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한국에서는 수의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동물과 교감을 했다. 얼마전 뉴질랜드 동물 보호 협회의 길 고양이 중성화 수술 프로젝트에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하면서 뉴질랜드 사람들의 동물사랑에 다시 한번 감동을 받았다. 또한 뉴질랜드 대부분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단순히 애완동물을 넘어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 구성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에서는 동물과 함께 수의사로 15년을 근무했지만 뉴질랜드에서 좀더 많은 동물과의 교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양현철 씨를 만나 보았다.
한국에서 수의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동물과 교감을 하며 아픈 동물들을 치료 해주는 임상 수의사로 많은 활동을 했다. 많은 수의사들이 동물을 사랑하며 아픈 동물을 치료하고 있지만 자기의 능력으로 치료할 방법이 없거나 혹은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데도 생명이 꺼져가는 상황에 직면하면 생각치 못한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본인 역시 강아지 코코를 키우면서 너무 많은 기쁨을 얻었지만 그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기 직전까지 수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많은 좌절감을 맛보았다. 수의사 생활을 잠시 떠나 뉴질랜드 생활을 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지난 2014년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에 온 가장 큰 목적은 휴식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의사로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인생에 약간의 휴식을 주고 싶었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비즈니스 과정을 공부할 겸 뉴질랜드에 왔지만 오랫동안 해오던 동물과의 일을 잠시 휴업을 한다는 것이 처음엔 좋았다. 하지만 내가 동물을 좋아하고 있고 제일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뉴질랜드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학생 신분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지 않으면서도 동물들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본인에게 SPCA의 자원봉사자 모집공고는 딱 맞는 옷이었다. 길 고양이 관리 프로젝트에 수의사가 아닌 일반 봉사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본인은 한국에서도 길 고양이 처리문제에 관한 프로젝트에 직접적으로 참여 했었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고 어떤 논쟁거리들이 있는지 잘 알고있었다.
많은 사회적 관심이 문제 해결의 열쇠
사람들 중에는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본인은 동물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이유나 생각은 전혀 없다. 길 고양이 관리 프로젝트의 과정은 포획 틀 이나 마취 약 등을 이용해서 고양이들을 포획한다. 그리고 번식을 막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마친 후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방사한다. 다만 신고한 사람 혹은 주위에 고양이를 방사하기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곳에 방사하기도 한다. 이 방법의 본질은 포획하고 안락사 시켜 개체 수를 줄이는 공격적인 방법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하지만 안락사 시키는 방법이 결코 장기적으로 길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경험의 결과 이기도 하다. 이미 많은 경험과 연구를 통해서 길거리 고양이들의 번식 능력이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들 사이에서는 서로 적절한 자기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어떤 구역의 고양이들을 포획하여 없앤다면 주변 지역의 고양이들의 머지않아서 그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서 모여들 것이고 모자란 개체 수 는 활발한 번식능력을 통해 복구될 것이다.
길 고양이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수 많은 길 고양이들이 포획되고 수술 후 재 방사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 하면서 이 나라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길 고양이 문제가 동물을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그 자체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길 고양이들도 우리 사회의 작은 부분으로 빨리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이 문제에 대해서 훨씬 자유로워 지는 길 이라고 생각 한다. 지금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봉사 활동을 그만두었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어떠한 방법으로 든 인간의 사회에서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 동물들의 자그마한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90마일 비치에서 거북 구조 기억 남아
아마도 많은 교민들이 90마일 비치는 한번쯤은 여행을 했을 것으로 생각 한다. 그림 같은 90마일 비치를 아이들과 같이 차로 달리고 있었던 중 해변 한 가운데 폐 그물이 놓여있었다. 너무 깨끗한 해변에 폐 그물이 놓여있어 치워야 한다는 마음이 누구라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차를 세우고 가까이 갔는데 커다란 바다 거북이 그물에 엉켜서 꼼짝 못하고 있었다. 바다 거북을 자연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흔치 않은 상황이어서 잠시 놀람과 당황스러움이 공존했다. 하지만 이내 그 거북이 너무도 힘든 상황 이란 걸 느끼고는 허겁지겁 칼을 찾아서 그물을 자르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를 생각하면 그리 응급상황은 아니었지만 얼마나 거북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수 많은 응급상황을 겪은 수의사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허겁지겁 어색하게 그물을 잘랐다. 오랜 시간 묶여 있었는지 힘이 없어 보이고 탈진해 보이긴 했지만 잠시 동안 움직임이 없던 거북은 물가 가까이 들어가 놓아주자 서서히 발을 움직여 깊은 바다로 갔다. 특별한 스킬과 비싼 약물들을 가지고 죽어가는 동물을 살리는 것도 환상적인 경험이지만 작은칼 하나만으로 한 생명을 살린 기억이야 말로 어느 기억보다 기쁜 순간이었다.
애견숍 운영으로 즐거움 찾아
뉴질랜드에서의 달콤한 휴식이 지나갈쯤 이곳에서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질랜드에서 수의사 자격을 취득하면 좋겠지만 많은 시간과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수의사에 대한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인해 뉴질랜드에 왔었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조금 남아 있다. 뉴질랜드 로컬 동물병원에서 잠시 근무 하기도 했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적절히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애견 미용 샵에서의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다. 조금 달랐지만 동물과 관련된 직업이 필요한 본인과 일손 이 필요한 업주에게 20년 넘게 동물들과 일해온 본인의 경험과 남들보다 좋은 약간의 손재주는 서로 궁합이 잘 맞았다. 그렇게 미용에 관한 스킬을 배웠고 지금은 글랜필드에서 조그마한 애견 미용숍을 운영하고 있다. 대단한 사업이나 직업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으로 생각 하고 있다.
작은 생각의 변화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변화의 시작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 한다. 동물도 사람과 같이 감정과 생각이 있다. 다만 동물은 말로 표현을 못 할 뿐이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하여 우리모두 동물에 대한 작은 생각의 변화를 가져 보길 기대한다.
글. 사진: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