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이라는 말처럼 교사를 뛰어 넘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학생들로 자라게 해주고 싶다는 교사가 있다. 교사의 틀 속에 가두기보다 학생들의 생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키워주는 일에 더 정성을 들이고 있다. 우리 보다 나은 제자들, 청출어람은 꿈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한민족 한글학교 정은영 교장을 만나보았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하는 뉴질랜드 한민족 한글학교에 지난달 새로운 교장으로 취임식을 가졌다. 한국에서 교직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학생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많이 전달해주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오면서 한달 만에 우연히 본 한글학교 교사 구인 신문광고를 보고 한민족 한글 학교에서 일하게 되었다.
청출어람을 위해 노력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한글학교는 잘 다져진 기초 위에 발전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누적되어 있는 교육자료들을 정리하여 학생들에게 맞게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수업활동 중에 멀티미디어를 이용하여 직접 참여하는 살아있는 교육으로 보고, 듣고, 행동할 수 있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몇 년 전부터 수업의 틀을 프로젝트수업이나 토론수업, 협력학습의 체제로 전환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열매가 차차 무르익어가고 있다. 한 가정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듯, 선생님들이 마음껏 교육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선생님과 학생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 학교는 학생, 교사, 학부모 하나의 공동체로 서로 소통하는 장소이다. 학교 홈페이지나 여러 만남을 통해 교육을 위한 아이디어, 정보, 개선점등에 귀 기울이겠다.
세월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변화 시도
지난 10여년 전과 비교 할 때 한글학교의 구성원이 많이 변했다. 한국의 학교에서 공부경험이 있었던 학생이나 단기 유학생에서 이제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교민 2세 학생들로 변화 되고 있다. 학생들 역시 유치부 부터 한글학교를 다니면서 꾸준히 한글을 공부 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 학력 차가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교과 학습도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한 교과서 위주에서 교재를 세분화하고 그룹활동과 능력별 수업하게 되었다.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한글교육 전파에 노력
한민족 한글학교에는 우리 교민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외국인 학생들도 한글을 배우기 위해 등록을 한다. 우리 문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반이다. 그 중 기억나는 학생들이 있다. 한국사람은 아니지만 가족 3명이 등록하여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한국여행도 하면서 한국문화를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보며 한글학교의 역할이 2세 교육뿐 아니라 뉴질랜드에 우리문화를 알리는 제2의 외교관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 늘어가는 다문화가정의 부모님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뉴질랜드 한민족 한글 학교
뉴질랜드 한민족 한글 학교는 1997년 10월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알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교민 자녀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이중 언어와 이중 문화의 소유자로써 한국 및 서양 문화를 잘 조화 시켜 뉴질랜드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느 곳에서 생활해도 잘 적응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만3세~14세를 대상으로 유치 부, 초등 부, 중등 부, 외국인 반, 한국어 특별 반등을 운영한다. 4시간 정규 수업 외에 오후에 한 시간씩 진행되는 5개의 특강반(에세이, 중국어, 바이올린, 유아미술, 미술반)이 있다. 중학교 졸업생들은 다음해 각 학급 도우미로 활동한다. 도우미활동은 학생들의 학습과 학교생활을 도우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교육 내용은 한국어 읽기 쓰기, 한국의 역사, 음악, 체육, 기초 한자, 속담 등을 연령 별 발단 단계에 따라 중점 지도 한다. 연중 행사로는 격 년으로 치러지는 운동회, 예술제가 있고, 나의 꿈 말하기 대회, 동화 구연 대회, 전통 놀이 날, 글 짓기 대회, 유치부 잔치가 있으며, 매년 사진앨범을 발간 한다. 또한 학부모 봉사회가 조직되어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며, 학교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로 개교 20주년을 맞이하는 뉴질랜드 한민족 한글 학교는 교민 자녀들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의 장으로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
꿈을 만들어주는 학교의 역할
한글학교에서는 매년 첫 학기에 말하기 대회를 준비한다. 대부분 학생들의 대회 준비 과정을 보면 내가 무엇을 할 지 생각 해 본 경험이 없는 많은 아이들은 막연히 부모님의 의견이나 주변에서 많이 들어 본 의사, 변호사 등을 장래희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고 활동하는 일을 설명 해 주었다. 그러는 과정에 차츰 자기의 꿈을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올해 20주년인 한민족 한글학교의 졸업생들이 이제 대학교도 졸업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성실히 생활하는 졸업생들,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한민족 학교에서 교사로 봉사하는 졸업생들도 있다. 또한 부끄러움이 많았던 아이들이 졸업 후 학급도우미를 하면서 책임감과 자신감 있게 변화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교민 1.5세대들이 한글 학교 교사를 한다면
한글학교 선생님은 단순히 한국어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습관, 사고방식, 우리 민족의 우수성도 가르쳐야 한다. 우리문화의 자긍심을 확고히 갖고 학생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칭찬과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 해야 한다. 한국어 기본 실력은 필수이고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항상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교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한마디
지금의 작은 한걸음 한걸음이 훗날 학생들에게 큰 자산이 된다는 믿음을 갖기 바란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이중문화를 이해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사고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어와 한국문화, 역사를 반듯이 배워야 한다. 또 현지에서 사회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도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통합됨에 따라 이중언어 교육이 점점 중요해 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학교와 가정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현지 사회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언어교육은 의사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의도적인 노력이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꾸준한 한국어 학습으로 사춘기나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 자녀 사이 이해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고히 갖고 뉴질랜드에서 살아 가길 기대한다. 한국어에 대한 투자는 아이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글,사진: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