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이민자들은 이민의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의 미래를 위하여, 가족들을 위하여 앞만 보고 모두들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민 생활 중 가끔은 남성이민자들도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야 재충전의 힘이 생긴다. 남자들의 모임 하면 어딘가 모르게 딱딱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혹은 군대문화 비슷한 그림을 연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바로 음악을 위한 남자들의 모임이 있다. 이들은 노래의 음정, 박자, 리듬에 맞추어 변화하는 자신들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합창을 연습하는 두 시간 동안 만큼은 이민의 삶에서 오는 무게를 털어 버리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 한인 남성합창단 단장, 임동환 씨를 만나 보았다.
지난 2013년 교민 신문에서 남성합창단원 모집광고를 보았다. 그때 문득, 고등학생시절 문학의 밤을 할 때 합창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 불렀던 노래들은 거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대장간의 합창’과 ‘평화의 기도’는 지금도 생각이 난다. 남자들이 함께 모여 노래함 안에는 무엇인가 독특함이랄까, 어쩌면 남성합창이 주는 중저음의 음역대에서 나오는 차분함, 깊은 무거움… 등등의 느낌이 조금은 그리웠던 모양이다. 모르는 이들 그리고 그들과 삶을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겠고 더 나아가 함께 노래를 한다고 함은 요즘 유행처럼 쓰는 말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누구나 힐링의 시간이 필요해
어떤 이유들을 안고 이민을 감행하여야 했든 이민이라는 과정은 가족 모두에게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남자들이 겪는 심리적인 변화에 대한 요구는 안팎으로 심하기 그지없다. 아프디 아픈 상처랄까 존재감의 휘청거림이랄까 투철한 책임감과 철통 같은 현실의 벽에서 오는 괴리감 등에서 어쩔 수 없이 입게 되는 상처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였고 바로 그 순간 절실히 힐링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단원들과 어울려 노래하는 동안에는 외로움을 경험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매우 현명한 선택이였고, 특히 노래연습을 하며 서로의 크고 작은 실수에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을 때 이민 삶의 힘든 순간들을 훌훌 벗어 던지고 즐길 수 있다는 점들이 너무나 좋다. 물론 본인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 합창 연습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단원들의 표정에서도 환한 웃음과 안정감이랄까 행복함이 묻어 난다.
뉴질랜드 한인 남성 합창단
뉴질랜드 한인 남성합창단은 코리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조성규 지휘자와 뉴질랜드에서 음악을 전공한 부지휘자 김은지씨 그리고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 노래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몇몇 남자들이 의기투합하여 2013년에 결성되었다. 현재까지 총 3회의 연주회를 가졌으며, 연주곡목들로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정지용님의<향수>를 비롯하여, 베르디 오페라에서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또 만화영화의 주제곡<마징카제트>에 이르기까지 남성들만의 재롱을 곁들인 무게감이 있는 곡들이어서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는 후한 평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회는
작년 2014년 12월 19, 노스쇼어 서니눅 커뮤니티 센터에서 <남성합창단과 함께 하는 성탄 2014년>이라는 주제로 남성합창단의 가족들과 친구들만을 초대한 가족 중심적인 소규모 연주회를 개최하였다. 이 연주가 특별했던 이유는 일반의 합창에서는 첫곡에 연주가 되면 모든 관객들이 숨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들어야 하는 점과는 달리,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준비해온 음식들을 합창이 연주되는 동안에도 음식을 나누면서 성탄의 분위기를 만끽 했던 점이다. 찬조출연 한 남십자성 어린이 합창단의 깜찍한 공연도 성탄의 고유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인상적이였다.
학창시절 노래에 매력느껴
고 1때 음악 실기 시험에 노래를 부르고 자리로 돌아 올 때 저를 무척이나 부러워하던 같은 급우들의 눈빛이 기억난다. 국영수로는 못 받아 본 상도 노래 부르기를 통해 여러 번 받아보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는 인생 사는 방향이 노래와는 크게 상관이 없이 진행되었다. 그토록 흔한 노래방에도 몇 번 가보진 못했던 것 같고 어쩌다 갔을 때면 젊은 날의 향수를 느끼게 해 주는 곡 정태춘과 박은옥님의 <떠나가는 배> <시인의 마을> 등 낮은 목소리로 할 수 있는 곡을 선호했다. 결론은 제 노래실력은 “잘 모르겠습니다”로 답하겠다.
새로운 단원을 모집하고 있어
단순히 보여지기 위한 음악회가 아닌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연습을 함으로써 성공 뒤에 오는 성취감을 다 같이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합창단은 제 3회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현재 새로운 곡으로 성공적인 발표를 위하여 새로운 합창단원들을 초대하고 있다. 혹 독자들 가운데 “나는 노래가 소질이 없기에 되지 않을 거야” “사는 것도 팍팍한데 노래 는 무슨 노래야” 라고 하면서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합창단에 와서 연습하는 것을 직접 보게 되면 합창단원이 되고 안 되고는 단지 노래실력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용감한 마음, 성실한 연습, 더 나아가서는 다른 단원들과 노래를 통하여 함께 하고 싶은 마음자세에 달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교민 누구나 고등학생 대학생을 포함한 남성들은 모두 환영한다. 뉴질랜드 남성합창단이 진심으로 초대하는 합창단원은 특정 종교, 직업, 연령 제한을 두지 않는다. 노래를 잘하는 남자, 노래를 좋아하는 남자, 노래를 하면 마음이 편안할 것 같은 남자, 노래를 부르면 옛날 생각이 나는 남자 등등 모든 층의 남자들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목적은 남성들이 합창을 통하여 삶의 소리를 모으고 참된 마음을 모아 보자라고 강조하고 싶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곳 이민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변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큰 구조라고 생각한다. 남녀의 역할에 대한 변화가 필수요, 연상과 연하의 관계에 대한 재정립을 요구하는 사회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들과도 대화를 해야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 경제적인 수입의 적절한 방법에 대한 인식전환 역시도 필수라고 생각한다. 변화가 요구되는 구조 안에서도 변화하지 않는 것과 변화하지 못하는 것은 오직 죽은 것 뿐이라는 혹자의 말에 동감한다. 하지만 그 변화 안에서도 변화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사랑, 가족과 주변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변화 속에서도 변화하지 말아야 할 것을 꼭 붙잡는다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가족을 사랑하기 위하여 우리 자신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휴식을 위한 휴식이 아니라 더 잘 하기 위한 휴식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성합창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함은 가장 좋은 선택이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제 3회 정기 연주회를 위해 모든 단원 노력
합창단에 대한 계획이라면 이민의 과정 속에서 생기는 힘든 스트레스를 노래를 통하여 함께 날려 버릴 수 있는 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올해는 제 3회 정기 연주회를 8월 중순 경에 개최할 계획으로 조성규 총감독님과 김은지 지휘자님, 반주자 전승희님의 지도 아래 이미 준비하고 있는 중에 있다. 올해도 교민들이 따뜻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별고 없이 계속 남성합창단원으로서 오래 노래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 크고, 우연히(?) 뽑히게 된 단장이지만 임기까지 최선을 다해 합창단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금 까지 뉴질랜드 남성 합창단을 위해 노력 하신 모든 분에게 감사 드린다.
글,사진: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