐 주면서 친절히 영어공부를 도와 주셨 고, 아저씨의 딸아이도 친한 친구이자 선생님이었다.
음식 때문에 잠깐 플랫으로 옮겼지만 영어를 위해 다시 홈스테이로 들어갔다. 협회에서 조건으로 건 1년이라는 제한 기간이 다 되어간다. 점수를 내야 할 때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IELTS 시험에 응시했다. 홈스테이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같이 홈스테이를 하던 프랑스에서 온 여자아이까지 모두 긴장된 마음으로 함께 결과를 기다려 주었다.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결과는...
펑펑 울고 또 울었다.
한 문제만 더 맞으면 됐을 것 같은 아쉬운 점수. 꿈을 담은 1년여의 수고를 다 포기하고 돌아가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간호사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학원 선생님께 얘기했더니 한 요양원 봉사활동을 추천해 주셨지요. 공부하는 1년 동안 토요일마다 찾아가서 아침부터 환자분들 씻기고 식사 먹여 드리고. 저같이 한 번도 안 빠지고 자원봉사 오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면서 나중에는 거기서 일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도 간호사를 사랑했던 그녀가 시험에 낙방하고 절망 두 글자를 되씹고 있을 때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홈스테이 가족들이었다. 처녀시절 간호사였던 할머니는 그녀에게 '네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포기하지 말자'면서 따뜻하게 위로했고 또 그녀의 경제 사정을 알고는 아침,저녁 제공에 200불 하던 숙박비를 점심까지 싸주면서 100불로 내려 주었다.
할아버지도 매일 신문을 갖고 와서 리딩 선생님을 자청했고 프랑스 친구는 저녁마다 예상 문제를 내 주며 스피킹 연습을 도왔다.
'서연희 간호사 만들기 007 대작 전' 쯤이라 하면 될까.
다시 IELTS시험에 도전,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은 십년보다 길었다.
"우리 가족들 정말 너무 초조해서 아무 것도 못할 지경이었어요." '우리 가족'이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하는 그녀를 보니 비록 다른 인종에 다른 곳에서 살다 만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점수가 나왔을 때 온 집 안이 축제분위기였음은 말할 것도 없겠다.
Unitec에서 2주 이론공부와 6주 병원실습 등 8주간의 트레이닝도 매주 나오는 리포트와 발표가 만만치 않았지만 재미있어 힘든 줄도 몰랐다. 실습이 끝날 무렵 오클랜드 대학병원에 이력서를 넣었고 지금의 '심혈관 중환자실'에 간호사로 당당히 합격했다.
병원에서 만난 한국 간호사분들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선뜻 점심을 대접해 주시며 친동생처럼 격려하고 조언해 줄 뿐 아니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동안의 병원 경험과 삶의 지혜까지 듬뿍 담아 서씨에게 힘을 북돋아 주신단다.
"그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꿈은 저 한 사람이 꾸었지만 이 꿈을 이루기까지는 많은 분들의 사랑과 도움이 있었음을 압니다. 정말 감사 드립니다. 이제 제가 베풀 때라고 믿어요."
안경 속에서 유난히 반짝거렸던 두 눈에서는 아직도 도전과 개척정신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꿈을 소중히 할 줄 아는 그녀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