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하루를 시작 하는 교민이 있다. 은퇴 후 책의 매력에 빠져 매일 도서관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 한다. 한국인 중에서 년간 도서 대출수가 가장 많은 주인공이다. 또한 한인 독서 모임을 운영 하면서 책으로 교민들과 세상을 연결 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늦깎이 독서광, 박덕권 교민을 만나 보았다.
종이 책이 다시 사랑을 받고 있다. 서양에서는 이미 전자책 등의 비중이 줄고 종이책 출판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은 도서 출판량은 줄었지만 틈새출판이 증가, 중고서적 시장이 활황이고, 개성 있는 소형서점들이 많이 개업하고 있다는 즐거운 소식이다. 물론 전자책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기면서 설레는 마음은 아마도 전자책이 할 수 없는 일 인 것 같다. 손 안의 스마트 폰으로 온갖 것을 다 검색하고 이-북으로 손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종이 책이 주는 즐거움과 지적인 깊이는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할 것 같다.
독서 후 독서모임으로 즐거움 두 배
뉴질랜드의 도서관에서도 보듯이 책은 모든 계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공공 도서관이나 문화교실을 중심으로 독서클럽들이 늘고 있다. 책은 혼자서도 읽지만 독서모임을 통하여 책에 대한 독후감 발표 및 의견교환, 도서정보 및 신간안내와 인터넷이나 유튜브와 연계하여 지식과 교양을 넓히고있다. 폭넓게 이해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도서관, 문화센터 내에 독서클럽이 많이 생기고 연예인 독서클럽까지 생겼다고 한다.
우리 교민들은 아마도 개인이 집에서 독서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가 읽은 책의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것도 많은 즐거움이 있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더 많은 도서정보와 책읽기 재미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 15분간 ‘내 목소리, 내 생각’을 말해보고 의견을 교환하는 한인 독서 모임이다. 우리는 평생 학교에서 직장에서 남의 강의만 일방적으로 들어 와서 지쳐있다. 독서고수들이 많이 있어서 자문도 받을 수 있다. 타카푸나 모임은 월별 주제를 갖는데 가령 러시아가 주제라면 각자 성행에 따라 러시아 문학, 러시아 역사, 공산주의 등을 선택해서 책을 구해서 발표하는데 좀 부담은 되지만 결과는 아주 좋았다. 나는 19세기 러시아에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를 지금도 연구 중이다. 누구는 ‘러시아에 밤이 길어서’라고 이야기 하지만 독서 모임에서의 많은 이야기들이 독서가 주는 즐거움에 배가 된다. 성공적인 독서모임은 발표할 책, 비디오 등을 갖고 오고, 발표할 내용을 미리 메모나 프린트로 준비하면된다. 독서와 무관한 정치적, 신앙적 내용은 자제를 해야 한다.
10년동안 활동하고 있는 한인 독서모임
오클랜드 한인들의 도서관 독서모임은 10여년 전부터 활동해 오고 있다. 특히 오클랜드 도서관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장소와 다과를 제공하고, 소 모임용 별실을 설치하고, 독서모임 그룹 프로그램인 <Book-Chat>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서적을 구입하는 예산이 배정되어 다양한 새 책, 고전이나 웰빙등의 좋은 책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야간모임 등 다양한 모임을 기획 중이다. 기존 모임이 대부분 평일의 낮 시간으로 참가에 제약이 있지만 누구나 참가를 환영하니 독서와 만남의 즐거움을 함께 하길 기대한다. 가장 오래된 독서모임은 그렌필드 독서 모임이다. 한글 추천도서 리스트 서가에 비치되어 있으며 매월 2째 주 화요일 10;00-12;00 글렌필드 도서관에서 열린다. 타카푸나 독서 모임은 도서관 2층 별실을 이용한다. 수 차례 해외여행 사진 설명회 또한 좋은 반응이다. 매월 3번째 수요일 10시30분 타나푸나 도서관에서 모임이 있다. 노스코드 도서관 모임은 매월 첫째 월요일 10시 30분에 열린다. 많은 교민들의 참가로 독서의 즐거움을 찾기 바란다.
