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 문화 속 한국인이 자랑스러워요" - NZ IT회사의 신창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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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008. 12:02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124.♡.145.221)
한국말이 어딘가 모르게 서툴러 보인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뉴질랜드에 온지 18년이 되었다고 한다. 올해로 25세가 되는 신창원씨는 6살 꼬마 때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으니 한국말 보다 영어가 본인에게는 더 편할 터. 안 그래도 한국어와 영어 중 어느 쪽이 더 편하냐고 질문했더니 역시나 ‘영어’가 더 편하다고 한다. 살짝 당황한 필자의 모습이 들켰는지 신창원씨는 “한국말도 잘해요. 쓰는 게 어려워서 그렇죠.”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현재 뉴질랜드 회사 Olympic Software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를 만나 재미있는 한국과 뉴질랜드의 문화 차이점을 이야기해 보았다.
1990년 자녀들 교육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쓰신 부모님은 누나 네 명과 막내 신창원씨를 데리고 이민 길을 떠났다. 6세에 이민 와 영어를 처음 접하게 된 신창원씨는 A, B, C 스펠링도 모르고 오로지 아는 말이라고는 ‘Thank you’,‘OK’등 짧은 영어였다고 한다. 그는 “너무 어려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모님이 말씀하시기를 어렸을 때 영어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아마 부모님도 이민생활에 적응하시느라 엄청 힘들었을 거에요.”라며 이민 초창기 시절을 회상한다.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이민 와서 느낀 양국의 이미지는 각각 어떠하냐 라는 질문에 그는 “한국은 어딜 가든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특히 쇼핑할 곳과 먹거리가 많아서 인상적이에요. 반면 뉴질랜드의 이미지는 좀 더 밝고 화사하며, 색깔이 많은 나라 같아요.”라고 개인적인 양국 이미지를 표현한다. 뉴질랜드에 이민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는 키위들과 마오리 친구들이 ‘맨발’로 밖을 돌아다니는 모습에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들의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민을 와서 일까? 영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하며, 키위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그에게는 빠르고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그는 항상 뉴질랜드 문화에 속해서 공존해 있었고, 그의 주변에도 항상 키위, 마오리, 유럽인, 중국인 등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이었다. 가족 외에는 한국인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그는 한인 교회를 통해서 한국인 친구들과 차츰 어울릴 기회가 생겼고 현재는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위로 누나만 네 명인 그는 누나들 자랑에 목소리를 높인다. “누나들 모두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어요. 첫째 누나는 은행에서 근무, 둘째 누나는 치과의사, 셋째 누나는 화가, 그리고 막내 누나는 안과 박사과정을 하고 있죠. (웃음)” 그 또한 공과대학을 졸업한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게 수학을 배우고, 아버지와 함께 기계를 분리, 조립하는 것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이과 계열인 공대에 지원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 이과 계열을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도 앞으로 IT(정보통신) 쪽으로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신씨는 2002년 오클랜드 대학교 공과대학(Bachelor of Engineering)에 Scholarship으로 입학, 2005년 소프트웨어 전공 4년 과정을 졸업했다. 졸업 후 그는 직장을 갖게 되면 다시는 자유롭게 놀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압박된 대학생활에서 벗어나 약 9개월의 백수생활(?)을 즐기며 뉴질랜드 회사 Olympic Software 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취직하게 된다.
신씨는 공대 또는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 한 뒤 IT 업계에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PC에 컴퓨터 언어를 입력해 컴퓨터 이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그 예로 인터넷을 설명하자면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웹사이트에서 사용자가 버튼을 클릭 할 때 뒤에서 작동시켜 새로운 화면으로 보여지기까지 하는 일을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프로그램의 구조를 기획해야 하므로 개인적으로 작업하기 보다는 항상 팀워크를 형성해 프로젝트를 분석, 해결한다고 신씨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성이 뛰어나고 대인관계와 조직친화성이 우수한 사람들이 이 직업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들을 대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된다.
현재 신씨가 근무하고 있는 뉴질랜드 회사 Olympic 소프트웨어는 오클랜드 엘러슬리(Ellerslie)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웰링턴과 크라이스트 처치의 직원들까지 총 80여명 정도 된다. 다양한 문화의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즐겁다는 신씨는 키위, 마오리, 영국인, 싱가포르인,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방글라데시인, 인도인, 브라질인 등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과 함께 2년 째 근무하고 있다. 신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팀으로 구성되어 프로젝트를 끝내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다른 직종에 비해 자유스러워요. 일주일에 주어진 근무 시간만 맞추고, 프로그램을 위한 그룹 미팅에만 잘 참여 하면 되므로 자유로운 근무시간이 가장 큰 장점이죠.”라고 말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초봉은 4만 불~4만5천불로 시작되며, 그 후 샐러리 리뷰(업무 능력과 경력)를 통해 임금이 인상되고 매니저 급을 포함한 최고 인력은 10만 불 이상까지 받게 된다.
현재는 양국 문화를 잘 이해하며 생활하는 신씨이지만 예전에는 한국 문화 중 ‘선, 후배 관계’를 이해하기가 제일 어려웠다며, 키위 문화에는 동료와 친구로서의 관계만 있지 선, 후배라는 정해진 관계가 없어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털어 놓는다. 또 한국말을 할 때에도 영어로 직역해서 말하다 보니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본인은 영문을 몰라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지만, 그는 본인을 “뉴질랜드 문화 속 한국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비록 동서양의 문화 차이는 있지만 양국의 문화를 함께 접하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럽고 즐겁다고 말한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time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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