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좋아하는 남자에서 요리 전문가로 변신에 성공한 한인 세프가 있다. 한국 건설회사에 근무하면서 계속되는 해외 출장으로 가족과의 이별이 싫어서 회사를 그만 두고 가족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결심했다. 코넬 요리학과를 졸업하고 7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자기만의 카페를 만들었지만 요리와 함께 걸어온 7년의 시간은 눈물과 웃음 그리고 희망이 있었다. 자신의 요리로 행복과 사랑을 전하는 요리사, 안진수 세프를 만나 보았다.
뉴질랜드에서 요리와 함께한 7년의 시간은 길지는 않지만 너무 소중한 시간으로 항상 즐거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으로 뉴질랜드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나에게 요리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와 같은 것이다. 고단한 하루를 마친 식구들이 다같이 모여 하루를 나누며 피로를 잊고 또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그런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요리사의 모습이다.
현재는 누군가를 위한 요리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요리가 특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대학시절부터 자취를 하면서 요리를 시작하였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기 보다는 재미있고 더 맛있게 만들기위해 레시피를 찾아보면서 많은 흥미를 느꼈다. 결혼 후에도 종종 가족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론 김치를 담그기도 하며 요리를 직업으로 하고싶다는 말을 와이프에게 입버릇처럼 자주 했던 것 같다. 이민을 결심하고 뉴질랜드에 와서 요리학교를 다니며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요리에 진정한 흥미를 느꼈고 실제로 일을 하면서도 처음 하는 일에 힘은 들었지만 일하는 시간만큼은 즐거움을 두배로 느꼈다.
가족을 위한 이민 결정
이민 오기전 한국에서는 대우건설에서 10년간 해외플랜트 사업의 전기설계를 맡아 많은 해외프로젝트를 담당하였다. 입사 후에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3년간 근무하였고, 결혼 후에는 인도에서 1년간 근무하였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해외근무지에 나갈 수 없는 조건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서 생활해야만 했고 인도 근무 시에는 아이가 두 돌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여서 마음이 많이 아팠으며 그때부터 내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꼈던 것 같다. 특히 인도에 근무할 때에 네팔에 큰 지진이 나서 내가 있던 곳까지 많은 영향이 있었는데 그때에 모든 통신이 단절되어 와이프와 연락이 끊기기도 한 적이 있어서 와이프가 많은 걱정을 하였고 그때에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한국본사로 복귀한 후에도 또다시 아프리카 발령이 예정되어 있던 상황이라 와이프와 의논 후에 퇴사와 뉴질랜드 이민을 결심하게 되었다.
오션 브리즈 이터리 카페, 아내와 함께 운영
브라운스베이 비치 사이드에 위치한 오션 브리즈 이터리(ocean breeze eatery)카페를 아내와 함께운영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브라운스 베이 비치와 랑기토토가 한눈에 보여 카페에서 보는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오픈한지는 3개월이 되었고 카페에 놓인 작은 소품부터 식물들까지 와이프와 함께 직접 고르고 애정이 많이 들어간 우리 부부의 첫 카페이다. 요리를 시작하고 굉장히 바쁜 레스토랑과 카페를 거쳐 일하면서 내가 늘 꿈꾸고 바랬던 메뉴들을 시도해보고 키위 손님들과 아시안 손님들의 입맛에 맞추고 나의 스타일을 선보이려 노력 중에 있다. 모든 메뉴와 캐비닛 음식을 직접 만들고 있으며 많이 부족하지만 시그니처 메뉴들이 사랑받고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아내는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오랫동안 하면서 좋은 경험을 토대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미국과 한국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그 직업을 이어가고 있다.
눈물과 웃음 그리고 희망의 요리사
코로나 당시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 시기가 가장 어려웠고 불안한 시간들이었다. 영주권 신청의 길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고 그 당시 수입도 줄었기 때문에 가장으로서 마음이 많이 무겁고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래도 그 시간동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내가 직접 만든 요리와 디저트를 가족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시간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감사한 시간이기도 했다. 요리사를 시작한지 7년의 시간속에서 많은 것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큰 아이가 3학년(year 3)때에 아이 학교에서 직접 만든 케익 대회가 있었는데 내가 만든 케익이 1등을 해서 아이가 많이 기뻐하고 아빠가 셰프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일이 떠오른다. 내가 요리를 좋아해서 시작한 이 새로운 일이 아이들에게 자랑이 되고 아빠의 음식을 최고라고 말해줄 때만큼은 정말 최고의 요리사가 된 듯하고 가족의 힘이 큰 희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낯선 이 나라에 와서 새로운 직업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가족의 힘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탈리안, 포테이토 뇨끼 가장 좋아해
이탈리안 셰프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배운 포테이토 뇨끼(potato gnocchi)를 가장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글루텐 프리 뇨끼에 자신이 있고 지금 카페, 시그니처 메뉴이기도 하며 키위 손님들뿐만 아니라 한국 손님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음식을 한가지 더 소개하면 크리스마스에 많이 먹는 뉴질랜드 고유의 디저트로 “파블로바”는 계란 흰자와 설탕으로 머랭을 만들어 그 위에 생크림과 과일을 올려 먹는 디저트인데, 신선한 과일의 화려한 색감과 달콤한 맛이 일품이며 가족들과 함께 즐기고 또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새롭게 시작한 카페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주는 카페로 만드는 것이다. 계절에 맞는 메뉴를 고민하고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며 손님이 늘 맛있다고 말해주고 다시 찾아주는 브라운스 베이의 맛집이고 싶다.
글, 사진: 김수동 기자