연합 도서관리 시스템을 갖춘 오클랜드 도서관
한국도서관은 학생 공부방이나 시험 준비의 역할이 강하지만 오클랜드의 도서관은 훌륭한 문화공간이다. 무조건 조용해야 하는 공간이 아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부모가 어린 자녀와 함께 와서 책을 보고 읽어 주기도 한다. 사서들이 너무 친절해서 공무원 같은 느낌이 전혀 없다. 한국보다 규모나 예산은 적겠지만 오클랜드 광역시의 55개 도서관이 연계하여 도서를 관리하고 있는 정말 훌륭한 연합 시스템이다. 책을 신청하면 오클랜드 광역시 55개 도서관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신청한 곳으로 보내준다. 작은 나라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 한다. 또한 독서모임을 장려하고자 <Book-Chat> 프로그램의 일부로 다과를 제공하고 별실을 마련해주어 정례모임을 장려하고, 도서도 구입해 준다. 조그마한 태극기가 걸려있는 한국도서 서가는 2칸인데 비해 중국 서가는 7칸이다. 우리 한인 교민 독자들이 많이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우연한 기회에 독서를 알게 되어
학창 시절은 상대를 다녀서 인문학 관련은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이 없었다. 94년 뉴질랜드로 이민 와서 보통사람들 처럼 골프나 등산을 열심히 했는데 피부이상으로 야외활동을 가능하면 줄여야 했다. 그래서 취미 활동을 찾다 독서를 알게 되었다. 우선 부담 없이 재미있게 여류 저술가, 인문학 강사인 고미숙의 <열하일기-웃음과 역설>로 재미를 더했다. 정조 때 인물로 조선 최고의 문인으로 알려진 연암 박 지원의 청나라 사신 수행기로 기억난다. 그러면서 북학파 인물들의 책을 구해서 계속 읽어 나갔다. 지금은 한 달에 한국 책 7권 정도 영문판을 합하면 10권 정도 읽는다. 한국 책은 최신 신간은 어렵겠지만 웬만한 것은 다 구할 수 있다. 독서모임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한솔문화원과 한인회관 도서관, 개인 도서관, 종교단체 등등 서로의 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또한 오클랜드 도서관 측에 신청하여 좋은 한국책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뉴질랜드 교민들이 독서모임에 참가를 원한다면 대 환영이다. 현재 모임이 대부분 평일 낮 시간이라서 어려운 분이 있겠지만 시간 조정을 위해 많이 노력 중이다. 누구나 소개할 책, 영화 등을 디비디, USB를 갖고 와서 15분 정도로 소개 하면 된다. 개인의 해외여행 경험담과 사진도 보여주고, 책과 연관 되면 참고 자료로 가능하다. 다만 한국의 정치 문제나 종교에 대해서는 서로 자제해야 한다.
독서 예찬론자로 변신
독서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젊은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완전한 독서 예찬론자이다. 주말에는 버켄헤드, 데븐포트 도서관에 가끔 들려서 성지순례를 하듯 책들과 함께 한다. 새롭게 건축한 도서관이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우수하여 건축상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손님이 뉴질랜드를 방문해도 반듯이 도서관에 안내하여 ‘문화관광’을 시켜준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수명을 다한 폐기 도서를 수집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수명을 다한 책이지만 좋은 책, 구하기 힘든 책이 간혹 발견된다. 시간이 지나면 <폐기 도서 전시회>를 만들 계획이다. 젊은 청년들부터 시니어가 되어 별 취미가 없는 교민들까지 독서와 독서모임을 찾아 주기를 기대 한다. 젊은 사람들과 낮 시간에 일하는 분을 위하여 야간모임을 계획 중이다.
글,사진: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