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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009. 17:15 KoreaTimes (124.♡.145.221)
1.5세대 최초 한인 음악치료사 NZ Raukatauri Music Therapy Center의 최희찬씨
"음악치료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음악을 통해서 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들의 장애를 음악으로 개선하는 것입니다.”
1994년 초등학교 4학년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서 뉴질랜드로 이민 오게 된 최희찬씨. 그녀는 어릴 적부터 예능계에 관심이 많아 한국무용, 발레,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배우며 남다른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고, 뉴질랜드로 이민 온 후 한국과는 달리 사교육에 대한 열풍이 없 는 이 곳에서 학교 및 그 외의 단체에서 운영하는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며 바이올린을 집중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연고가 없는 이 곳 뉴질랜드 땅에 이민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의 아버지는 'TM'이라는 장애인특수차량을 운행하게 되었고 그는 장애인들이 집에서 병원까지 또는 병원에서 집까지 이동할 때 이들의 교통수단을 도와주는 일을 하였다고 한다. 장애인의 재활치료와 이들을 돕는 일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를 통해 그녀는 재활치료 또는 언어치료에 대한 자료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바이올린 전공의 음악공부를 하는 딸에게 음악치료학을 참고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오클랜드 대학교 음대(Bachelor of Music)에서 바이올린 전공으로 3년 동안 공부한 최희찬씨는 콘서트 연주자의 길, 음악교사의 길, 또는 유학의 꿈 등 여러 가지 진로의 갈림길 앞에서 여느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고민했고, 결국 그녀는 웰링턴(Wellington)에 위치한 NZ School of Music(NZSM)에서 음악치료학 석사과정(Master of Music Therapy)을 선택했다. 2년 3개월의 음악치료학 코스를 통해 음악치료에 대한 이론과정을 배우고 특수학교와 재활센터로 1년 6개월간 실습을 나가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경험한 최씨는 음악치료학에 차츰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아버지가 말씀한 것처럼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돕는 일은 보람되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고 말한다. "양로원, 어린이 집, 병원, 특수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실습을 했어요. 주로 노인 및 소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음악치료 실습을 했는데 이들과 함께 음악을 듣고 직접 연주를 하면서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음악 연주 또는 행동을 통해 느낄 수 있었죠."
석사과정이 끝날 무렵 3만 자의 논문 제출만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최씨는 우연히 Rautakauri Music Therapy Center라는 음악치료센터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어 이력서를 제출했고, 1차 서류심사와 2차 인터뷰심사까지 합격하게 되어 음악 치료센터에 취직하게 되는 기쁨을 얻게 되었다. 현재 그녀는 교민1.5세대 최초 음악치료사로 뉴질랜드에는 하나 밖에 없고 최초로 창립된 음악치료센터인 Rautakauri Music Therapy Center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음악치료를 하고 있다. Rautakauri Music Therapy Center는 창조적 음악치료 이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창작음악과 즉흥연주가 강조되어있는데 이는 내담자(환자)가 악기를 연주하면서 음악을 창조하는 과정자체가 치료로 사용된다. 음악이 치료적 도구로 어떻게 사용 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최씨는 음악이라는 도구가 지닌 독특한 힘으로 내담자와 치료사간의 관계수립을 도와주고, 말을 할 수 없거나 의사소통 기술에 결함이 있는 사람의 표현을 강화시켜준다고 말한다. 또한 학습의 길을 열어 주고 동기유발의 기회를 제공하여 산만하고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덧붙인다. 그 외에도 뇌성마비, 소아 자폐증, 정신질환이 있는 어린이들이 창조적 음악치료를 통해 점점 향상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음악치료를 할 때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이들의 감정을 알 수 있어요. 얼굴 표정이 어둡고 악기를 세게 다룰 때는 아이가 화가 났구나, 얼굴 표정이 너무 밝고 음악도 즐거운 톤으로 연주할 때는 아이가 기쁘거나 행복하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죠. 굴곡이 심한 아이 들의 감정을 음악으로서 인정해주며 그 감정을 충분히 탐험할 수 있도록 음악으로 지탱해주어 아이와 치료사간의 긍정적인 관계수립이 형성된답니다.”
아이들을 음악으로 치료하기 전 음악치료사는 내담자의 보호자와 미리 상담할 뿐만 아니라 아이가 치료받고 있는 다른 센터의 치료사들과도 여러 가지 측면으로 상의하여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아낸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아이들의 치료과정을 비디오로 담거나 보호자가 볼 수 있는 방을 제공하여 아이들이 어떻게 치료 받고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 직접 보고 음악치료사와 상담을 한다. 치료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달라는 질문에 그녀는 "악기가 좀 부피가 크잖아요. 예전에는 한 아이가 감정조절이 안되어 드럼을 저에게 던진 적이 있었어요. 순간 무서웠지만 그 상황을 침착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후 제 코는 좀 다쳤지만 앞으로 이런 일을 종종 당할 지도 모르겠죠? (웃음)"라며 옛 기억을 더듬는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음악치료를 통해 점점 향상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이들의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보다 나은 시설과 혜택이 주어지는 뉴질랜드로 많이 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치료나 특수교육 과정에서 일관적이지 않은 언어사용으로 아이들의 장애를 비롯해 겪는 혼란, 또한 치료사와 부모님들 사이의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등이 보기 참 안타까웠다며 앞으로 한인사회에 조금이나마 이와 같은 어려움에 도움이 되고 싶은 소망과 아직 음악치료학이 다른 나라에 비해 뉴질랜드에 생소한 만큼 한인 학생들이 이 학문에 더욱 관심을 보여 더욱 안정된 기반을 닦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뉴질랜드 내 한국인 음악치료사로서의 행복한 꿈을 전해주었다.
(자녀들의 음악치료에 관심 있는 사람은 heechan@rmtc.org.nz로 연락해 도움/조언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